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광석 목사

정한경이 쓴 수필집을 보면 ≪당신의 아픔을 나눠 가진 사람≫이란 글귀가 있다.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평소와 다른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던 사람 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두서없는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 주던 사람 서럽게 눈물 쏟아 내던 나를 따스히 앉아주던 사람 타인의 아픔에 진심으로 귀 기울인다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마음을 품고 살아가니까요. 자신의 삶을 지탱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세상이니까요. 자신의 마음 안에 있는 아픔을 잠시 지워 둔 채, 상대의 아픔에 온전히 집중합니다. 그렇게 자신의 어느 한순간을, 타인을 위해 오롯이 선물합니다. 당신의 아픔을 꺼내 놓고 집에 돌아오는 길, 마음속에 고마움이 가득 차오른다면 그 사람을 놓치지 마세요. 당신의 아픔을 나눠 가진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 있는가? 당신의 아픔을 나눠 가진 사람을 가지고 있는가? 이런 사랑으로 맞이하고 대해주는 사람이 있는가? 그 사랑이 내 곁에, 내 주변에 머물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보다 내가 먼저 그런 사람 되어 주면 얼마나 좋을까? 교회는 하나님의 사랑을, 십자가에 흘러내린 그 하나님의 사랑, 그리스도의 사랑을 듬뿍 받은 공동체다. 그 사랑을 세상으로 흘려보내야 한다. 세상은 그 사랑을 교회에 기대한다. 강단에서 먼저 이 생명수가 흘러야 한다. 그래야 성도들의 심령을 타고 세상으로 흘러간다. 이 사랑으로 충만한가?

▲ 충정교회(옥성석 목사) 주일 강단 설교하는 옥광석 목사

어느 대학 교수가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넜다. 교수는 심심하던 차에 사공에게 말을 건넸다. 그는 사공에게 영국의 문호인 셰익스피어를 아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뱃사공이 모른다고 했다. 그러자 교수는 혀를 차매 인생의 삼 분의 일을 헛살았다고 하면서 그를 가엽게 여겼다. 얼마 후 다시 교수는 뱃사공에게 질문을 했다. 요즘 세상은 컴퓨터를 모르면 바보가 되는데, 컴퓨터에 대해 뭐 좀 아는 게 있냐고 물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뱃사공은 자기는 배우지를 못해서 모른다고 했다. 그러자 교만에 찬 교수는 이번에도 혀를 차면서 인생 삼 분의 일을 헛살았다고 하면서 뱃사공을 깔보았다. 그런데 나룻배가 호수 중간에 이르자 갑자기 불어 닥친 풍랑 때문에 배가 뒤집혔다. 수영을 못하는 대학 교수는 허우적거렸다. 살려달라고 허우적거렸다. 사공은 그의 주위를 맴돌면서 헤엄칠 줄 아냐고 물었다. 그러고 나서 사람 살리달라고 외치는 교수에게 사공은 이렇게 내뱉었다. ‘인생 완전히 헛살았군.’ 이 뱃사공이 교수를 살려 주었을까? 사랑으로 충만해야 한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다. (요일 4:8, 16)

종종 우리는 이 사실을 잊고 산다. 교회에 이 사랑을 배우러 오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교회에 오는 이들의 목적이 제 각 각이다. 이기적인 목적. 습관적으로. 목적도 없이. 심심해서. 사업을 위해서. 명예를 위해서. 돈을 위해서. 사귐을 위해서. 예배를 위해서. 봉사하려고. 부모가 가니까. 여러 가지 이유와 목적이 있겠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예수의 사랑이다. 이 사랑을 배우기 위해서다. 종종 목회자도 이것을 잊을 때가 있다. 교회의 부흥과 성장과 발전에 함몰되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교회 사업가가 된다. 교회를 사업으로 바라보게 된다. 목사뿐만 아니다. 교회를 사업으로 생각하고 오는 이들이 꽤 많다. 이게 바로 세속화다. 목적 상실. 목적 이탈이다. 기차가 선로에서 탈선하면 어떻게 될까?

예수가 교회를 사업으로 본 적이 있을까? 종교 사업으로 보았다면 예수는 실패한 교회 사업가다. 예수가 원한 것은 무엇이었나? 사랑이다. 자신을 온전히 포기하는 희생과 사랑. 그 희생과 사랑을 배우기 위해서 교회로 나와야 한다. 그대와 나, 타인의 아픔을 나눠 가진 사람이 되자. 예수 사랑과 희생으로만 가능하다. 그 사랑이 그립다. 내 안에도 그 사랑이 저 멀리 떠난 것 같다. 회개할 것투성이다. 회개할 것이 너무 많다. (계 2:4) 사랑 없이 살아간다. 겉만 번지르르한 빈껍데기 되어 살아간다. 찬송가 503장을 부르면서 회개한다. 사랑 없는 까닭에 저들 실망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