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동헤럴드 대표/발행인 구인본 목사

성경에서 유사한 사건이 반복돤다는 것은 그 의미가 예사롭지 않음을 내포한다. '오병이어' 사건에 이은 '칠병이어' 사건을 통해 예수께서는 사건의 본 뜻을 간파하지 못하고 눈치 채지 못한 군중들을 책망한다.

예수께서 바리사이의 누룩과 헤롯의 누룩에 대한 경계를 강조하자 제자들은 재고로 남은 떡을 챙기지 못한 것을 연상했다.

사람은 강한 경험을 하면 특정한 관념에 집착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예수께서는 다양한 상징을 활용해 하나님나라를 설명해 갔지만 인간은 지엽적인 것에 집착한 나머지 예수께서 말씀한 실체에 접근하지 못했다.

어떤 현자가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는데 제자들은 손가락만 바라보며 세월을 낭비한 것과 같은 이치다. 제자들은 기적을 체험했을 뿐 표징(sign)을 체험하지 못한 셈이었다. 제자들은 스승 예수와 동고동락하며 갖은 애환을 나누고 공유하며 한솥밥을 먹었지만 주님의 마음 한가운데는 이르지 못했다.

동상이몽이라는 말이 제자단의 현 주소였을 것이다. 유대 팔레스틴의 변방 혼혈의 땅인 갈릴리 변방에서 소외와 멸시 천대를 숙명으로 알고, 바닥의 삶이 체질화되고 일상이 된 무지랭이들에게 예수는 다시 잡을 수 없는 인생 역전의 기회로 여겨졌을 것이다. 그들은 드디어 출세의 동아줄을 잡았다고 무릎을 쳤을 것이다.

인간은 자기의 관심이라는 렌즈로 세계를 해석하는 것이 보편적 현상이다. 주님은 하나님나라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제자단은 입신양명의 튼튼한 줄을 잡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예수는 귀 있는 자는 들으라고 반복한다.

귀를 열어 놓았지만 관심을 갖지 않으면 그 말씀은 나에게 에너지가 되지 못한다. 세례를 받고 기독교 공동체에서 정기적으로 많은 말씀을 듣지만 진지함이 없으면 그 말씀은 나 자신에게 시어머니 노릇을 못한다.

'노천무료대량집단급식사건'은 경제 분야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예수 당시 민중들은 생득적 인격을 보장 받지 못했다. 예수는 그들의 눈높이로 다가가 하나님나라를 설명한 것이다.

맞선을 앞 둔 예비 신랑·신부처럼 좀 더 진지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주님과의 만남을 이어가야 한다. 예수께서는 제자단의 깨닫지 못하는 몰이해를 본격적으로 책망한다.

이 이야기는 나와 상관없는 이웃 이야기나 친구 이야기가 아니다. 나 자신의 이야기다. 우리는 수많은 화려한 단어의 나열을 통해 신앙고백을 양산하지만, 주님께 온 몸을 던지지 못한다. 신앙은 주님과 손 잡고 어깨동무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 분께 투신하는 것이다.

초대교회 박해 시기에 자신의 신앙을 증명하는 유일한 방법은 순교였다. 우리는 자신의 신앙이 어떻게 검증되고 있어며 검증될 수 있는지를 고민해 봐야 한다.

세상과 주님께 양다리 걸치는 수준도 아닌지 반추해 봐야 한다. 우리는 세상 쪽에 온 몸이 다와있고, 하나님께는 유사시를 대비해서 새끼 손가락 하나 정도 걸치고 있는 건 아닌지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