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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하 칼럼] 기본으로 돌아가자

김진하 목사/증경평양노회장·예수사랑교회 논설위원/김진하 목사l승인2019.11.13l수정2019.11.1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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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설위원/김진하 목사

중학교 2학년 때 유도를 배웠다. 옛날 용산 역사 옆에 유도장이 있었는데 곰보 사범님이 유명했다. 큰 뜻을 품고 도장에 들어갔고, 제법 열심히 배웠던 것으로 기억된다. 제일 먼저 배우는 것은 유도의 기본예절이었다. 무술이지만 상대의 인격을 존중하고, 예의를 지키는 것이 기본이었다. 도장에 들어올 때는 정중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해야 했고 선배들 앞에서는 장난을 쳐서는 안 되었다.

대련을 할 때는 서로 충분히 허리를 숙여 정중하게 인사를 한 후 시합을 시작해야 했고 갓 들어온 초보는 청소와 정리, 물 떠오는 일, 신발 정리를 해야 했다. 곰보 사범님은 유도를 배우기 이전에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곤 했다. 우린 속으로 생각하기를 아니 우리가 사람이지 동물인가? 질문하기도 했다.

도복을 입고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은 낙법 훈련이었다. 후방낙법, 측방낙법, 전방낙법, 회전낙법... 공격을 먼저 배우는 것이 아니고 공격당했을 때 넘어지면서 다치지 않는 법을 먼저 배웠다. 2주일 쯤 되니까 웬만한 낙법쯤은 쉽게 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3달이 될 때까지 지루하게 계속 기초인 낙법만을 하게 했다. 그동안에 함께 운동하던 친구들도 지루해서 하나 둘 떨어져 나갔다. 우리가 올림픽에서 보듯 두 선수가 마주 보며 대련을 하는 일은 거의 반 년 쯤 지난 후에서야 이루어졌다. 기초 훈련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고서는 좋은 선수가 만들어 질 수 없다.

고등학교 들어가 드럼을 배울 때도 마찬가지였다. 학교 끝난 후 부지런히 달려가 삼각지 로터리에 있는 신문사에서 저녁 무렵 새로 나온 석간신문을 한 무더기 받아들고 남산 아래 동네인 해방촌을 뛰어다니며 다 돌리고 돌아와서는 바로 위층에 있는 드럼학원에서 드럼을 배웠다. 처음 학원에 등록할 때는 멋지게 생긴 드럼에서 금방 환상적인 연주를 할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건 착각이었다. 선생님은 기초부터 가르쳐 주셨는데 드럼스틱 잡는 법을 알려 주었고 좁다란 의자에 앉아 타이어 고무를 붙여놓은 판을 천천히 툭탁, 툭탁 두드리게 했다. 똑같은 동작을 한 시간 반씩 했다. 손가락이 까지고, 물집이 잡히고, 피가 나는데도 계속해야 했다. 두 달이 지났는데도 별 다른 리듬을 가르쳐 주지 않았고 지루할 정도로 고무바닥을 두드려댔다. 그렇게 3달쯤 지나니까 손가락에는 여기 저기 굳은살이 배이면서 점점 때리는 속도가 빨라졌다.

빨리 때리면서도 강약의 조화가 이루어졌고, 박자의 변화를 느끼며 두드릴 수 있었다. 스틱을 잡지 않고도, 손바닥만으로도 리듬이 만들어졌고 넓적다리를 두드려도 노래의 박자가 만들어졌다. 난 지금도 가끔 운전을 하면서 운전대를 드럼 치듯 두드릴 때가 있다. 그때 만들어진 습관이었다. 운동을 배울 때나, 드럼을 배울 때나 마찬가지로 기초 과정을 빨리 끝내고 중급 과정으로 가기를 원했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면 기초과정이 중요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1980년대 베스트셀러였던 로버트 풀검의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책은 너무도 당연하고 상식적인 것들을 이야기 한다.

‘자기 전에는 이를 닦아라’

‘집에 돌아오면 손을 씻어라’

‘정직해라, 거짓말 하면 안 된다’

‘예습과 복습을 잘 해라’

‘음식을 편식하면 안 된다’

‘자기 책상은 자기가 정리해라’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라’

‘친구와 싸우면 안 된다’

이렇게 평범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이 세상에는 상식을 벗어난 사람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너도 나도 위대한 일에 감염되어 있다. 모두 위대한 일만 하려하기 때문에 기초적인 것은 깔보는 습성이 있다. 그러나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능력은 뜻밖에도 너무도 상식적이고 기초적인데 있다.

대학 교육 깨나 받은 청년들이 길거리에 가래침을 아무렇지도 않게 뱉고, 담배꽁초를 길거리에 버리는가 하면, 멀쩡하게 생긴 젊은이가 노인이 서 있는데도 경로석에 버티고 앉아있고, 어쭙잖게 서양 풍습을 따라한다고 길거리에서 둘이 부둥켜안고 입을 맞춘다. 지하철에서 누가 듣건 말건 스마트 폰을 귀에 대고 떠들고, 호탕하게 웃어젖힌다. 거의 몰상식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젊은이들이 흥분하며 입에 거품을 물고 “민족의 미래가 어떻고, 정치가 썩었다. 교육이 희망이 없다. 나라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운동이건, 악기를 배우는 것이건, 인간이 되는 것이건 중요한 것은 기본에 충실 하라는 것이다.

기본은 신앙생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기도할 때면 고래고래 소리 질러 기도하고 찬양할 땐 천사의 모습으로 노래하던 사람이 식당에 올라가 밥을 먹을 땐 아무렇지도 않게 새치기를 하고, 먹고 난 다음에 지저분한 밥상 정리도 안하고 일어선다면 어떤가? 좌석 바깥쪽에 자리 잡고 앉아 가운데 들어가는 사람에게 비켜주지도 않고, 눈치를 주거나 자리가 모자라는데 가방으로 자리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교회 안에서 제법 신앙경력이 쌓였을 법 한 사람들이 철부지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히브리서5:12에 보면 벌써 마땅히 선생이 되었을 사람이 초보 훈련이 안 되어있어 단단한 음식도 못 먹고 젖이나 먹어야 할 갓난아이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물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변화하려는 자기 의지가 없이는 결코 성장하지 않는다. 신앙인이라면 적어도 기본예절이 되어있어야 한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예의가 담겨있어야 한다.

시정잡배처럼 행동하거나, 거친 불량배들처럼 처신해서는 결코 다른 사람의 영혼을 얻지 못한다. 너무 큰 것만을 바라보지 말고 기본에 충실해 보자 기초 훈련을 다시 받아 성숙한 단계로 나아가자.

논설위원/김진하 목사  pastor8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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