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장 공동체의 식량난 타개를 위한 곡물 구매 사절단으로 이집트를 방문하기 위해 장도에 오른 10명의 요셉의 형들은 이집트 궁궐에 도착하자마자 예상치 못한 곤경에 처한다.

그것은 총리 요셉의 작위적 복안에 의해서, 요셉의 형들이 무역업자로 위장한 적성국의 정탐꾼으로 몰려 누명을 쓰게 된 상황이다. 그들은 자기변호를 하면서 자기들이 한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결백을 주장한다. 예나 지금이나 한 형제가 같은 부대에서 같은 보직을 맡아 같은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리 요셉은 자기의 꿈을 명분삼아 그들의 결백 주장을 거부하고 묵살한다.

결백 주장을 위해 물꼬가 트인 한 가족에 관한 사적 내막은 점점 더 구체적인 부분까지 발설된다. 형들은 가나안 본가에 막내 동생이 있고, 오래 전에 실종된 동생이 또 하나 있다는 사실을 이집트 총리인 요셉에게 실토하게 되고, 그것은 여론화되어 사건을 더욱더 미궁에 빠뜨려 복잡하게 만드는 단초가 된다. 이제 인질 신세로 전락한 형들이 목숨을 보전하고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막내아우인 베냐민을 이집트 궁궐로 소환·구인(拘引) 해야 할 정도로 사건의 심각성은 그 도를 더해간다.

이 절박한 상황에서 요셉의 형들은 예전과 다른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은 예기치 못한 현재의 고난은 아우 요셉을 인신매매한 대가라고 형들이 깨달은 점이다. 사건은 더욱 복잡해져서 설상가상으로 절도범의 누명까지 추가된다. 그들은 옷을 찢고 요셉에게로 돌아온다.

여기서 ‘유다와 그의 형제’들이란 표현이 있는데, 이 표현은 앞으로 계속 전개 될 이 사건 해결을 위한 주도권을 장자인 르우벤이 아닌 유다가 장악한다는 암시와 복선이다.

이 시점에서 유다는 내면 변화의 연쇄를 거듭한다. 예전처럼 동생에 대한 질투가 없어지고 매사에 초연하고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 그는 아버지 야곱이 막내 동생 베냐민을 편애하는 것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긴다. 그리고 형들은 이 사건을 자업자득으로 인식하고 회개의 과정을 경험한다. 그들은 절도 혐의자만 인질로 잡겠다는 요셉의 제의를 거부하고 지금의 고난은 인과응보임으로 전 형제가 요셉의 종이 되어 죄 값을 치루겠다는 단호한 모습을 보인다.

이 내러티브는 과거의 한 시점에서 고대 근동이라는 구체적인 한 지역을 점유하고 살다간 한 족장 공동체가 대기근으로 인한 식량난이라는 우연이 아닌 사건을 통해 공동체가 미궁에 빠지면서, 좀 더 깊고 세밀하고 진지하게 여호와를 경험해 가며 실존의 변화와 성숙을 더해가는 이야기이다. 유다는 고난 앞에 위축의 연쇄를 차단하고 정면 돌파의 연쇄를 선택한다. 이러한 유다의 결단은 고뇌와 절망과 좌절의 나락으로 떨어진 한 공동체를 기사회생시키는 ‘보온못자리’가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