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설위원/김진하 목사

예 1

비가 내리는 한 밤중에 철로의 건널목을 건너던 자동차가 달려오는 열차에 부딪혀 여러 명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건널목의 간수가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당신은 그때 건널목을 지키고 있었습니까?”

“그렇습니다. 지키고 있었습니다.”

“랜턴으로 신호를 보냈습니까?”

“네 저는 분명히 복무 지침에 따라 책임을 다했습니다.”

건널목 간수는 풀려났다. 과실은 전적으로 자동차를 운전하던 청년들에게로 돌아갔다. 그런데 그날 랜턴의 불을 켜져 있지 않았다. 배터리의 수명이 다한 것이었다.

예 2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달동네에 교회가 하나 개척되었다. 그 교회는 단시간에 엄청나게 부흥을 하여 교회 주변의 집들을 사들여 넓은 주차장을 만들었다. 이 교회에 집회가 없는 날에도 그 넓은 주차장은 텅텅 비어 있었다. 그러나 이 가난한 동네 좁은 골목길은 차를 세울 데가 없어서 서로 다투는 일이 매일 일상처럼 벌어졌다.

예 3

유럽의 백인선교사들이 아프리카에 왔을 때 그들의 손에는 성경이 들려져 있었고 우리는 땅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기도합시다” 하면 우리는 눈을 감았습니다. 눈을 떠보니 우리의 손에는 성경이 들려져 있었고 백인 선교사들은 땅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세 사건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고 살다보니 그렇게 되었다는 것으로 살아가면서 흔히들 하는 변명인 것이다. 그러나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닐지라도 과실은 과실이다. 하나님이 광야에서 제정하신 제사는 6가지였다. 소제, 번제, 속죄제, 화목제, 속건제, 위임제 그중에 속건제 제사법이 있다. 고의성이 없이 부지중에 지은 잘못을 사하기 위한 것으로 속건제는 손해 배상의 성격이 강한 제사였다. 첫째로는 하나님의 성물을 부지불식간에 손상시킨 경우이고 둘째로는 이웃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였다.

속죄제가 하나님의 법을 어김으로 하나님과 훼손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드리는 제사라면 속건제는 인간 상호간의 관계 회복과 하나님의 성물에 대한 보상을 위한 제사였다. 남의 물건이나 맡긴 것에 손해를 입혔을 경우에는 그 원금에 1/5을 더 배상한 후에 속건제를 드려야 했고 그냥 말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우리 기독교의 주안점은 관계의 회복과 유지에 있다. 첫 번째 관계는 하나님과의 관계이고 둘째는 사람들과의 관계다.

십자가가 무엇인가? 수직과 수평이 만나 십자가를 이루듯 위로 하나님 공경과 아래로는 이웃 사랑으로 완전한 사랑을 이루는 것이다. 모든 율법을 분석해 보면 모두 이 두 가지에 다 포함되어 있다. 십계명을 보면 하나님을 위한 계명이 4개, 사람들과의 관계를 위한 계명이 6개 이다. 그러므로 관계를 무시하면 안 된다.

사극에 보면 왕의 총애를 받기 위해 암투를 벌이는 후궁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보게 된다. 어떤 후궁은 짚으로 만든 인형에 바늘을 꽂는 장면이 나온다. 정상적으로는 힘이 약해서 복수를 직접 할 수 없을 때 주술의 힘을 빌려 상대를 해치려는 사술의 방법이다. 무당에게 찾아가 복채를 내밀면 남을 해하는 비법까지도 세세하게 가르쳐준다. 올바르게 사는 법을 배우려고 무당을 찾는 사람은 없다. 사실 무당은 이웃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러나 기독교는 하나님과의 관계는 물론이거니와 이웃과 더불어 함께 사는 길을 제시해 준다. 설혹 부지중에 실수해서 잘못하거나 손해를 입힌 경우라도 그것을 보상하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재산과 물질을 거저 빼앗았던 세리장 삭게오가 뽕나무 위에서 극적으로 예수님을 만났다. 그는 예수님을 자기의 집으로 모셨고 지극 정성으로 섬기며 접대하였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삭개오는 자원하여 말하기를 “나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것이고 토색한 것이 있다면 네 배를 쳐서 갚아주겠다”고 선언했다. 주님은 “오늘 구원이 이집에 이르렀다”고 말씀하셨다. 삭개오는 속건제를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심코 행하였던 행태들이 혹시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깨트리지는 않았는지를 살핌을 실천했던 것이다.

기독교인들 중에는 의외로 이기적인 사람들이 많다. 남이야 어떻든 우리만 좋으면 되고 우리만 만족하면 그만인 경우다. 코로나 19가 다시 재 확산됨으로 인해 온 나라가 비상이 걸렸다. 교회를 포함하여 음식점들이나 카페, 그리고 다중이 모이는 시설들은 모두 감시대상이 되어 까무러치기 일보 직전이다. 이런 와중에도 방역수칙을 짐짓 어기고, 숨기고, 억지를 부릴 뿐 아니라 억지 논리와 궤변으로 교회와 기독교인들의 낯을 뜨겁게 하는 기독교인들이 있다. 사람들은 말하기를 이번 코로나19의 최대 피해자는 교회라고 한다. 그러나 어찌 보면 우리 스스로 자초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 이제 우리의 눈을 관계로 돌려야 한다. 관계가 무너지면 모두가 무너지는 것이다. 우리로 인해 관계가 무너지고 주저앉은 사람들은 없는지 살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