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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광석 칼럼] 순교자

옥광석 목사/동도교회·천마산기도원 원장 옥광석 목사l승인2021.10.14l수정2021.10.1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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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광석 목사

한국전쟁 중 14명의 목사들이 공산주의자들에게 의해 체포되었다. 정보국에 따르면 그 중 12명은 처형되었으나 2명은 살아남았다. 신 목사와 한 목사였다. 왜 그들은 제외되었나? 그리고 왜 그 둘뿐이었는가? 살아남은 신 목사는 주장했다. 처형된 12명은 순교자였다고. 신앙을 부인하지 않아서 죽게 된 것이라고. 과연 그랬을까? 아니면 목격자의 증언처럼 다른 목사들을 저버리고 목숨을 구걸한 배신자였나?

평양 시내 모든 교인들은 이제 12명의 목사 추도식을 엄숙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모두를 순교자로 추앙하면서. 하지만 살아남은 두 목사는 의심을 받았다. 배교자요 배신자라고. 하지만 신 목사는 그 따가운 의심의 눈총 가운데서도 교회를 떠나지 않았다. 묵묵히 교회를 지켰다. 추도식까지 준비하였다. 그런데 행방불명된 평양 시내의 14명의 목사를 조사하던 육군 방첩대의 조사 결과는 전혀 달랐다.

살아남은 두 목사 중 한 목사는 북한군에게 끌려가 조사를 받다가 미쳐 버렸고, 신 목사는 오히려 신앙을 부인하지 않아 살았다고. 포로로 잡힌 북한군 정 소좌의 증언이었다. “난 당당하게 싸우는 걸 좋아해. 그자는 용기가 있더군. 내 얼굴에 침을 뱉을 만큼 배짱 있는 친구는 그자 하나뿐이었어. 난 내게 침을 뱉을 수 있는 자를 존경해. 그래서 그자만은 쏘지 않았던 거야.” 하지만 나머지 12명의 목사는 모두 자신의 신과 신앙을 부인해 죽였다는 증언이었다. 젊은 한 목사는 미쳐서 살려주었다고. 재미교포 작가 김은국의 장편소설 <순교자>의 내용이다.

▲ 옥광석 목사

펄벅은 <순교자>를 극찬했다. 신에 대한 의혹과 고뇌를 다룬 이 어려운 작업을 김은국이 해내었다고. 이 작품은 노벨문학상 후보작에 올랐었다. 오래 전, 이 책을 접하고 큰 감명을 받았다. 대한민국에 이렇게 글 잘 쓰는 작가가 있었다는 것에 가슴 뿌듯했다.

요즘 우리 세상을 바라본다. 가짜가 진짜 같고, 진짜가 가짜처럼 보이는 세상. 산 자가 죽은 자 같이 보이는 세상. 자기를 믿어 달라며 호소하는 자가 가짜 같고, 침묵하는 자가 진짜 같아 보이는 세상. 일등이 꼴찌 같고, 꼴찌가 일등 같아 보이는 세상. 겉은 화려한데 알맹이가 빠진 듯 한 세상.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되었는데 진실이 없어 보이는 세상. 말의 부도와 수표가 남발하는 세상. 돈과 권력의 집착과 욕망으로 취해 버린 세상. 목적을 위해서라면 불의한 수단과 방법도 괜찮다는 세상. 궤변과 내로남불. 정치인은 많은데 참 정치인 찾기가 힘들다. 우리 사회 지도층 인사들과 지식인도 마찬가지다. 정의와 진실 규명을 위해 헌신하는 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여전히 12명의 순교자가 있다. 한목사도 있고, 신 목사도 있다. 진실 규명을 위해 힘쓰는 정 대령도 있고, 직업의식과 사명이 투철한 이 대위와 박 군도 있다. 이념의 편향성에 물든 정 소좌도 있다. 알고 보니 순교자들이 가짜였다. 가짜는 진짜였다. 신 목사는 동료 목사들의 명예를 위해 침묵하였다. 신앙 없어 보인 그가 가장 신앙 있게 행동했다. 끝까지 가봐야 안다.

불의와 거짓과 탐욕으로 얼룩진 세상에서 정의와 진실이 우리 사회와 교회 속에 가득한가? 끝까지 신앙을 지킨 신 목사. 그리고 투철한 사명감과 냉철한 이성으로 진실 규명을 위해 노력하는 이 대위와 같은 이들이 많아져야 탐욕과 욕망으로 썩어가는 이 사회가 좀 나아지지 않을까? 일말의 기대를 가져 본다. 세상은 어두워지고 썩어간다. 갈수록 더 그럴 것이다. 성경의 예언이다.

이제 교회가 세상을 향해 더 큰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한다. 절망 중에도 희망을 선포하면서. 김은국의 말처럼 ‘절망은 이 피곤한 생의 질병’이기에. 이성과 상식, 논리와 합리성이 더 잘 작동되는 세상을 꿈꾼다. 진실은 규명된다. 시간의 차이일 뿐이다. 진실과 진리와 정의만이 어지러운 세상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요 8:32) 진리여, 영원하라!

옥광석 목사  pearlksoa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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