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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하 칼럼] 어머니

김진하 목사/증경평양노회장·예수사랑교회 논설위원/김진하 목사l승인2020.01.14l수정2020.01.1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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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설위원/김진하 목사

한 소년과 사과나무가 있었다. 소년은 사과나무에 올라가 놀았고 그 그늘에 앉아 책을 읽었다. 사과나무는 그 소년을 사랑했다. 소년은 자라서 청년이 되었고 그 사과나무를 떠났다. 시간이 흐른 후 그 청년은 사과나무에게 돌아와 결혼을 해야 하는데 돈이 없다고 했다. 사과나무는 자신의 가지에 달린 사과를 따다 팔아서 결혼하는데 쓰라고 했다.

그 청년은 결혼을 하고 사과나무 곁을 떠났다. 세월이 흘러 중년이 된 그는 사과나무를 다시 찾아와 사업을 하려는데 형편이 어렵다고 했다. 나무는 자신의 가지를 잘라서 쓰라고 했다. 그는 사과나무의 가지를 잘라서 팔아 사업에 보탰다.

그리고 또 떠났다. 세월이 흘러 그가 또 어렵다고 찾아오자 나무는 자신의 몸뚱이를 잘라서 쓰라고 했다. 그는 나무를 잘라서 팔았고 다시 나무를 떠났다. 그리고 세월이 한참 흐른 후 그 소년은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이 되어 그 사과나무를 찾았다. 이제 어린 소년은 힘이 없는 노인이 되었다. 사과나무는 내가 줄 것은 없고 내 밑동에 앉아서 쉬라고 했다. 노인이 된 그 소년은 그 위에 앉아서 쉴 수 가 있었다.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작품의 이야기인데 참 감동적이면서도 가슴이 찡해진다. 나무가 자신을 다 주고 난 후에 “그래서 나무는 행복했다”라고 마무리 짓고 있는데, 마치 자식들을 위해서 모든 것을 다주는 부모의 희생적인 사랑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자식들은 필요하면 언제나 찾아와 손을 내밀고 혜택을 받고는 떠나간다. 필요하면 과일도 따가고, 몸뚱이도 잘라간다. 그럼에도 부모님들은 언제나 기쁘고 반갑게 맞아주신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다 주시고도 섭섭해 하지 않으신다.

어느 드라마를 보다가 어머니란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주인공은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50대의 중년 여성이었다. 어느 날 친구와 함께 부인병 진단을 받았는데 자궁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다. 살아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낀 주인공은 가족들 몰래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데 그로 인해 가족들과 충돌하는 일이 생겼다. 그것은 방 때문이었다. 주인공은 자기의 방을 하나 갖는 게 소원이었다. 남은 시간을 시도 조금 쓰고, 살아온 세월을 돌이켜 보면서 정리할 것도 있고 해서 가족들 몰래 조용히 마무리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주인공인 어머니는 곧 시집갈 둘째 딸 아이가 쓰던 방을 갖고 싶었다. 그 생각을 이야기하자가족들은 모두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시어머니는 말씀하시기를 “네 남편도 서재가 없는데 여자가 무슨 방을 가진다고...” 하시며 대놓고 얹잖아 하셨고, 남편도 “어머니 얹잖게 왜 방은 갖겠다고 해서 시끄럽게 하느냐”고 했다. 큰 딸은 남편의 사업을 위해서 살던 집의 전세를 빼고 친정집으로 들어오려는데 엄마는 자기 생각만 한다고 심통을 부렸다. 둘째 딸도 “결혼 앞둔 딸은 생각도 않고 웬 방 타령만 하느냐”고 어머니를 몰아붙였다.

주인공인 어머니는 “나도 이집을 위해 할 만큼 했는데 내 방 하나 가질 수 없느냐?”고 억울함을 나타냈다. 죽음을 앞둔 여인의 방에 대한 집착이 어려서부터 자기 방을 가져보지 못한 것에서 출발한 것이었지만 여기에서 한국 여성들 특히 어머니들의 한을 엿볼 수 있었다. 그동안 남성 중심의 유교적 문화는 철저하게 여성의 희생을 강요해 왔다. 우리의 어머니들이나 여성들은 이런 희생으로 살아왔다.

손에 지문이 다 닳아 없어지고, 밭고랑에서 따가운 햇살 받아가며 풀 뽑느라 허리가 굽어 꼬부랑 할머니가 되고, 다리는 오다리가 되어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도 자녀를 위한 것이라면 자신의 목숨이라도 내놓을 듯이 사셨다.

우리 자녀들도 부모가 된 후에야 이런 마음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일 년에 두 번 명절이 돌아오면 너도 나도 고향 찾아 발걸음을 옮긴다. 내 필요할 때만 부모님께 손 내밀지 말고 부모님 살아계실 때 한 번 더 찾아보고 전화 한 번 더 해 드리자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가 땅에서 장수하리라 (엡6:)

새삼 어머니생각

나에게 티끌 하나 주지 않는 걸인들이
내게 손을 내밀면 불쌍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에게 전부를 준 당신이 불쌍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나한테 인사치레 밥 한번 사준 친구들과 선배들이 고마웠습니다.
답례하고 싶어 불러냅니다.
날 위해 밥을 하고 밤늦게 까지 기다리는 당신이 감사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드라마 속 배우들 가정사에
그들을 대신해 진짜 눈물을 흘렸습니다.
일상에 지치고 힘든 당신을 위해 진심으로 눈물 흘려본 적은 없습니다.

친구와 애인에게는 사소한 잘못 하나에도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제야 조금 알게 돼서 죄송합니다.
아직도 전부 알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서울여자대학교 사랑의 엽서 공모전 대상작).

논설위원/김진하 목사  pastor8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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