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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칼럼] 일그러진 영웅

주필 김진하 목사/평양노회 증경노회장·예수사랑교회 주필/김진하 목사l승인2019.01.02l수정2019.01.04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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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김진하 목사

영웅이라는 말처럼 애매모호한 것은 없다. 보는 눈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나의 영웅’이란 말은 할 수 있어도 ‘모든 사람들의 영웅’이란 말은 붙이기 쉽지 않다. 개인의 관점도 있지만 시대에 따라서도 영웅이 달라진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 초대대통령인 이승만 대통령이나 박정희 대통령을 영웅으로 존경하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부정부패의 대명사나 쿠데타로 정권을 뺏은 독재자 정도로 여기기도 한다.

옛날의 영웅상은 전쟁터에 나가서 혁혁한 공을 세우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을 가리켰다. 18세기~19세기 초에는 선교사들이 영웅이었다. 그들은 미개척지인 미개한 지역에 목숨 걸고 들어가 고생도 죽도록 하고 심지어는 허무하게 죽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일부 선교사들은 신앙을 빙자해서 선교지에 들어가 짐승을 사냥하듯 흑인들을 마구잡이로 붙잡아 유럽과 미국등지로 수출하는데 앞장섰던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때문에 지금도 아프리카에서는 백인들을 환영하지 않고 더군다나 백인 선교사가 발붙이도록 허락지 않는 것을 보게 된다.

전쟁이 많았던 시대에는 군인이 영웅이었다. 그러나 평화시대인 오늘날 아이들에게 영웅은 축구선수나 야구선수, 또는 가수나 배우들이 차지하고 있다. 1960년대 미국은 인권운동의 물결 속에서 마틴 루터 킹 목사를 영웅시하였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그를 공산주의자나 마르크스주의자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결국 영웅이라는 말은 나를 중심으로 사용하기 쉽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실현한 사람을 그냥 영웅이라고 부른다. 얼마 전 뉴스에 보니 어느 가난한 나라의 대여섯 살 되는 아이가 비닐로 운동복을 만들어 입었는데 그 위에 메시라고 적어놓았다. 비닐 운동복 메시였는데 그 아이의 사진이 매스컴에 나온 후에 메시에게 초대되어 메시 선수가 뛰는 경기장에서 메시를 만나기도 했다. 그 어린아이에게 영웅은 메시였던 것이다.

홈런을 날리는 것이 꿈인 소년에게는 홈런을 많이 때리는 야구선수가 영웅이 된다. 결국 그들은 나의 영웅일 뿐이며 모두에게 합의된 영웅은 아닌 것이다. 몇 해 전에는 폭력집회를 주도했던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종에 숨어들어가 영웅노릇을 했었다. 조계종을 둘러싸고 있는 경찰과 형사들 틈바구니에서 강성 노조의 제스처를 취하며 폭력집회를 지시함으로 이 시대의 영웅은 철창 속에 들어가고 말았다.

북한의 김정은은 젊은 나이에 민중의 지도자가 되었다. 주민들이 그를 영웅으로 받들어야 할 텐데 마음에 안 들었는가 보다 고모부를 총살하고, 아버지 장례 때 영구차 옆에서 함께 운구했던 측근들을 차례로 모두 없애버렸다. 연설하는데 하품한다고 공개 총살하고, 안경 닦았다고 죽였다. 웃었다고, 자기보다 앞서 걸었다고, 졸았다고, 태도가 맘에 안 든다고 닥치는 대로 죽였다. 참으로 일그러진 영웅의 모습이다.

성경에는 수많은 신앙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중에 우리를 흥분시키고, 속 시원케 하는 이들이 있었다. 골리앗을 물리친 다윗이 그랬고 사자굴 속에서 사자들의 입을 봉한 다니엘이 그랬다. 사사기에 등장하는 사사들 중 14번째 사사가 삼손이다. 삼손이 상징하는 바는 천하무적의 힘이었다. 당나귀 턱뼈로 일천 명을 순식간에 물리치기도 했고 사자의 입을 찢기도 했었다. 그의 힘을 당할 사람이 없어 삼손은 족히 영웅으로 칭송을 받았었다.

그랬던 삼손의 말년은 너무도 비참했다. 한 여인의 무릎을 베고 잔 대가는 너무도 참혹했다. 머리카락 다 잘려 힘을 잃어버리고 두 눈알 뽑히고, 소가 끄는 연자 맷돌을 돌려야 했다. 어쩌다가 시대의 영웅이 그리 되었을까? 사람들은 저마다 혀를 찼고, 침을 뱉었다. 누구 하나 변호해 주거나 냉수 한 그릇 떠다 주는 이 없었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 힘을 다하여 자신의 눈을 뺀 이들에게 복수함으로 함께 자폭하고 말았다. 이것이 영웅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궁금한 것이 있다. 교단의 지도자를 역임한 분들의 물러간 자리가 개운치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 몇몇 총회장이 그렇고, 총신대학교 총장이 그랬다. 인기라는 것이 그런 것이다. 높이 날았다가 떨어질 때는 날개가 없다고 한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인기도 아주 하찮은 실수 하나로 인해 바닥까지 떨어지는 것이 인기다. 대통령은 나름 이 시대의 영웅이다. 그러나 요즘 같아서는 자식 낳아 절대 대통령 안 시킬 것 같다. 줄줄이 감옥에 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고, 영양주사 맞은 것, 화장한 것, 머리 손질한 것, 화장실에 하루에 몇 번 간 것까지 다 공개해야 한다면 무서워서 어찌 하겠는가? 이 시대의 일그러진 영웅을 보며 갑자기 삼손이 생각났다.

주필/김진하 목사  pastor8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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