▲ 대표/발행인 구인본 목사

노천무료대량집단급식사건을 경험한 제자단은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맞바람 속에서 힘들게 노를 저어 가고 있었다. 때는 밤 사경 즈음이었는데, 요즘 시간으로 새벽 3시와 6시 사이였다. 그런데 이 야심한 밤에 익명의 물체와 조우한 제자단은 공포에 질렸다. 그분은 다름 아닌 스승 예수였다.

예수는 왜 제자단에게 이러한 심리적 당혹감을 줬을까 그것은 제자단의 신앙을 고양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스승 예수와 함께 있지 않았기 때문에 공포감은 더욱 가중됐을 것이다.

예수 당시의 유다인 세계관에 의하면 바다는 악령의 서식처였다. 그렇기 때문에 제자단의 공포심은 자연스러운 것 이었을 것이다. 유령이 아니라 스승 예수임을 확인한 순간 공포는 기쁨으로 바뀌었다.

이때 베드로의 돌출 행동이 발생한다. 그가 물위로 뛰어들었지만 베드로는 거센 바람을 보고 공포에 휩싸여 물에 빠져든다. 육체를 지닌 인간이기에 노천무료대량집단급식사건의 주인공인 스승 예수보다는 자연현상이 더욱 부각되어 다가온 것일 것이다.

히브리의 별명은 ‘완고한 자’다. 완고한 자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신앙의 연륜이 깊어짐에 따라 객관성을 담보하는 경우와 외골수의 편협함을 담보하는 경우가 있다.

후자가 심화되면 평생의 신앙이 일순간에 수포로 돌아간다. 한국 개신교 신앙의 제일 문제점은 ‘성경대로’라는 구호만 무성할 뿐 실제 그 자리에는 잡초만 무성하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가 2천여 년 전 양심수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후 부활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인간은 오래 간직한 신앙보다는 목전의 물질적 이익에 연연한다. 민중들은 노천무료대량집단급식사건을 가시적으로 체험하고 목격했건만 그 위력은 채 하루를 못 갔다. 자기의 실존을 위협하고 자기의 토대를 잠식해 올 것 같은 눈앞에 펼쳐진 위력에 신앙적 체험이 무력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신앙이라는 것은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가 신앙의 이력을 통해서 체험한 것을 기억 속에만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토대로 더 나은 신앙을 위해 과거의 경험을 활용하는 것이다. 전대미문의 ‘노천무료대량집단급식사건’을 경험했기 때문에 호수에서의 예수를 유령으로 오인한 사건에서도 믿음 있는 자의 침착함이 있어야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