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희 목사

존경하는 이사장님과 이사님들께! 부산 성민교회를 섬기고 있는 김종희 목사 입니다. 이사장님의 말씀대로 쉽지 않은 일을 맡으셨습니다. 저희 교단이 자정 능력을 상실하고 쉽지 않은 일을 맡겨 드려 송구하고 부끄럽습니다. 이사장님께서 “학내 구성원과 대표성을 가진 분들, 학교 밖 이해 관계자들을 가까운 시일 내에 만날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총회의 중요한 요직에 있지 않은 제가 이사장님과 이사님들을 만날 기회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도 총회 안에 있는 한 목사로서 총신에 대한 바람을 갖고 있기에 외람되지만 이렇게 붓을 들게 되었습니다. 비록 힘없는 한 목사의 글이지만 우리 총회 안에는 저와 같은 견해를 갖은 사람들도 많다는 이해심으로 이 글에 관심을 가져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Ⅰ. 어떤 세력(勢力)에 총신을 넘겨주시면 안 됩니다.

요즘 총신은 마치 극한투쟁을 하여 관선이사가 파송되도록 만든 세력이 힘을 쓰는 것 같은 양상입니다. 때를 따라 성명서를 발표하며 누구는 된다! 누구는 안 된다는 식으로 압박(?)하고 있습니다. 벌칙조항까지 만들어 주며 그대로 수용하면 용서하겠다고 합니다. 함께 부끄러워하고 자숙(自肅)해야 할 입장인데 총신의 기득권 세력이 된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습니다. 총신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그 세력에게 임무를 옮겨 맡긴 것에 불과할 뿐 그 세력에 총신을 넘겨 준 것은 아니라고 사료됩니다.

그 세력에게 총신이 넘어가게 되면 과거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한 세력을 무너뜨리고 다른 세력이 등장한 결과일 뿐입니다. 그렇게 되면 또 총신은 등장한 세력을 향하여 도전 세력이 생겨나 총신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총신은 어떤 세력에도 휘둘리지 않는 학교로 돌아가야 합니다. 앞으로 누가 교권을 잡더라도 총신은 교권에 의하여 좌지우지(左之右之) 될 수 없는 학교가 되어야 합니다. 교단 구성원 모두가 기득권을 갖는 총신이 되어야 합니다. 어떤 특정한 세력에 총신을 넘겨주시면 안 됩니다.

▲ 김종희 목사(맨 좌측), 문재인 대통령(가운데)

Ⅱ. 총신이 변질(變質)되지 않도록 해 주셔야 합니다.

저희 총신은 1901년 마포삼열 선교사 자택에서 본교 전신인 평양 조선예수교장로회신학교가

설립되면서부터, 총신대학교는 117년 동안 개혁신학, 개혁신앙, 개혁실천이라는 건학이념을 기반으로 기독교 인재를 양성하는데 힘쓰고 있습니다. 저희 교단은 자유주의 신학이나 동성애를 배격합니다. 교단 신학의 정체성(正體性)이 지켜지도록 해 주셔야 합니다.

학내 사태 관련 직원 징계, 부당 임용 교원이 처리되면 자연히 새로운 인물을 세우는 작업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이 때 우리 교단 신학과 정서에 맞지 않는 인물이 세워질까 염려가 됩니다. 신학사상과 신앙관을 철저히 검토해 주시고 특히 이단에 속한 인사가 아닌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한번 세워지면 문제가 있어도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 김종희 목사(앞줄 좌측 다섯 번째)

Ⅲ. 교단이 화합(和合)하는 길로 처리를 해 주셔야 합니다.

만약 지난 날 앞장서서 극단적인 투쟁을 한 세력을 두둔하신다거나 그들의 원대로 하신다면 그들이 총신의 기득권을 갖는 또 다른 적폐로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힘든 싸움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칭찬받을 방법론은 아니었습니다. 기고만장(氣高萬丈)하게 되어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들을 적으로 보기 시작하면 저희 총회는 하나가 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잘못을 했으면서도 끝까지 몽니(?)를 부리며 개전(改悛)의 정(情)을 보이지 않는 세력들을 두둔하자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일벌백계(一罰百戒)해야 합니다. 하지만 벌을 주는 목적이 유익한 사람을 만드는 것이므로 지금이라도 과오(過誤)를 인정하고 숙인다면 구제책(救濟策)이 필요합니다. 그들도 귀한 인재입니다. 한 순간의 과오 때문에 폐인(廢人)을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총회의 구성원인 저희 모두는 예수님의 피를 나눈 형제자매 입니다. 서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함께 갈 수 있는 방향으로 처리해 주셔야 합니다.

▲ 김종희 목사(앞줄 좌측 세 번째)

Ⅳ. 이런 염려(念慮)를 헤아려 주셔야 합니다.

과거 사학재단(私學財團)에서 임시이사의 종전이사를 배제한 이사선임권에 대하여 헌법소원까지 갔던 이유는 본질적으로 학교법인의 지배구조를 변경하여 사학의 공립화를 초래할 수 있고 보상 없는 재산권의 수용이 가능한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었다고 사료됩니다. 총신대학교는 일반사학이 아니고 종교사학입니다. 교단이 직영하는 신학교입니다. 그런데 정관을 정비하지 못한 불찰(不察)로 교단과는 상관이 없는 신학교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이번에 이사님들께서 혹 사학법을 주장하며 저희 교단과 관계없는 그림을 그려도 저희는 말 못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솔직히 낯선 분들을 만나는데 따른 노파심(老婆心)이 있습니다. 아무쪼록 이번 기회에 총신이 교단이 직영하는 신학교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초석(礎石)을 놓아 주십시오. 최대의 관건(關鍵)은 정관의 변경과 정이사가 누가 되느냐 입니다.

정관은 교단이 직영하는 신학교로 고쳐져야 하며 정 이사는 교단의 어떤 정치 세력에도 편승(便乘)하지 않는 순수한 인사들이 세워져야 합니다. 정 이사가 총회 정치의 한 축으로 쏠려서는 안 되고 견제(牽制)와 균형(均衡)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이 일들을 위하여 하실 수 있는 최선의 수고를 해 주셔서 총신이 제자리를 찾게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끝으로 혹 표현의 미숙(未熟)이나 결례(缺禮)되는 표현이 있으면 널리 혜량(惠諒)하여 주시기 바라오며 이사장님과 이사님들의 건승(健勝)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 본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