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설위원/김진하 목사

어느 초등학교 교실에서 담임 선생님이 아이들과 공부를 하는 중이었다. 그때 갑자기 아인슈타인 같은 수염을 기른, 언듯 보기에도 비범해 보이는 백발의 노인이 들어왔다. 담임 선생님도 이 노인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 노인은 담임 선생님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교육청의 인성담당 박사인데 교장 선생님의 허락을 받고 왔습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별한 지능 테스트를 하나 해도 괜찮겠습니까?”

교장 선생님도 허락한 것이라니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곧 이어 지능테스트가 시작되었고,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간단한 국어와 수학 시험이었다. 테스트가 끝나자 그 박사는 재빠르게 사라졌다. 담임 선생님이 교무실로 돌아왔을 때 그 박사는 교장실에 있었다. 지능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아이들의 이름을 알려주면서 이 아이가 곧 학급에서 1등을 할 것이라고 교장선생님께 이야기 했다.

그 박사가 지목한 학생은 그다지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아니었지만 박사의 이야기를 듣자 그 학생에 대한 담임 선생님의 생각이 바뀌었다. 수업시간에 그 학생이 말한 답이 틀리면 머리가 너무 좋아서 지나치게 생각한 탓에 틀렸다고 생각했고, 개구쟁이 짓을 하고 있으면 머리 좋은 아이들은 리더십을 이런 식으로 표현한다고 생각했다. 담임 선생님은 그 학생을 재능을 숨기고 있는 우수한 학생이라고 믿게 되었다. 얼마 후 그 학생은 정말 그 학급에서 1등이 되었다.

그렇다면 교육청에서 나왔다는 박사가 실시한 지능테스트는 어떤 것이었나? 그것은 사실 특별한 근거도 없고, 결과도 없는 보통의 테스트였다. 거기다가 그 박사라는 사람은 지능테스트의 결과도 보지 않았다. 그냥 한 아이를 지목하여 그 아이가 엄청난 가능성을 가진 아이 라고 담임 선생님이 생각하도록 만든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거짓말 때문에 그 학생을 바라보는 담임 선생님의 태도가 변했다. 그 학생에게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게 되었다. 특별한 것을 기대했고, 그 아이는 선생님이 믿는 그대로 되어졌던 것이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선생님의 관심이나 말 한마디는 어린 시절 셀프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아주 큰 영향을 끼친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하여 민감하게 느낀다. 공부 잘하는 아이, 정직한 아이, 믿을만한 아이, 거짓말만 하는 아이, 늘 사고뭉치, 희망이 없는 아이... 그래서 아이들은 선생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아이가 되려고 노력한다.

어떤 어머니가 딸에게 이런 말을 습관적으로 했다.

“너는 언니와 달리 머리도 나쁘고, 이렇다 할 특기도 없으니 집안일이라도 잘하는 아내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배워라”

물론 어머니는 정말로 딸을 걱정해서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나 아버지 등 영향력이 강한 가족으로부터 듣는 이야기는 거부하기 어려운 셀프 이미지를 만들게 만든다. 어려서부터 반복적으로 그런 말을 듣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머리도 나쁘고, 잘하는 일도 없는 변변치 못한 아이...’라고 생각하며 이런 부정적인 평가가 자신의 콤플렉스로 굳어져 버린다.

그렇다면 어머니가 딸에게 말한 내용이 틀림없는 사실인가? 아니다, 그것은 어머니의 주관적인 생각에 불과할 뿐이다. 아무리 딸을 생각해서 한 말이라고 해도 부정적으로 표현한 말은 부정적인 생각을 키울 뿐이다. 이런 딸들은 타인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도

“저는 머리가 나쁘고 잘하는 것도 없는 부족한 사람입니다”라는 말을 습관처럼, 입버릇처럼 할지도 모른다. 결국 나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굳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한번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무언가 커다란 변화의 계기가 생기지 않고서는 좀처럼 깨어지기 어려운 법이다.

하나님은 애굽 땅 고센에 430년 살았던 히브리 민족을 구원하여 아브라함에게 약속했던 땅인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땅으로 인도하기를 원하셨다. 모세를 택하여 그 일을 맡기려 하셨다. 호렙산 아래에서 모세를 불러 그 일을 하라고 명하셨으나 모세는 다섯 번이나 자신은 말할 줄 모르고, 혀가 둔하고, 입이 뻣뻣하다는 이유를 들어 사양을 했다.

이것은 모세의 겸손함의 표현이라기보다는 열등감의 표현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듯하다. 과거 애굽에서 병사를 쳐서 죽이고 쫓겨 난 후로 모세는 모든 일에 자신을 잃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나님이 징조와 증거를 보여주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는 부정적인 이유를 들어 거절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언어는 습관이다.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언어는 그 사람의 사고방식을 바꾸어 놓고 이윽고 행동까지도 바꾸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말은 그 사람을 끌어가는 것이다. 긍정과 희망을 말하자. 칭찬과 격려의 말을 하자. 사람 속에 있는 가능성을 크게 보고, 큰 소리로 용기 주는 말을 하자. 우연히 던진 말 한마디가 천하를 정복하게 하는 동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