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동헤럴드 대표/발행인 구인본 목사

아브라함은 유대교·가톨릭·개신교·이슬람교, 이 4대 종교의 성인이다. 그가 이러한 위상을 지닌 것에는 분명한 역사적 근거가 있다. 그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변신하기 위해 자의든 타의든 하나님의 소리에 진지한 초점을 맞추고 고뇌와 번민을 접고 인격적 순종의 삶을 전개해 나갔다. 그는 많은 포기의 결단을 재생산했다.

먼저 그는 당시 고대 첨단 문명사회인 갈대아 우르 문화 영향권속에서의 안락하고 럭셔리한 안주를 포기하고 미지의 세계로 이주했다. 지금의 현대 후기산업사회에서도 마스트플랜 없이 가시적으로 답사되지 않은 공간으로의 이주는 흔하지 않다.

당시 고대사회에서는 국가차원의 치안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평범한 소시민의 장거리 이동은 생명을 저당잡혀야 하는 위험을 감수해야만 했고, 또한 화폐경제 이전 상황이므로 자신이 기존 축척한 부를 제대로 환전하여 가져갈 수 없었다.

요즘으로 말하면, 아브라함은 서울 강남의 금싸라기 땅을 포기하고 무인도로 간 셈이다. 아브라함의 아버지 데라는 갈대아 우르의 변방이며 국경도시이고 사통팔달의 교통 요충지인 하란에서 주춤하고 여장을 완전히 풀고 국경을 넘지 못한다. 그러나 4대 종교의 믿음의 족장인 아브라함은 국경을 넘는다.

국경을 넘은 후, '장밋빛 인생’이 대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장맛비 인생’이 아브라함 일가와의 맞선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갈대아 우르에서의 자기터전의 포기뿐만 아니라, 가나안에서 조카 롯을 위해 노른자위 목초지도 포기했다. 나아가 자신의 독자인 이삭의 생명도 하나님께 봉헌하기 위해 아버지라는 신분이 갖는 자식에 대한 기본개념도 포기하고 반납해야만 했다.

아브라함의 포기는 허탈하고 허전하고 공허한 포기가 아니라, 의미 있고 실속 있고 생산적인 포기였다. 그의 포기가 후대 신앙인들에게 의미가 있는 이유는, 최초의 믿음의 족장인 아브라함의 포기는 하나님으로부터 유래했고 하나님의 것을 하나님께 온전히 돌려드리는 신앙적 정절성과 투명성이 절정을 이룬 포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신앙인은 ‘바탕칠이 완성된 화려한 수채화’가 되려는 소비적 모험을 자제하고, 하나님 임재의 여백이 준비된 동양화의 빈 도화지로 변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