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설위원/김진하 목사

알렉산더 대왕이 아들의 가정교사가 너무 엄격하게 가르치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엄격한 것도 좋지만 고삐를 늦추어 다소 쉽게 할 수는 없는가?” 그러자 가정교사는 웃으며 말했다. “왕이시여 왕자라 할지라도 학문의 길에는 지름길도 없고 샛길도 없는 법입니다.” 그렇다 인생의 길에는 지름길도 없고, 샛길도 없다. 인생이란 남달리 빨리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비상한 방법으로 앞질러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인생은 그래서 공평한 것이다.

어떤 사람의 아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이미 두 번이나 월반을 했다면서 자랑을 하곤 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리 자랑할 조건이 못된다. 인생의 길이란 학교의 성적을 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학에서 강조하는 것은 교육은 그때그때 나이와 연륜에 따라 배워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다섯 살 난 아이는 다섯 살에 배울 것이 있어서 그 다섯 살이 지나면 일생동안 지녀야할 중요한 정서가 결핍될 수 있다고 한다. 영재들이 간혹 월반을 해서 8세에 대학에 입학한 천재도 있었지만 추적해 보면 그리 만족한 인생을 살지 못했다. 1년이나 2년 남들보다 빨리 사회에 나간다고 좋을 것은 없다. 반면에 50세에 대학을 늦깎이로 나왔다고 안 될 일도 없는 것이다.

미국의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에서 사관생도들이 시험 때 컨닝을 한 것이 크게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컨닝은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얻는 것으로 경제논리에는 맞을지 모르지만 배움의 목적을 파괴하는 행위에 해당된다. 마라톤은 규정된 코스를 다 달리는데 의미가 있다. 남이 안 본다고 샛길로 숨어들어가 지름길을 찾아 우승을 한다면 그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인생살이에서도 샛길을 찾고 지름길을 찾아 빨리 가는 것이 꾀가 있어 보이고 영리한 듯 보여도 그 인생은 완전 실패작인 것이다.

바둑에는 정수(正手)란 말이 있다. 정수란 그때그때의 판세에 따라 꼼수를 부리지 않고 원칙적으로 놓는 수를 말한다. 속임수는 대등한 실력자가 나타나면 즉각적으로 응징을 당하게 마련이고 오만한 수는 쉽게 파괴되고 욕심에서 나온 수는 모래위에 세워진 집처럼 허무하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바둑의 금물은 샛길과 지름길이다. 삶의 철학도 정수를 따라야 할 것이다. 다소 손해를 보는 듯 해 보이고 약간 지연되는 듯해도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화술(話術)에 의해 토론을 이길 수는 있으나 최후의 승자는 정도(正道)를 걷는 사람이다” 웅변 학에서 하는 말이다.

구약성경에는 정도를 걷지 못해 패가망신한 한 사람을 소개하고 있다. 아람의 군대장관 나아만이 문둥병에 걸렸다. 이스라엘에서 잡아온 한 여종을 통해 들은 소문은 이스라엘 사마리아에 한 선지자가 있는데 그에게 가면 분명 문둥병을 고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사마리아로 내려간 나아만 장군은 어이없게도 요단강에 가서 일곱 번 목욕하라는 말을 듣는다. 처음에는 자존심 상해 그냥 오려고 했지만 아랫사람들의 간청으로 요단강에 들어가 일곱 번 목욕을 했고 놀랍게도 문둥병은 떠나가고 어린아이 살처럼 깨끗하게 고침 받았다. 나아만 장군은 가지고 갔던 온갖 보물들을 선지자에게 드리려 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이 장면을 바라보고 있던 선지자의 사환 게하시가 생각해 보니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는 선지자 몰래 그들의 뒤를 쫓아가서 은 두 달란트와 옷 두벌을 챙겼다. 돌아오는 길에 선지자 선생님을 만났고 다 알면서 그의 행적을 묻는 질문에 거짓으로 대답을 하고 있었다.

“지금이 어찌 은을 받으며 옷을 받으며 감람원이나 포도원이나 양이나 소나 남종이나 여종을 받을 때냐? 나아만의 나병이 네게 들어가 네 자손에게 미쳐 영원토록 이르리라(왕하 5:26~27)”

선지자의 책망의 음성이었다. 그때부터 게하시에게는 나병이 발하여 눈처럼 빛났다고 했다. 게하시는 정도를 걷지 못했다. 샛길을 찾았고, 지름길을 찾았다. 가서는 안 될 길을 갔고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던 것이다. 이 세상의 병폐는 거의 모두가 정도를 포기하는데서 온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샛길을 찾고, 지름길을 찾으려는데 문제가 있다.

요즘 온 나라가 벌집을 쑤셔놓은 듯하다. 신도시나 택지 개발 정보를 먼저 입수한 공직자들이 은행에서 거액의 대출까지 받아 땅 투기를 했는데 한 두 명이 아니고 국회의원,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을 비롯한 다양한 공직자들까지 연루되어 있다는 것이다. 너도 나도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샛길을 찾으려는 현상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한 숱한 환란과 고통도 어렵긴 하지만 샛길을 찾으면 안 된다. 어려움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여호와께로 돌아가는 것이다. 여호와께서 이 땅을 고쳐 주셔야 한다. 주여 이 땅을 고쳐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