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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왜 당신이 생각날까요

김종희 목사/전 총회정치부장·남부산남노회 증경노회장·성민교회 김종희 목사l승인2019.06.03l수정2019.06.0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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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희 목사

서울에 가서 직장생활을 하던 한 청년이 병이 들어 직장을 그만두고 내려왔다. 병원으로부터 일종의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었다. 그길로 우리교회에 등록하여 열심히 출석을 하면서 투병생활을 하게 되었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교인 몇 사람을 대동하고 찾아가서 찬송을 부르고 기도를 해주었다. 한 6개월쯤 지났을 때 그 청년의 병이 더 위중해지고 말았다. 이제는 교회를 못나오는 것은 고사하고 누웠다가 일어나 앉기도 힘들게 되었다.

지금껏 찾아가서 기도해 주었는데 면목이 없었다. 그 청년의 가족 중에는 교회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니냐고 교회 쪽으로 화살을 돌린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살아나야 교회입장이 난처해지지 않을 텐데...’ 걱정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주일 밤 예배를 마칠 무렵 그 청년이 운명하였다는 연락을 받았다. 교회를 원망하는 차에 죽었으니 이일을 어찌하랴?

나는 마음에 작정을 하고 “우리 다 같이 가 봅시다”라는 말을 꺼냈다. 그때 집사님 한분이 “전도사님 가시더라도 오늘밤에 가시면 안 됩니다. 한참 가족들의 마음이 격해 있을 텐데 가면 안 됩니다” 그러면서 내가 부임하기 전 과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었다. 그 과거 이야기의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몇 해 전 여름성경학교 때 교사들과 아이들이 강가에 물놀이를 간일이 있었는데 그때 교회에 나온 지 얼마 안 되는 한 청년이 물에 빠져 익사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 그날 밤, 당시 교역자와 교인 몇 사람이 그 집을 위로 차 방문했다가 그 청년의 아버지가 몽둥이를 들고 흥분하는 바람에 신발도 제대로 못 신고 도망을 했다는 이야기였다.

그 때 일을 상기시키면서 오늘밤에 가면 봉변을 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맞아죽더라도 오늘밤에 가는 것이 도리라며 잠시 방에 들어가 심방준비를 해가지고 나왔는데, 그 사이 교인들은 전부 집으로 돌아가고 없었다. 남아있는 사람이라고는 안춘자 집사님 혼자였다. 나와 아내와 안집사님 셋이서 손전등을 비추며 산등성이를 넘어 그 청년의 집으로 향했다. ‘어떤 봉변을 당해도 달게 받자’는 각오를 하였다. 집 앞에 다다르니 가슴이 뛴다. 그러나 막상 집에 도착하니 상황은 달랐다. 그 집에서는 장례를 지낼 일을 걱정하고 있었다.

‘처녀 총각이 죽으면 몽달귀신(?)이 된다’는 미신 때문에 결혼도 안한 총각이 죽었다고 동네 사람들은 내다보지를 않았다. 더구나 그 청년의 시신이 안치된 방에는 시신에서 흘러나온 물로 이불 두 개가 다 젖었고 방바닥까지 질퍽거리고 있었다. ‘가마니라도 갖다가 싸서 묻어야 하겠는데 어떡하면 좋겠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손발을 걷어 부치고 염습(殮襲)을 했다. 입었던 옷을 벗기고 새 옷을 입혀주었다. 아플 때 신앙고백을 했던 청년이기에 하나님 품으로 간 것으로 믿었다. 시신을 관에다 넣고 십자가가 새겨진 관보를 덮었다.

그 이튿날 영구차도 없고 상여도 쓸 수가 없기에 하는 수없이 손수레(리어카)에 실었다. 관에서는 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다행인 것은 안집사님 남편이 와서 손수레를 끌어주었고 모든 장례절차를 정중하게 치러냈다. 그 일이 있은 후 청년의 부모님이 교회에 출석을 하게 되었고, 그 동네 불신자들의 입에서는 ‘교회는 다녀볼 만한 곳’이라는 칭찬이 나왔다. 장례를 마치고 몇 날이 지나서 그 가정에 위로예배를 드렸다. 그때는 그 집의 온방이 가득차고 대청마루까지 교인들이 둘러앉았다. 그곳에는 ‘오늘밤에 가면 봉변을 당한다’고 피했던 교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로부터 40여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40여년이 지난 지금 안춘자 집사님, 할머니가 되어 있을 당신이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목회가 힘들고 어려울 때 함께 해 준 사람은 세월이 지나도 마음속에 있다.

[김종희 목사 약력]

-강원도 횡성 출생

-원주 대성고등학교 졸업

-칼빈신학교 졸업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졸업(B.A.)

-총신대학신학대학원 졸업(M.Div. Eq.)

-한남대학교 학제신학대학원 졸업(Th.M.)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원우회 부회장 역임

-총신 신대원 제78회 동창회장 역임

-남부산남노회 노회장 역임

-총회 평양노회분립위원장 역임

-총회 조직교회실사위원장 역임

-총회 정치부장 역임

-부산지방경찰청 경목실장 역임

-총회 군선교회 부산지회장

-GMS 부경LMTC 이사장

-부산 성민교회 담임목사.

저서

⁍ 에덴을 닮은 농촌 Ⅰ.Ⅱ(말씀과만남)

⁍ 고향의 파수꾼 우리 목사님(국민일보)

⁕ 주일학교 성경공부 교재

⁍파란 생명의 씨-교리편(말씀과만남)

⁍파란 생명의 싹-계명편(말씀과만남)

⁍파란 생명의 줄기-교육편(말씀과만남)

⁍파란 생명의 이삭-생활.열매편(말씀과만남).

김종희 목사  kjh526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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