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희 목사

Ⅰ. 양심의 자유를 지키게 해 주셔야 합니다.

각자 사람은 자신이 서야 할 위치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위치가 자기 양심의 자유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합니다. 대한예수교 장로회 헌법 정치 제1장 제1조에 ‘양심 자유’가 있습니다. “양심의 주재는 하나님뿐이시라. 그가 양심의 자유를 주사 신앙과 예배에 대하여 성경에 위반되거나 과분(過分)한 교훈과 명령을 받지 않게 하셨나니 그러므로 일반 인류(人類)는 종교에 관계되는 모든 사건에 대하여 속박을 받지 않고, 각기 양심대로 판단할 권리가 있는즉 누구든지 이 권리를 침해(侵害)하지 못한다” 고 되어 있습니다.

얼마전 총회는 각 노회에 이런 공문을 하달하였습니다. 총회가 시행한 특별 교육을 받은 졸업생들에 대하여 총신이 졸업을 시키지 못하도록 ‘노회 지도 불응’‘아직은 종합적으로 부적격함’둘 중에서 사유를 택하여 총신측에 보내고 총회에 보고하라는 지시였습니다. 즉 졸업을 시키지 못하도록 인준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공문 말미에 ‘이행 거부시 불이익을 당할 수 있사오니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로 되어 있었습니다. 필자가 노회장으로 있는 노회는 총회의 지시를 따라 ‘아직은 종합적으로 부적격함’이라는 단서를 달아 총신측에 보내고 그 문서를 복사하여 총회 사무국에 보냈습니다. 이렇게 잘 복종했다는 증거를 보낸 것입니다.

양심의 찔림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정상적으로 수업에 임하고 졸업에 결격 사유가 없는 학생들이 총회와 총신의 다툼에서 볼모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현 총회 상황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각 노회가 보낸 ‘부적격’ 통보로 졸업을 못한다면 학생들이 받을 상처를 누가 책임질 것입니까? 각 노회가 양심대로 총회의 지도를 따라가고 있다면 문제는 없습니다. 그러나 양심에 가책을 느끼면서도 불이익을 당할까봐 따른다면 양심의 자유를 침해 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흔히 하는 말로 줄을 세우고 어쩔 수 없이 줄을 서는 형국입니다.

내일부터 개강 수련회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총회의 지원을 받는 비대위가 같은 일시에 기도회를 마련하여 대치시키고 있습니다. 신입생이나 재학생들을 양심의 자유와 관계없이 행동하도록 강요할 것이 분명합니다. 학생들 중에는 양심에 따라 학교측이 개최하는 개강수련회에 참석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교수님들 중에도 양심에 따라 어느 쪽에도 줄을 서지 않고 강의를 하고 싶은 분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양심의 자유를 지킬 수 있도록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Ⅱ. 본연의 자리로 돌려보내 주셔야 합니다.

학생들은 거룩한 꿈을 품고 선지동산에 공부하러 온 것이지 총회와 총신 사이의 다툼에 어느 한쪽 세력이 되어 주려고 지원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총신에서 강의하는 교수님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교수 본연의 위치로 돌아가 강의에 전념하고 싶은 분들일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자기 양심에 관계없이 어느 한 쪽에 줄을 서도록 강요받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학생이나 교수님들이 자기 양심에 따라 어떤 세력에 합류하고 있다면 말릴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아니라면 각자 양심에 따라 본연의 위치로 돌아갈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이 옳습니다. 총회와 총신의 다툼에 학생과 교수님들은 끌어드리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학생들을 끌어 들여 그들의 앞길을 막지 마십시오. 훗날 본연의 위치를 떠났던 학생들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앞길이 막힐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험한 소리, 험한 행동했던 교역자를 마음 놓고 청빙할려고 할까요? 총회와 총신이 대화를 해야 합니다. 본연의 위치가 다르지 않습니까? 학생은 공부하는 것이 본연이고 교수님들은 가르치는 것이 본연 아닙니까. 총회와 총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정치입니다. 정치는 정치하는 본연의 임무를 가진 사람들끼리 푸는 것이 맞습니다. 교수님들과 학생들은 본연의 위치로 돌려 보내고 총회와 총신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합니다. 우선 총회장님과 부총회장님 그리고 총장님과 재단이사장님, 이 정도 먼저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 보시기를 제안합니다.

언제까지 이럴 것입니까? 정치는 ‘너 죽고 나 살자’ 는 식으로는 안 됩니다. 우리 총회 안에 정치력이 필요합니다. 정치가 살아나야 합니다. 대화가 필요합니다. 만나 주지 않으려는 상대방을 찾아가 밖에서 떨며 기다리는 세상 정치의 모습이 오히려 그립습니다. 하다가 안 되더라도 그런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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