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설위원/김진하 목사

영국 왕 조지 5세의 맏아들인 에드워드 8세는 조부 에드워드 7세를 닮아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황태자 시절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또 그들과 사귀었다. 그는 사회문제에도 조예가 깊었던 사람이었다. 그는 부친인 조지 5세가 세상을 떠나자 1936년 독신인 채로 대영제국의 왕이 되었다. 그러나 에드워드 8세는 왕이 된지 11개월 만에 왕관을 벗고 왕좌에서 내려옴으로 전 세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미국 출신의 이혼녀 심프슨 여인을 사랑했다. 그러나 두 번씩이나 이혼한 경력이 있는 심프슨 여인과의 결혼을 영국 왕실이 용납하지 않았고 영국의 국교인 성공회에서 조차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심프슨과의 결혼을 위해 대영제국의 왕관을 미련 없이 던져버렸다. 그는 에드워드 8세라는 이름을 버리고 윈저 공이라는 이름으로 결혼을 한 후에 프랑스로 건너가 여생을 심프슨과 함께 했다.

심프슨 여인은 회고록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참으로 행복한 여자다. 나는 잠시라도 슬픔을 가질 자격조차 없다고 생각한다. 왕관보다 나를 더 사랑하고 왕국보다 나를 더 귀중히 여기고 나를 끔찍이 사랑하여 그 막대한 권력과 부를 누리는 것보다 나를 더 사랑해 주는 남자를 가진 여인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는가?”

사실 알고 보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런 사랑을 받은 사람들이다. 우리가 믿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는 하늘 보좌를 내어놓으시고 하늘 영광을 다 버리신 채 인간의 몸으로 도성 인신하신 분이셨다. 이 땅에 오신 예수께서는 죄로 얼룩진 우리 인생들을 살리시기 위하여 모든 고난과 박해를 다 받으시고 이윽고 험한 형틀 십자가에 달려 살 찢고 피 흘려 죽으심으로 우리의 죄를 사하시고 구원을 이루셨다. 하나님이신 예수께서 보여주신 이 놀라운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도 심프슨 여인과 같은 감격적인 고백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가 바로 대영제국의 왕으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았던 심프슨 여인이 아닐까? 두 번씩이나 이혼한 경력을 가졌던 미국 여인이 감당할 수 없는 사랑과 은택을 입었던 것처럼 우리야 말로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하나님의 은총과 사랑을 받은 주의 거룩한 백성들인 것이다.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를 안다는 것, 즉 그리스도에 대한 지식이 얼마나 값지고 고귀한 것인가를 말했다. (빌3:7~9) “그러나 무엇이든지 내게 유익하던 것을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다 해로 여길뿐더러 또한 모든 것을 해로 여김은 내 주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하기 때문이라 내가 그를 위하여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배설물로 여김은 그리스도를 얻고 그 안에서 발견되려 함이니...”

바울은 다소에서 태어났고, 로마의 시민권을 가진 사람이었다. 가말리엘이라는 당대 최고의 율법학자에게서 배웠고 율법으로는 흠이 없는 앞길이 구만리 같은 청년이었다. 그러나 바울은 자랑스러운 자신의 출신 성분, 집안 배경이나 학벌, 또는 세상의 지식 등 귀중했던 모든 것을 배설물처럼 분토처럼 여겼다. 그 이유는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했기 때문이었다. 세상의 어떤 귀중한 것도 예수와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찬송가 가사처럼 “주 예수보다 더 귀한 것은 없네~~” 예수와 비교해 보니 그 모든 것은 배설물이었고, 분토였다.

우리는 정말 예수님을 절대적으로 사랑하는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고 바꿀 수 없는 존재라고 고백할 수 있는가? 애석하게도 오늘날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십자가의 고난 없이 영광만을 얻기 원한다. 정말 예수를 절대적으로 사랑한다면 예수 때문에 당하는 고난, 예수 이름 때문에 당하는 억울함과 고통도 감수해야 한다.

서양 속담에 “No cross No crown” “십자가 없는 왕관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또 다른 서양 격언에는 “냇물에서 돌들을 치워버린다면 냇물은 노래를 잃어버린다”는 말이 있다. 인생에는 고통의 리듬이 있다. 고통스러운 이것 없으면 다 좋을 것 같지만 밋밋한 삶은 단조로울 뿐이다. 삶에는 우여곡절이 있을 때 더 가치 있고, 더 그럴듯한 삶이 된다. 사람은 고통 중에 그 인격이 다듬어진다. 특히 예수 그리스도 때문에 당한 고난의 흔적은 영광스런 흔적이 될 것이다.

에드워드 8세 왕이 왕위를 내던지기 까지 이혼녀 심프슨 여인을 사랑한 것처럼 예수께서는 하늘 보좌를 내어 놓으시고 이 땅에 오셔서 허물진 우리를 사랑해 주셨다. 그 예수님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무엇이며 견디지 못할 고난이 무엇이겠는가? 바울은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함으로 모든 것을 배설물로 여겼다고 했다. 나도 오늘 주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는 결단을 허락해 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