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발행인 구인본 목사

예수 제자단 일부가 식사 때 손을 씻는 레위기 결례를 준수하지 않자,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는 예수께 이의를 제기한다. 예수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 속에서 곧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은 악한 생각 곧 음란과 도둑질과 살인과 간음과 탐욕과 악독과 속임과 음탕과 질투와 비방과 교만과 우매함이니 이 모든 악한 것이 다 속에서 나와서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고 답변 한다.

예수 당시의 유다 사회는 구약적 질서를 극복하지 못한 상태로서 모든 사회 규법이 구약적 질서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예언서를 통해 새 언약의 질서가 설파했지만 귀를 닫은 자에게 그 어떤 명약도 소용없었다. 특정한 한 가지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자에게는 다른 그 무엇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법이다. 레위기 결례는 위생적 차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세계를 겨냥하고 있었다. 유다인들은 성경보다 전통을 금과옥조처럼 신주단지 모시듯 하고 있었다.

현재 한국개신교 지교회 기성교인들은 성경적 근거가 희박한 자기 교회의 전통에 대한 무조건적인 고수를 하는 경향이 다분하다. 그래서 새로운 것에 대한 지나친 경계와 배타적 행위로 인해 시대 흐름을 좇아가지 못하고 처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향성은 예언자적 삶을 요원하게 만들기도 한다. 인간의 전통은 그 시대의 전통일 뿐 변화하는 새 시대의 목회를 준비하는 목회자에게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예수도 그릇된 전통 고수의 희생양이었다. 우리의 신앙적 열심을 소비적으로 사용하지 말고 생산적 전통으로 계승해야 한다.

우리는 규격화되고 정형화된 신앙 습관 때문에 신앙의 외면에만 관심하므로 내면의 성숙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애써 외면하고 접어둘 때가 다반사다. 예수는 공생애를 통해서 민중들에게 하나님나라의 정체성을 내면화하라고 다양한 이적·기사·표적을 통해 촉구했다.

그러나 인간은 몰이해에 빠져들었고 자기의 이해관계와 예수가 제시한 하나님나라의 실체가 상충한다고 판단해 예수를 시해했다. 이러한 우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신앙의 외부적 껍데기를 화려하게 치장하는데 골몰하지 말고, 복음으로 내 영혼이 자리한 내면세계에 대한 수세미질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