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설위원/김진하 목사

세상에서 단위면적 당 가장 많은 돈이 드는 것이 여자의 얼굴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얼굴 이라는 단어는 그 어원이 ‘얼꼴’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얼굴은 정신을 뜻하는 ‘얼’과 형상을 뜻하는 ‘꼴’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말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제 아무리 값비싼 화장품이나 성형수술로 ‘꼴’을 다듬는다 할지라도 ‘얼’이 곱지 않은 사람은 결코 아름답다고 말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색과 모양은 화려하지만 향기가 없는 조화와 같다고나 할까? 그래서 정말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은 ‘꼴’ 못지않게 ‘얼’을 가꾸는데도 열심이 필요하다. ‘얼’을 가꾸기 위해서 사람들은 책을 읽거나, 명상을 하거나 기도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좋은 생각을 한다.

지금은 거의 멸종된 전염병이지만 한때 사람의 얼굴을 흉하게 만들어 놓고 평생을 얽은 얼굴, 곰보로 살아가게 했던 천연두라는 전염병이 있었다. 오래 전, 미국의 한 마을에 천연두가 발생했다. 예방백신이 개발되기 전이라 이 돌림병은 마을의 거의 모든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다. 다섯 살짜리 소녀 그레이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얼굴에 열꽃이 피고, 고열이 몇 날이고 지속되었다. 천연두 전염병으로 인해 이미 그레이스의 오빠와 동생을 잃은 엄마는 어떻게 해서든 그레이스만은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엄마는 그레이스 얼굴의 열꽃 하나하나를 뾰족한 것으로 모두 파냈다.

다행히 천연두는 나았지만 그레이스의 예쁜 얼굴에는 지울 수 없는 흉터들이 남게 되었다. 그레이스가 학교를 다닐 나이가 되자 가족들은 도시로 이사를 했다. 그레이스를 처음 본 짖 궂은 남자 아이들은 그녀를 괴물이라며 놀려댔고, 그레이스의 마음은 더욱 상처를 받았다.

“그레이스, 네가 얼마나 소중한 아이인지 내 말 좀 들어볼래?”

엄마는 눈물로 얼룩진 그레이스의 얼굴에 입을 맞추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네가 어렸을 적에 천연두라는 전염병이 걸린 적이 있었단다. 그 병은 네 오빠와 동생의 생명을 빼앗아 갔는데 이웃의 많은 아이들도 그때 죽었단다. 하지만 하나님이 너만은 살려주셨단다.”

“왜요?”

그레이스가 눈물을 멈추고 물었다.

“넌 소중하니까 그리고 네가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아이인지를 기억하라고 하나님께서는 네 얼굴에 천연두 자국을 남기셨단다. 그래서 네 얼굴의 흉터는 아주 특별하고 소중하다는 표시야. 네 이름이 그레이스 (은혜)로 갚을 수 없는 선물인 이유이기도 한 거란다.”

엄마는 그레이스의 얼굴을 어루만져주면서 말을 이어갔다. 엄마의 이야기를 들은 그레이스는 새삼 자신의 존재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괴물과 같은 얼굴을 가진 아이에서 소중한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레이스는 열심히 공부하여 하버드 대학교의 로스쿨에 들어갔다. 한 번은 파티에서 마음에 드는 남학생을 발견하고 먼저 다가가 말을 걸었다. 그러나 그 남학생은 그레이스의 얼굴을 보고는 실망하여 노골적으로 싫은 기색을 보였다. 그렇지만 그레이스는 당당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당신의 반응은 당연하지요. 그렇지만 내 얼굴에 대해서 이야기할 시간을 좀 주세요.

남학생은 대답도 하지 않고 도망치듯 사라졌다. 얼마 후 그레이스는 또 다시 그 남학생과 마주치게 되었다.

“제 얼굴에 대해서 이야기할 시간을 좀 주세요”

여전히 밝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그레이스의 모습에 남학생은 결국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게 되었다. 그날 이후로 그들은 좋은 만남을 유지하게 되었고 마침내는 결혼에 이르게 되었다. 그 후 남편은 미국의 상원의원이 되었고, 그레이스는 하원의원이 되었다. 넌 아주 특별한 아이이고 소중하다는 어머니의 격려 한 마디가 아이의 인생을 바꾸었던 것이다.

꽃은 우리가 그것을 꽃이라고 불러 주었을 때 비로서 꽃이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그 얼굴의 꼴이 잘났든 못났든 나는 여전히 소중한 존재이고, 그것을 인정해 주어야 비로서 내가 소중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넌 정말 대단해”

“넌 특별한 사람이야”

“넌 정말 귀중한 사람이야”

사랑, 칭찬, 인정... 긍정 에너지는 얼을 가꾸는 소중한 자양분이 된다. 밤이면 잠자리에 들기 전 얼굴에 영양크림을 바르고, 에센스로 양분을 주며, 부지런히 얼굴 팩을 하여 우리의 얼과 꼴을 곱고, 아리땁게 가꾸어야 할 것이다.

야베스는 그 형제보다 존귀한 자라 그 어미가 이름하여 야베스라 하였으니 이는 내가 수고로이 낳았다 함이었더라.(역대상4:9) 세상에 귀중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나 너도 귀중하고, 나도 귀중하다. 그런데 야베스는 그 형제들보다 더 귀중했고 어머니가 특별히 구별하여 귀하다고 지칭했음을 기억해 보자

야베스란 이름 대신에 우리의 이름을 넣어 읽어보자. 여러분은 정말 귀중한 존재들이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아들 예수의 목숨과 맞바꾼 사람이 여러분이다. 어찌 귀중하지 않겠는가? 귀중한 것은 스스로 귀중한 것도 있지만 잘 가꾸고, 다듬어서 귀중해 지는 것도 있다. 얼굴을 가꾸듯 우리의 ‘얼꼴’을 잘 가꾸어 스스로 빛이 나고, 사람들이 함부로 쳐다볼 수 없는 모습을 지닌 귀중한 존재들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