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광석 목사

어느 스승이 강으로 목욕을 하러 갔다. 도중에 제자에게 왜 사람들이 화를 내고 또한 소리를 지르는지 물었다. 제자는 다양한 답을 하였다. 스승은 사람들이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는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화가 나면 서로의 가슴이 멀어졌다고 느낀다. 그래서 그 거리만큼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소리를 질러야만 멀어진 상대방에게 자기 말이 가서 닿는다고 여기는 것이다. 화가 많이 날수록 더 크게 소리를 지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부드럽게 속삭인다…. 이것이 사람들이 화를 낼 때와 사랑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논쟁할 때 서로의 가슴이 멀어지게 하지 말아야 한다. 화가 난다고 소리를 질러 서로의 가슴을 밀어내서는 안 된다. 계속 소리를 지르면 그 거리를 회복할 수 없게 되고, 마침내 돌아갈 길을 찾지 못하게 된다.”

갈등의 10%는 견해차에서 오며, 나머지 90%는 적절치 못한 목소리와 억양에서 온다는 심리학의 통계가 있다. 목소리의 크기가 옳음의 척도는 아니다. 소리를 지르는 관계는 가슴이 멀어진 관계이다. 상대방이 나에게 소리를 지른다면, 그것은 내가 필요하다는 뜻이고 거리를 좁히고 싶다는 뜻이다. 다정한 관계를 묘사하는 단어 중에 ‘첩첩남남’이라는 말이 있다. ‘작은 목소리로 즐겁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양이나 남녀가 마음이 맞아 정답게 속삭이는 모습’을 의미한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는 산문집에 나오는 글귀다. 가슴이 더 멀어지지 않게 하는 방법은 소리치지 않기, 작은 목소리로 말하기다.

화가 나더라도 소리를 치지 않고 작은 목소리로 말할 수 있다면 좋다. 성내는 것은 하나님의 의를 드러내지 못한다. 성경 말씀이다. (약 1:20) 화난 상태에서 크게 소리를 지르는 것은 더욱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지 못한다. 넘치는 악이다. (약 1:21) 누가 그랬다. 논리가 결여되면 인신공격으로 이어지고 고함을 질러 댄다고. 미성숙의 증거다. 그러다 보면 두 사람의 가슴은 더 멀어진다. 봉합하기 힘들다. 너무 가버린 것이다. 가슴이 멀어지면 화해와 용서의 길도 요원하다.

▲ 옥광석 목사, 5월 가정의달 특별새벽기도회 인도.

당회 석상에서, 시찰회와 노회 석상에서, 총회 석상에서 화를 내고, 고함을 치고, 삿대질하면 어떻게 될까? 지옥이다. 살얼음판이다. 이 고함과 화냄과 삿대질이 가정으로 이어지면 어떻게 될까? 독이다. 화로다. 자녀들은 병들고, 배우자는 고통스럽다. 가정 천국이 아니라 가정 지옥이 된다. 대신 사랑하는 남녀가 속삭이듯 조용하게 대화를 하고 이야기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화기애애할 것이고 천국이고 보약이다. 온유해야 한다.

지나온 목회 여정을 돌아본다. 수도 없이 당회를 인도했다. 수도 없이 노회에 참석했다. 여러 회의와 모임에 참석했다. 좋은 그림도 있고, 그렇지 않은 그림도 있다. 안타까운 그림도 있고, 감동적인 그림도 있다. 반말과 삿대질은 절대 금물이다. 사투리와 같은 방언 욕설은 더 금물이다. 폭력은 더더욱 아니다. 존중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 상대방을 나보다 낮게 여겨야 한다. 그 역시 구원받은 백성이다. 형제가 동거함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당회, 시찰회, 노회, 지역협의회, 총회 등 예수 이름으로 모이는 곳은 모두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의 만남이다.

공식 석상에서 발언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작은 목소리로도 언제든지 자신의 소견을 말할 수 있다. 꼭 큰 소리, 고함이 아니라도 가능하다. 경청하면 된다. (약 1:19) 어떤 공동체가 좀 더 성숙한 공동체일까? 예수 생명 공동체일까? 화내고 고함치고 소란스러운 공동체는 아닐 것이다. 그럼 어떤 공동체일까? 첩첩남남이다. 작은 목소리로 즐겁게 얼마든지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 회의가 진행될 수 있다. 당회, 시찰회, 노회, 지역협의회, 총회 안에 여러 기관 모임이 있고, 각종 회의가 있다. 이곳에 늘 첩첩남남의 은혜가 임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