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발행인 구인본 목사

헤롯의 공안정국 하에서 수배령이 내려진 현상금 붙은 당대 최고의 터프가이 세례요한은 검거되어 사역의 마침표를 찍는다. 그는 부도덕한 권력에 대해 입바른 소리를 양산했고, 요즘 버전으로 ‘반체제 행위’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인해 시국사범으로 낙인찍혀 피의자 신분이 된다. 그러나 하나님의 구속사역은 중단되지 않는다.

세례요한이 여름을 상징하는 매미라면, 예수는 가을을 상징하는 귀뚜라미로서 두 인격체간에 사역의 배턴터치가 이루어진다. 세례요한이 단조의 장송곡 분위기라면 예수는 장조의 잔칫집 분위기이다. 옛 질서는 뒤안길로 가고 역동하는 새로운 질서가 자리 잡는다. 세례요한의 사역과 예수의 사역은 불협화음과 혼선 없이 체계적으로 계승 발전의 수순을 밟는다. 예수는 하나님나라 선포 후 첫 행보로 제자 캐스팅에 나선다.

특이한 점은 제자 지망생이 스승을 찾아나서는 것이 그 당시 사회의 보편적 통념이었는데, 예수는 손수 직접 자신의 제자 발굴을 위해 거리로 나갔다는 점이다. 즉 예수는 현대적 표현으로 길거리 캐스팅을 한 것 이다. 해안도로에서 네 명의 어부를 제자로 선발했으며, 또 세관 앞에서 세리 레위를 제자로 낙점했다. 예수의 제자로 선택 받은 그들은 결단력 있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스승 예수를 따라 나섰다. 제자로 선발된 자들의 이력서는 초라함 그 자체였다. 제대로 된 제도권 교육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 자들이다.

제도권으로부터 소외되어 사회의 가장자리에서 생존에 연연하고 있었던 변두리·허드레 인생들 이었다. 부평초와 같이 떠돌며 제대로 된 삶의 기반을 점유하지 못한 채 물리력으로 항거하던 재야인사도 있었다. 예수는 민중들과의 첫 대면에서 불치병 난치병 환자를 치유했다. 이 환자들은 당시의 보편적 종교 관념으로 신의 저주를 받아 발병했다고 하는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들 이었다. 예수의 치유 이적은 치유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하나님나라의 현재성을 가시적으로 선포하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그의 기적적 사역 소식은 바람에 흩어진 굴뚝 연기처럼 전 유다 사회에 일파만파로 전해져 종교 기득권층의 아드레날린을 과다 분비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