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논설위원/김진하 목사l |
중국 춘추시대에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노 나라의 어느 마을에 가난한 여인이 살고 있었다. 그때에 이웃인 제 나라에서 노 나라를 차지하기 위해 군사들이 쳐들어왔다. 제 나라 군사들이 갑자기 이 여인이 살던 마을에 들이닥치자 여인은 젖먹이 아기를 품에 안고 어린 아이의 손을 잡은 채 필사적으로 도망을 쳤다.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해서 제나라 군사들에게 잡힐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군사들이 코밑까지 뒤 쫒아오는 것을 본 여인은 눈물을 머금고 둘 중 한 아이를 버리기로 작정했다. 여인은 품에 안고 있던 젖먹이 아이를 풀 섶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어린아이의 손을 꽉 잡고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렸다. 그러나 여인은 결국 제나라 군사들에게 잡히고 말았다.
제 나라의 지휘관은 조금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어찌하여 품에 안고 있던 아기는 내려놓고 어린아이만 데리고 도망했느냐?” 여인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내가 품에 안고 있던 젖먹이는 내 자식이고 손을 잡고 있던 아이는 형님의 자식입니다. 나는 누구보다도 내 아기를 사랑합니다. 그러나 내 아기를 돌보는 것은 사적인 사랑이고 형님의 아이를 돌보는 것은 공적인 의입니다. 형님의 자식을 버리고 내 자식을 구하는 것은 공적인 의를 버리고 사적인 사랑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나는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내 자식만을 구하고 형님의 자식을 버린다면 우리 집안 꼴은 어떻게 될 것이며 나아가 모든 백성들이 공의를 버리고 사욕을 따라 산다면 나라꼴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 말을 들은 제나라 지휘관은 크게 감동을 하였다. “공의가 무엇인지 아는 여자가 있는 도성이라면 쳐 들어갈 수 없다”라고 말하며 공격을 멈추고 철수했다고 한다.
공의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한 여인이 성읍을 구했다. 천 명, 만 명의 군사보다 한 여인의 공의로움이 강했던 것이다. (잠14:34) “공의는 나라를 영화롭게 하고 죄는 백성을 욕되게 하느니라” 공의가 있는 사람, 공의가 있는 나라는 결코 망하지 않는다. 역사를 보면 어느 나라든지 가난해서 망한 나라는 거의 없다. 공의가 무너지고 도덕적인 부패와 타락이 나라도 망하게 한다는 것을 역사는 교훈한다.
예레미야 5장은 조국의 비운을 바라보며 눈물로 애간장을 태우던 예레미야 선지자를 통해서 주신 하나님의 말씀이다. 당시는 북방 이스라엘 나라가 앗수르(앗시리아)에게 망하고 150년쯤 지난 뒤로 유다 나라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기울어 가고 있을 때의 일이었다. 예레미야는 멸망을 앞둔 조국의 슬픔을 내다보며 유다를 향해 하나님의 심판을 선포했다. 선지자는 모두가 잠든 시간에 깨어서 역사의 위기를 내다보는 사람이다. 하나님을 버리고 숲속에서 주운 돌을 세워놓고 그것을 나의 신이라며 엎드려 절을 하는 유다는 하나님의 심판을 피할 길이 없었다. (렘2:27) 그들이 나무를 향하여 너는 나의 아버지라 하며 돌을 향하여 너는 나를 낳았다 하고 그들의 등을 내게로 돌리고 그들이 얼굴은 내게로 향하지 아니하다가 그들이 환난을 당할 때에는 이르기를 일어나 우리를 구원하소서 하리라
백성들은 우상을 섬기기 시작했고 정치인들은 힘없는 백성들의 토지를 불법으로 약탈하며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혈안이 되어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곳곳에서 거짓 선지자들이 일어나 백성들의 마음을 현혹하기 시작했고 그들의 예언은 거짓예언이었고 하나님으로부터 어떤 계시도 영감도 받은 적이 없었다. 더군다나 예루살렘 성의 부패는 극에 달하여 성전 앞 넓은 거리에는 항상 수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지만 안타깝게도 그중에 하나님을 향한 진정한 예배자는 단 한 사람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자식처럼 사랑하고 아끼셨었다. 애굽에서 이끌어 내시고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까지 인도하신 것도 사랑과 애정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자식 같던 유다 나라가 하나님을 저버리며 배신을 했다. 하나님의 목전에서 밥 먹듯 우상을 숭배하고 패역한 죄악을 뻔뻔하게 저질렀던 것이다. 하나님은 울고 계셨다. 자식의 종아리를 때리는 부모의 마음처럼 유다를 징계 하는 하나님은 울고 계셨다. 하나님은 예레미야를 통하여 눈이 짓무르도록 울고 또 우셨다. 사랑하는 아들을 교도소로 보내는 부모의 울음이었고 혀를 깨물고 머리를 쥐어뜯는 소리 없는 통곡이었다.
하나님은 매를 높이 들어 유다를 치려했던 손을 잠시 내리셨다. 그리고 말씀하시기를 “예루살렘 거리를 다니며 다시 찾아보라”고 하셨다. 의로운 사람을 한 사람이라도 찾는다면 예루살렘을 용서하시겠다는 말씀이었다. (렘5:1) “너희가 만일 정의를 행하며 진리를 구하는 자를 한 사람이라도 찾으면 내가 이 성읍을 용서하리라” 한 사람의 의인만 찾을 수 있다면 모두를 전부를 용서하시겠다는 아버지의 애절한 음성이었다. 하나님의 눈에 드는 한 사람만 찾을 수 있다면 이 성읍 전체를 용서해 주시겠다는 은혜의 선포였다.
애석하게도 예루살렘 거리를 오가는 수많은 인파들 중에서 단 한 사람의 의인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예루살렘 성은 적군에게 함락되어지고 성전과 성문은 불타고 백성들은 바벨론의 종으로 끌려가는 비참한 종말을 맞이하고 말았다.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에게서 공의를 행하는 진실한 한 사람을 찾고 계신다. 그 한 명의 의인을 찾으실 때에 “주여 내가 여기에 있나이다” 외칠 사람이 누굴까? “나를 써 주시옵소서” 하며 자원할 사람은 누구일까? 우리가 이 혼탁하고 흑암한 시대에 하나님이 찾으시는 한 명의 의인이 될 수는 없을까?
논설위원/김진하 목사 pastor88@hanmail.net![[옥광석 칼럼] 낙타의 후회](/news/photo/202404/6179_26371_4618.jpg)
[옥광석 칼럼] 낙타의 후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