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희 목사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는 총신대학교(이하 총신) 정상화 추진계획에 따라 재단이사(이하 이사) 30명을 추천하도록 하였다. 추천 비율은 총신대 대학평의원회로부터 8인, 개방이사추천위원회로부터 8인,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이하 총회)로부터 8인, 전‧현직이사협의체로부터 2인, 관할청(교육부장관)으로부터 4인을 추천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이사 추천을 바라보면서 필자의 바람을 적어 보고자 한다.

Ⅰ. 특정 세력(勢力)으로 쏠려서는 안 된다

총신의 이사가 어떤 특정 세력으로 쏠리게 되면 과거와 다를 바가 없다. 과거의 어떤 특정인을 중심으로 뭉쳤던 세력이 아닌 다른 세력이 등장한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또 총신은 등장한 세력을 향하여 도전 세력이 생겨나 총신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있을 수 있다. 앞으로 총신은 어떤 세력에도 휘둘리지 않는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 이사가 총회 정치의 한 축으로 쏠려서는 안 되고 견제(牽制)와 균형(均衡)이 유지되어야 한다.

Ⅱ. 신학의 정체성(正體性)을 지켜야 한다

이사들이 신학의 정체성을 지켜 총신이 변질(變質)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총신의 건학이념은 1901년 마포삼열 선교사 자택에서 본교 전신인 평양 조선예수교장로회신학교가 설립되면서부터, 총신은 개혁신학, 개혁신앙, 개혁실천이라는 건학이념을 기반으로 기독교 인재를 양성하는데 힘쓰고 있다. 본 교단은 자유주의 신학이나 동성애를 배격한다. 이런 교단의 정체성이 지켜지기 위하여 본 교단 안의 인물로 이사가 선임되어야 한다.

Ⅲ. 총회의 지도(指導)를 받아야 한다

총신은 일반사학이 아니고 종교사학이다. 교단이 직영하는 신학교이다. 그런데 정관을 정비하지 못한 불찰(不察)로 교단과는 상관이 없는 신학교처럼 되어 버렸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총회가 직영하는 신학교로 분명하게 정관을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하여 총회의 지도를 잘 따를 수 있는 인물이 이사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이사로 복수 추천되는 인사들에게 만약 이사로 선임되면 총회 지도를 잘 따르겠다는 서약과 이 서약을 어기면 목사 신분상 또는 목회상 어떤 처벌도 받겠다는 서약을 사전에 받아 두는 것이 필요하겠다.

Ⅳ. 총회와 연결 고리가 필요하다

① 과거 사학재단(私學財團)에서 임시이사의 종전이사를 배제한 이사선임권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했던 사례가 있다. 이유는 본질적으로 학교법인의 지배구조를 변경하여 사학의 공립화를 초래할 수 있고 보상 없는 재산권의 수용이 가능한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② 이런 맥락에서 아무리 믿을만한 이사를 선임한다하여도 사람을 믿기 보다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총회와 별도로 이사들이 움직이다 보면 학교 법인의 지배구조를 교단신학교라는 말만 있을 뿐 총회와는 무관하게 15명의 이사들에 의하여 움직이는 구조가 되게 할 수 있다. 이에 현 총회장과 차기 총회장은 이사가 되어 총회와 연결시키는 역할을 해야 된다. 적어도 정관 개정과 이사가 자리를 잡기 위하는 1~2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Ⅴ. 정치력이 필요하다

총신을 무대로 하여 정치를 하려고 하는 정치꾼은 배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총신의 이사 15명에 들어 총신을 이끌기 위해서는 정치력이 필요하다. 후원금 잘 내고 비정치적인 인물이 상책은 아니다. 학교 인사에도 관여해야 하고 정부의 기관과 대화하는 창구 역할도 감당해야 한다. 총신에 관심을 갖도록 전국 교회를 모으는 일도 필요하다. 이사들이 얼마나 돈이 많은지는 모르지만 15명이 필요한 돈을 다 충당할 수는 없지 않은가. 자신들도 내면서 전국교회의 협력을 받아내야 한다. 때로는 학생과 교수에게 지도가 필요할 때도 있다. 이런 일들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전국 교회의 인정을 받는 참신한 인물로 정치력이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Ⅵ. 결론

견제와 균형이 조화를 이루는 이사 선임이 되기를 바란다. 본 교단 신학의 정체성이 지켜지기 위하여 교단안의 인물로 선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총회의 지도를 잘 따를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구성된 이사들이 총회의 지도를 따를 수밖에 없는 제도적 장치가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 새로 선임되는 이사는 무조건 믿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막상 되고나서 말을 안 들으면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 속았기에 또 속는 것은 아닌가 하는 트라우마가 있다. 총회와 연결고리가 꼭 있어야 한다. 그래서 1~2년은 총회장이 이사가 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전국 교회의 신임을 받을 수 있으며 정치력이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아무쪼록 이사가 잘 선임되어 총신이 제자리를 잡고 건실하게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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