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설위원/김진하 목사

뉴욕의 한 고등학교 3학년을 담임하는 여교사가 학생들에게 숙제를 하나 냈다. 학생들을 한 명씩 교단 앞으로 나오게 한 후 가슴에 파란색 리본을 달아주었다. ‘당신은 내게 특별한 사람입니다.’ 리본에 적혀있는 글씨였다. 선생님은 리본을 3개씩 더 나누어 주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달아주고 일주일 후에는 그 결과를 써 내라는 숙제였다.

한 학생이 자신의 진로 문제를 친절하게 상담해 주신 적이 있는 부사장을 찾아갔다. 학생은 부사장의 옷깃에 파란 리본을 달아준 다음 두 개의 리본을 건네주면서 말했다. “이건 저희 선생님이 생각해 내신 일인데요 이 리본을 부사장님께서 존경하는 특별한 사람에게 달아 주세요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그 사람의 특별한 사람에게 달아주게 해 주세요” 그 날 저녁 부사장은 고민하다가 사장에게로 갔다. 사장은 직원들에게 일만 시키고 인간미가 없는 지독한 인물로 정평이 난 사람이었다. 부사장은 사장의 가슴에 리본을 달아드렸다. 놀란 얼굴로 쳐다보는 사장에게 리본 하나를 건네며 부사장이 말했다. “제 부탁을 하나 들어주시겠습니까? 사장님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사람에게 이 리본을 달아주시기 바랍니다.”

집에 돌아간 사장은 열일 곱 살 난 아들을 부르더니 ‘당신은 내게 특별한 사람입니다’ 라고 적힌 리본을 가슴에 달아주었다. “난 오늘 집에 돌아오면서 누구에게 이 리본을 달아줄까 생각해 봤는데 금방 널 생각했단다. 사업하느라 하루 종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보니 너에게 별로 신경을 써 주지 못했지만 그래도 넌 누구보다 나에게 특별한 사람이고 소중한 존재란다” 그런데 갑자기 아들이 흐느껴 우는 것이었다. “아빠 사실 저는 내일 아침 죽으려고 마음먹었어요. 아빠가 저 같은 건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이 세상에 살 가치도 없는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어요” 오늘 우리 인생에도 이런 벼랑 끝에서 만나주시는 하나님의 기적 같은 은혜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골리앗을 때려눕힌 다윗은 17세 어린 나이에 역사의 무대에 등장했다. 그러나 다윗은 사울 왕의 치사한 질투심으로 위협을 받으며 산으로, 들로 도망 다니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는 막강한 군대의 총사령관직에서 하루아침에 실직하여 떠돌이 신세가 되었으니 마치 부도난 사람이요, 파산한 사람처럼 되었다. 그 뿐 아니라 목숨을 걸고 달려가 블레셋 사람들 300명을 죽인 대가로 결혼한 아내 미갈은 다른 남자를 만나 제 갈 길을 찾아 떠나갔고, 어렵고 힘들 때마다 격려해 주고 용기를 주었던 인생의 스승인 사무엘 선지자도 졸지에 세상을 떠나갔다. 게다가 형제처럼 다정했던 친구 요나단조차도 만날 수 없는 환경이 되었으니 삭막한 광야 한복판에 홀로 선 듯 그는 그렇게 남겨지고 말았다.

산다는 게 뭔지 그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블레셋 사람들 앞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지저분한 침을 질질 흘리며 미친 체 행동하며 스스로 조롱거리가 되었다. 마지막 자존심이 사람의 품위라고 했는데 다윗은 이 마저도 버려야 했다. 오직 살기 위해서... 그는 처절했다. 이렇게 해서라도 목숨을 부지해야 하는 건가? 탄식이 절로 나왔다. 도대체 하나님은 어디에 계신 걸까? 광야 한 복판에 서 있는 듯한 다윗은 견디다 못해 사람의 광기가 발동했다.

그는 이제부터는 내 힘으로 살아보리라고 결심을 하고 적군인 블레셋으로 망명을 했다. 그를 따르는 무리들과 함께 하며 그 지방의 주민들을 인정사정없이 죽이고 재물을 탈취하기 시작했다. 적어도 이때의 다윗은 잔인한 악당이었고, 간사한 거짓말쟁이요 도적떼의 두목이었다. 다윗은 이런 모습으로 1년 4개월을 폭력배처럼 살았다. 시글락이라는 정착촌도 마련했고 아기스 왕의 신임도 얻었기에 일이 잘 풀리는 줄 알았다. 그러나 세상일이란 생각한 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다윗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아말렉의 습격을 받아 정착촌의 집들은 모두 불탔고 잿더미가 되어버렸다. 여인들과 아이들은 모두 포로로 잡혀갔고 재물은 모두 빼앗겼다. 다윗과 백성들은 땅바닥에 주저앉아 울 기력이 없을 만큼 울고 또 울었다. 더 이상 의지할 곳도 없고, 호소할 곳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함께 울던 사람들이 갑자기 돌변하더니 다윗 때문에 이렇게 망했다며 돌을 들어 치려는 것이 아닌가? 다윗은 믿고 사랑했던 동족에 의해 돌에 맞아 죽을 지경이 되었다. 막다른 골목이었고 벼랑 끝이었다. 다윗의 인생은 여기가 끝이었다. 그러나 성경은 바로 이 마지막 자리에서 일어난 사건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그의 하나님 여호와를 힘입고 용기를 얻었더라”(삼상 30:6)

하나님은 언제나 인생의 마지막 자리에 서 계신다. 더 이상 한 발자국도 내어 디딜 수 없는 끝자리에서 우리를 만나주신다.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는 벼랑 끝이 하나님이 일하시는 시작점이다. 지금 끝자리에 서 있다고 생각하는가? 여기가 마지막이라고 마음을 내려놓았는가? 그렇다면 안심하라. 하나님은 바로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다. 하나님은 한번 택하시고 부르신 사람은 결코 포기하는 법이 없으시다. 잠깐 침묵하고 계시는 듯해도 마지막 자리, 벼랑 끝 그곳에선 언제나 전능하신 하나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