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광석 목사

서울 와서 여유 없이 살았다. 시카고 생활을 접고 다시 시작된 서울 생활. 담임목사로의 삶은 힘겨웠다. 여유가 없었다. 하나님이 주시는 지혜와 힘으로 간신히 감당했다. 어린 세 자녀는 너무 힘들어했다. 날마다 미국으로 돌아가자고 졸랐다. 게다가 섬기는 교회에 어려움이 닥쳤다. 하루를 살아갈 힘을 새벽 제단에서 받았다. 십자가와 부활의 연속이었다. 새벽 제단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 하루가 13년이 되었다. 편하게 잠을 잔 날이 없었다. 질병으로 어려움도 겪었다. 그러다가 코로나가 덮쳤다. 앞이 캄캄했다. 그렇게 헉헉대면서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참 감사한 것은 요즘이다. 이른 새벽에 자주 하늘을 본다. 새벽 미명의 하늘. 큰 감동과 은혜다. 이 시간에 삶의 여유와 기쁨을 누린다. 왜 진작 새벽하늘을 응시하지 못했을까. 새벽하늘은 정말 아름답다. 찬양과 감사와 탄성이 절로 나온다. <참 아름다워라> 478장은 애창곡이 되었다. 주님의 창조 세계가 아름답다. 하늘이 더욱 그렇다. 해를 물감 삼고, 구름을 붓 삼아 펼치는 창조주 하나님의 하늘 작품 쇼는 위대하다. 그렇게 공짜로 새벽마다 창조주의 작품을 감상한다. 이런 아름다운 하늘 아래 존재한다는 것이 은혜요 기적이요 감사다. 하루의 시름이 사라진다. 창조 세계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 은혜다.

왜 이렇게 아름다운 새벽하늘이 있는데 여태껏 13년간 이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했을까. 여유가 없어서 그랬다. 목회의 여유가 없었다. 가정의 여유가 없었다. 일상의 여유도 없었다. 땅만 쳐다보고 살아서 그랬다. 자주 하늘을 바라보면서 창조주의 솜씨를 묵상하고 찬양하며 살아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후회 아닌 후회다.

▲ 여름휴가 중 거제도에서 옥광석 목사

오래전 시카고에서 살 때다. 막내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보면서 그랬다. “아빠, 구름이 솜사탕 같아요.” 그렇게 시카고의 하늘과 구름은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그렇게 시카고에서는 하늘을 많이 쳐다보았다.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그랬다. 산이 없으니 지평선 넘어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을 보면서 감탄하며 지냈다. 가족과 여유롭게 지냈다. 사택도 자연 친화적이었다. 아름다웠다. 세 자녀와 함께 모닥불을 피워 놓고 불멍도 하고, 마시멜로도 구워 먹고, 반딧불을 세면서 지냈다. 가끔 삼겹살도 구워 먹었다. 뒷마당에 펜스처럼 길게 펼쳐진 열 그루의 큰 소나무는 잊지 못한다. 그렇게 자연 친화적인 환경이 좋았다. 그러다가 다시 시작된 서울 생활. 여유 없이 복잡하고 분주하게 살았다. 하루를 살아내야 내일이 있기에 힘겹게 버텼다. 그렇게 힘겨운 하루를 살아내어야 했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 힘들게 하는 이들이 많았다. 흔드는 이들도 많았다. 왜 그들이 그렇게 했는지 모른다. 난 하나님이 맡겨주신 교회 대표직을 감당해야 했다. 지켜야 했다. 뽑히는 줄 알았다. 하나님이 지켜주셨다. 그렇게 힘겨운 시간 동안에는 새벽하늘을 쳐다보지 못했다. 여유 없는 삶. 버텨내야만 했던 삶이었다. 생각하면 가슴 아프다. 그 쓰라린 마음을 새벽하늘로 날려 보낸다.

이제는 좀 새벽하늘을 쳐다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왜 13년 동안 서울의 새벽하늘을 쳐다보지 못했을까. 힘겨운 삶이라, 버티고 생존해야 하는 삶이어서 그랬다. 목회는 매일 긴장의 연속이다. 이제 좀 새벽하늘을 감상하는 여유를 가지련다. 그래서 예수님도 새벽 미명의 시간을 좋아하셨나 보다. (막 1:35) 새하멍(새벽하늘 보며 멍때리기) 하자. 감사와 기쁨과 삶의 의욕이 생기지 않을까. 찬송이 절로 나오지 않을까. 새벽하늘은 너무 아름답다. 때가 되면 전 세계의 아름다운 새벽하늘을 여행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