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광석 목사

“내가 불행할 거라고 생각하지 말아요. 행복과 불행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사람의 행복과 불행은 환경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삶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디트리히 본회퍼의 <옥중연서> 중에서 나오는 글귀다. 1944년 12월 19일에 프린츠-알브레히트 교도소에서 약혼녀 마리아에게 편지를 썼다. 본회퍼는 1945년 4월 9일 플로센부르크에서 교수형에 처해졌다. 미치광이 독재자 히틀러에 저항하던 젊고 유능한 목사요 신학자였던 그가 3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였다. 나치 멸망 3주 전에 교수형에 처해졌다.

약혼녀 마리아에게 쓴 편지 속에 본회퍼는 시도 한 편 썼다. 이 시를 찬송가로 만들어 독일교회가 부르고 있다. <선한 능력으로>다. 예전에도 좋아했던 곡이지만 요즘도 매일 듣고 따라 부른다. 들을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믿음이 생긴다. 무엇보다 감사로 충만하게 된다. 참 대단한 신앙인이다. 그를 생각하면 감사와 함께 부끄러움도 찾아온다. 과연 믿음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후회 없는 삶인가? 보람찬 삶인가?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삶인가? 고뇌하게 된다. 난 그보다 더 오래 살고 있다. 살아 있음에 감사드린다. 모든 것을 잃더라도. 살아 있으니 감사다. 희망이다. 산 개가 죽은 사자보다 낫다.

주 중 어느 날 새벽 침대 탁자 위에 놓여 있는 로즈메리를 만지고 그 향을 맡으며 감사했다. 사랑하는 친구인 강아지와 함께 있는 것에 감사했다. 침대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기도하는 것 자체가 감사했다. 일상의 모든 것이 감사고 축복이다. 살아 숨 쉬는 것이 감사요 은총이다. 5월의 따스한 봄날은 더욱 그렇다. 본회퍼의 말대로 행복과 불행은 환경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자기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아닐까? 생각하기 나름, 마음먹기 나름, 그렇게 행복은 누군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수동형이 아니라 능동형이다. 행복을 만들어 가자. 행복을 운명에 맡기지 말자. 환경에 맡기지 말자. 내가 주도하여 쟁취하는 것이 행복이다.

▲ 평양제일노회 임원과 증경단 간담회(2022.5.23)

“행복한 인생이었든 고통스러운 인생이었든 어느덧 땅거미가 내려앉으니 우리에게 주어진 행운의 크기가 가늠된다. 우리는 상처받았지만 충만함을 얻었다. 이루어지지 않은 기도가 참 많다. 그렇지만 우리가 올리지 않았던 기도가 100배로 성취되기도 했다. 우리는 악몽을 관통했고 보물을 받았다. 삶은 참 잔인하거나 지루할 수도 있고 풍성할 수도 있다. 매일 아침, 받은 바에 감사하면서 입 밖으로 소리 내어 ‘고맙습니다’라고 말하자. 당연히 받았어야 했던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 터무니없는 은총에 감사하자.”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말이다.

투르니에는 말한다. 예찬할 줄 모르는 사람은 비참한 사람이며, 그와는 친구가 되기 어렵다고 투르니에는 말한다. “나 그대를 예찬했더니 그대는 백배나 많은 것을 돌려주었다. 고맙다, 나의 인생이여!” 광부는 수많은 돌에 불평하지 않는다고 한다. 광부의 눈은 보석을 발견할 뿐이다. 예찬하는 마음 역시 모든 돌을 보석으로 만든다. 부자는 누구인가? 많이 감동하는 사람이다. 감동할 줄 모르는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이다.

<지상의 양식>에서 앙드레 지드는 말한다.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가듯이 바라보고,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는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 <새는 날이 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에 나오는 글귀다. 만물이 경탄이고, 예찬이다. 이런 행복감으로 살아가자. 삶이 행복하고 아름답다. 살아 숨을 쉬는 것은 경이롭다. 매일 아침 받은 것에 감사하면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하자. 당연히 받아야 했던 것은 하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