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발행인 구인본 목사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수식어는 ‘황제는 신의 아들이다’라는 명제가 보편화된 로마제국에서는 파격적이고 평지풍파를 예고하는 표현이다. 기정사실화된 사회통념을 수용한 제국민은 공황상태 자체이다.

마가는 ‘복음의 시작’이라는 표현을 통해서 복음의 현재성을 강조한다. 이 표현은 순교와 배교의 갈림길에 직면한 로마의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힘을 배가해 준다. 복음(福音, εὐαγγέλιον, evangelium)이라는 용어는 알렉산더대제의 헬라제국 당시에 득남(得男)’·‘전승(戰勝)’을 일컫는 보편화된 어휘였는데 초대 기독교 공동체에 도입되어 그리스도의 수난(受難)·서거(逝去)·부활(復活)을 지칭하는 새로운 의미의 용어로 탈바꿈되어 토착화(土着化) 된다.

마가는 그리스도의 사생애(私生涯)를 생략하고 공생애(公生涯) 위주의 서술을 시작하면서 세례 요한과 예수를 밀착시킨다. 그는 예수의 말씀 보다 행동을 중심으로 근접 기록하고 있다. 세례 요한은 구약적 질서와 신약적 질서가 교차하는 과도기에 양 질서를 연결하는 육교와 교량 같은 역할을 한 구약시대의 최종적 예언자이다. 마가는 이사야서 인용을 통해 세례 요한의 소명과 사명이 사적·즉흥적인 것이 아닌 정통성 있는 계획·디자인에서 유래된다는 사실을 천명함을 통해서 사역이 신적 근거에 자리함을 밝히고 있다. 이사야서에서 명명한 직함은 여호와의 ‘사자(使者)’이다. 별명은 ‘광야에 외치는 자의 소리’이다. 인격체가 아닌 ‘소리’라는 사물이다. 요한은 초라한 비인격적 별명에 순복한 겸손한 자이고 분수를 알고 분수에 걸 맞는 조화된 행동거지를 한 절제된 자이다.

메시지의 요지는 은유적 표현으로 임박한 메시아 사역의 도래를 위해 도로 미 신설구간에는 통행이 용이한 도로를 신설하고 기존도로는 곡선구간과 경사구간이 없는 평탄한 직선구간으로 재정비하라는 뜻이다. 유대광야의 요단강에서 유대지방과 예루살렘 사람을 대상으로 물세례를 거행한다. 사면(赦免)을 위한 회개를 촉구하는 정결예식 이다. 대중들은 죄를 자복·회개하고 종말론적 회개의 물세례를 받는다. 의식주를 통해본 외관은 평범함과 검소함을 넘어 초라함 자체이다.

사막 유목민의 용모를 닮았고 예사롭지 않은 의상이다. 낙타털을 소재로 한 의복과 가죽 허리띠를 착용했다. 엘리야의 의상과 흡사하다. 그래서 대중들은 엘리야를 연상하며 소생한 엘리아라고 단정 짓는 자들도 있다. 식생활은 메뚜기와 석청이 주식이다. 조화된 충분한 영양소 섭취가 불가하다. 사역 근거지는 예수에게 반기를 들게 될 유다사회의 중심지인 예루살렘이 아닌 재야인사(在野人士)의 근거지인 유대광야 변두리의 요단강이다. 요한의 면면을 보면 사해 근처 쿰란에서 수도원 형태의 절제된 공동체 생활을 한 에세네파와 쿰란 공동체가 연상된다. 세례는 쿰란공동체의 정례적인 정결예식에서 유래되어 유대교에 정착되고 초기 기독교 공동체에 계승되어 제도화 되었다. 세례 요한은 도래한 권능자의 신발 끈을 해제할 자격도 없다고 한다. 외출한 주인의 귀가 시 신발 끈 해제는 노예의 몫이다. 권능자의 성령세례와 물세례의 차별성을 부각시킴으로서 자신은 미미(微微)하고 조야(粗野)한 존재라는 것을 강조한다. 세례 요한은 분수와 한계를 명확히 인식한 ‘하나님 사역자’의 표본적(標本的) 인물이자 롤모델(role model)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