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설위원/김진하 목사

남루한 차림의 거지같은 사람이 화실 앞 벤치에 넋을 놓고 앉아 있었다. 그의 눈빛은 기대도 희망도 찾아볼 수 없는 초점 잃은 눈동자였고, 얼굴에서는 윤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어깨는 축 쳐져 있었고 그의 표정 속에는 패배감이 짙게 배어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화가가 그 거지를 모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화가가 그린 그림 속에는 벤치에 다른 사람이 앉아 있는 것이었다.

초점을 잃은 채 먼 곳을 응시하던 힘없는 눈동자는 사라지고 총기와 결의에 찬 눈빛이 있었고 윤기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핼쑥한 얼굴은 사라지고 의욕이 넘치고 부티가 흐르는 얼굴이 대신하고 있었다. 그 화가는 맥이 풀리고, 인생을 포기한 듯한 거지의 얼굴을 강철 같은 굳은 의지와 결단성을 지닌 젊은이로 그려나갔던 것이다. 그림을 마무리 하자 화가는 모델이었던 그 사람을 불러 그림을 보여주었다. 거지는 그림 속의 모델이 자신과 닮아 있었지만 그것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저게 누구입니까?”

화가는 미소를 띤 채 대답했다.

“바로 당신이지요”

거지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다시 물었다.

“저 그림 속의 사람이 정말 저란 말입니까? 어떻게 저런 모습으로 변할 수 있습니까?”

그러자 화가가 대답했다.

“전 당신을 관찰하면서 그렸을 뿐입니다.”

이 말을 듣자 순간 그는 어깨를 똑바로 펴는 것이었다. 눈에 힘을 주며 정신을 차렸고 당당한 자세를 유지하려고 애쓰며 말했다.

“당신이 본 내가 바로 저 그림 속 사람이라면 나는 앞으로 저렇게 살 겁니다.”

이 이야기는 미국 LA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수정교회 로버트 슐러 목사님의 <그래도 희망은 있다>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우리가 아무리 힘이 없고 절망 중에 고통스럽더라도 하나님이 그리시는 내 모습은 언제나 희망이 넘치는 모습이다. 우리가 비록 패배자의 모습을 한 채 처량하게 주저앉아 있을 지라도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희망과 기대를 갖고 바라보는 분이시다. 결코 하나님은 우리를 그리실 때 힘없는 눈동자, 윤기 잃은 얼굴, 축 쳐진 어깨를 그리려 하지 않으신다. 우리를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은 우리가 힘을 내어 당당하게 헌신하며 주도적으로 사역하기를 원하신다.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가 90세에 극적으로 아들 이삭을 낳았다. 아브라함의 나이 100세 때의 일이다. 그런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한 아들 이삭이 몸종 하갈에게서 태어난 이스마엘에게 자주 놀림을 당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목격한 사라는 속이 뒤집혔고 남편을 강권해 하갈과 이스마엘을 광야로 쫓아내고 말았다. 쫓겨 난 모자는 브엘세바 광야에서 방황하다가 물도 다 떨어지고 죽기 일보직전이었다. 어미는 아들의 죽는 것을 차마 보지 못하겠다며 방성대곡하며 목을 놓아 울었고 더 이상 그들을 도울 대상은 없었다. 바로 그때 하늘로부터 하나님의 사자가 나타나 그 모자를 위로하는 것이었다.

“하갈아 무슨 일이냐? 두려워 말라. 내가 저 아이의 소리를 들었노라 내가 그를 도와 큰 민족을 이루게 하리라”

그렇다 이 하나님이 바로 우리의 하나님이시다. 만약에 주님의 음성을 들을 수만 있다면 우리는 더 이상 그를 실패자라고 말 할 수 없다. 우리가 아직도 절망과 낙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세미한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눈이 열려진다는 것은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다. 눈을 가졌다고 다 보는 것이 아니며 눈을 떴다고 다 보고, 다 아는 것도 아니다. 성령이 돕지 않으면 눈은 떴다 해도 보이지 않는다. 하갈의 눈을 열어주신 하나님은 오늘 우리의 눈도 열어주실 것이다. 하갈을 간곡히 위로해 주신 하나님은 우리의 어깨를 어루만지시며 격려와 위로로 힘주실 것이다. 주님을 만나는 것이 삶의 첩경이며 주님과 동행하는 것이 인생의 지름길이다. 주님이 우리와 동행해 주신다면 그래도 우리에게 희망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