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설위원/김진하 목사

1993년 노벨연구소에서는 역사상 최고의 문학작품으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선정했다. 2002년 세계의 유명 작가 100명이 선택한 세계 최고의 작품도 역시 ‘돈키호테’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기라성 같은 작가들인 세익스피어, 톨스토이, 또스또엡스키, 파스테르타크 등을 제치고 세르반테스의 작품인 돈키호테가 최고의 작품이라니...

우리가 알고 있는 돈키호테는 풍차를 향해 무모하게 돌진하고 순진무구하게 불의를 향해 달려가는 꼴통일 뿐이었다. 어이없거나, 무모한 도전을 하는 사람을 가리킬 때 돈키호테 같은 사람이라고 하곤 했었다. 스페인의 시골 향사 알폰소 키하노는 밤낮없이 중세의 기사 소설을 읽으면서 살아간다. 그로 인해 정상적인 사람에 비해 머리에 나사가 하나 풀린 듯 해 자신이 나라를 위해 봉사를 하고, 자신의 명예를 세워야 한다며 방랑 기사의 길을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그는 스스로 자기의 이름을 돈키호테라고 짓고 사라진 전설의 기사들을 모델로 해서 기사도를 복원하고자 결심한다. 그는 젊은 여자들과 미망인들을 보호하고 불쌍하고 가난한 어린 고아들을 구제하는 일에 전념키로 했다. 방랑기사로 나선 돈키호테는 바람에 돌아가는 풍차를 거인으로 알고 돌진하는가 하면 시골 이발사의 세숫대야를 전설적인 맘브리노의 투구로 오인하기도 한다. 또한 여관을 성으로 착각하고, 여관주인에게 기사작위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안일을 생각하지 않고 정의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고, 불의라고 여겨졌을 때에는 주저하지 않고 정의의 칼을 뽑아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그는 진정한 그 시대의 기사였다. 돈키호테의 작품 속에는 우리가 잊고 살았지만 꼭 회복해야 하는 순수한 인간의 참 모습이 들어있다. 돈키호테에는 세상과 거슬러 순수를 추구하면 미치광이로 취급받을 수밖에 없는 빗나감이 있다.

돈키호테가 마지막 모험에서 돌아와 제정신이 들어 임종한 후 그의 묘지에는 이런 묘지명이 새겨졌다. “광인으로 살다가 제 정신으로 죽은 사람” 돈키호테는 미친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세상이 미친 것일까?

사실 예수님도 한때는 미쳤다는 소리를 들으셨다. 예수님의 친족들이 예수가 미친 줄 알고 붙잡으러 왔었다(막3:21). 예수의 친족들이 듣고 그를 붙들러 나오니 이는 그가 미쳤다 함일러라. 사도행전에 보면 돈키호테처럼 미친 사람 취급을 당했으나 진정한 하나님의 기사였던 사람이 소개된다. 바울 사도였다. 복음을 전하는 바울을 보고 세상 사람들은 천하를 어지럽게 하는 사람들 이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베스도 총독은 바울을 재판하면서 말하기를 (행26:24) 바울이 이같이 변명하매 베스도가 크게 소리 내어 이르되 바울아 네가 미쳤도다. 네 많은 학문이 너를 미치게 한다 하니...

베스도 총독은 바울을 향해 소리쳤다 “바울아 네가 미쳤도다” 믿음이 없는 세상 사람들이 눈에는 정녕 바울이 미친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 바울과 바나바가 그리스 땅 루스드라에 전도하러 갔을 때였다. 앉은뱅이를 일으킨 기적이 나타나자 동네 사람들은 바울과 바나바를 하늘에서 내려온 신으로 알고 제우스, 또는 헤르메스라고 불렀다. 그들은 제사드릴 재료들을 가지고 바울의 숙소로 모여들었다. 어찌 생각해 보면 참 좋은 기회였다. 이번 기회에 사람들의 높임을 받고, 그들 위에 신처럼 군림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바울과 바나바는 그들 앞에 달려 나가 옷을 찢었다고 했다. 그리고 소리치기를 “우리는 당신들과 똑같은 인간이며 우리 인간을 구원하시려는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러 왔노라”고 말했다.

세계 역사 중에 가장 놀라운 일은 하나의 종교가 100년 동안에 유럽 전역을 뒤덮은 사실이다.

바울과 몇 명의 기독교인들이 지중해 연안에서 시작한 그리스도의 교회가 교통도 불편했던 2,000년 전인, 1세기에 어떻게 그렇게 산불처럼 퍼져서 유럽을 휩쓸 수 있었을까? 1세기 유럽역사 연구의 권위자인 차펠 박사는 말하기를 “초창기 기독교 교회에는 위대한 설교자들이 많았던 것이 아니다. 초창기 교회가 유럽 사회에서 급성장한 이유는 그 당시 기독교 신자 한 명 한 명이 모두 예수 선전원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예수교도들은 누구와 얘기를 나눌 때에는 반드시 자기가 예수를 믿고 달라진 생활을 말했던 것이다. 이것이 전도이며 유럽을 정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비법이었다. 다시 말하면 교인 전원이 목숨을 건 무보수 전도인이 되었던 것이다.

지금 이 시대에는 돈키호테와 같은 의지와 무모한 듯한 도전정신이 필요한 때다.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이 기사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고 자신이 탄 늙은 말을 최고의 명마로 믿으며 허름한 연장을 최고의 무기로 여기고, 돌아가는 풍차를 보고도 용감하게 달려가는 실천력이 필요한 때이다. 우리에게는 때로 돈키호테와 같은 무모함과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10년 전에도 꿈을 꾸고, 아직도 꿈만 꾸는 사람 때를 얻지 못했다며 늘 망설이고 재는 사람

원래 가진 것이 없어서 할 수 없다는 사람 나를 알아주는 이들이 없어서 이러고 있다는 사람

특히 내 옷깃을 스치고 지나치는 뭇 영혼 전도 대상자를 보고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예수 한번 소개하지 못하고, 심지어는 자신이 예수 믿는다는 사실 조차도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는 사람. 이들에게 400년 전 녹슨 갑옷을 입고 다 늙어빠진 말을 타고서 정의를 위해 칼을 빼 들었던 엉터리 기사 돈키호테가 소리친다.

“주인님, 주인님 저건 풍차예요, 풍차”

“내 말에 토를 달지 말아라, 이놈아 저놈들은 포악한 거인 군대가 틀림 없느니라

무서워 싸움에 나서지 못하겠다면 여기서 기도나 하면서 기다려라”

황당한 상황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종자를 뒤에 두고 돈키호테는 풍차를 향해 빠르게 달려가며 천지가 울리도록 고함을 쳤다.

“자 악당들아 어서 싸울 태세를 갖추어라 내 비록 혈혈단신이지만 나에게는 천명과도 맞붙어 싸울 수 있는 용기가 있다”

돈키호테는 어금니를 꽉 물고 창을 겨누며 맨 앞에 서 있는 풍차를 향해 곧장 돌진했다. 하나님의 일은 언제나 열심을 품은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세워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