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발행인 구인본 목사

야곱이 레아에게서 낳은 딸 ‘디나’가 가나안 7족속 중 하나인 히위 족속(Hivites) 지경에 마실갔다가 '하몰'의 아들 '세겜'에 의해 성폭행 당한다. 여호와께서 금기한 가나안 족속과 교류와 소통을 한 점은 과오이나 그 대가는 너무 치명적 이었다. 이러한 수모를 만회하고 앙갚음하기 위해 야곱의 아들들은 나름의 작전계획을 마련했다. 그 작전은 일명 ‘날림 할례’였다. 제대로 모양새를 갖추어 합법적 혼인을 요구한 세겜 측에 야곱의 아들들은 ‘할례’를 합의 카드로 제시했다.

그것을 통 크게 수용한 히위 족속은 자기 족속에게 일제히 할례를 시행했다. 그들은 히브리 족속이 제시한 카드의 이면을 몰랐던 것이다. 드디어 히브리 족속이 할례의 고통에서 채 회복되지 못한 시점에 이스라엘 족속은 히위 족속을 기습하여 그 진영을 초토화시켰다. 이 사건에 대한 야곱의 논평은 부정적이었다. 다가올 화를 파종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평에 야곱의 아들들은 이 사건을 조명하기 위해 사고의 지평을 확대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피해 사실에만 집착했다.

이 사건의 문제점은 여호와께서 제정한 할례의식의 본래 취지를 백안시한 채 자신의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 할례를 본래의 매뉴얼대로 사용하지 않고 불법용도변경을 했다는 것이다. ‘디나 사건’에서는 할례의식이 고유한 용도 이외에 시행되었다는 오점을 남겼다. 본래 할례는 히브리인과 히브리 공동체가 되기로 인격으로 서약한 이방인에게 해당되는 거룩한 의식이다.

기독교 2천여 년의 교회사를 회고해 볼 때, 많은 교회법과 의식이 제정됐지만 세월이 흘러갈수록 그것이 제정되던 당시의 근본 취지에서 벗어나 그 활용과 용도가 빗나갈 때가 많았다. 제도의 입법 정신이 훼손되고 형식과 껍데기만 남았을 때 그것은 공동체를 위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동체에 고통과 역기능을 초래한다.

현재 첨단의 후기산업사회 속에 존재하는 교회 공동체 내에서도 교회법에 다양한 인간적 불순물을 가미해 활용함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자유를 보장하지 못하고 심리적으로 옥죄는 경우가 다반사다. 우리를 자유하게 하는 것은 진리다. 우리는 제도 속에 용해돼 있는 하나님의 뜻을 발견해야 한다. 그리고 여호와께서 제정한 의식과 제도들이 본래의 취지에 부합되게 구현되고 있는지 아니면 왜곡된 의도에 도용되고 있는지 자문자답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