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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광석 칼럼] 신참 수도사와 비평가

옥광석 목사/총회목양아카데미 위원·동도교회·천마산기도원 원장 옥광석 목사l승인2024.06.06l수정2024.06.06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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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성애퀴어축제 반대 <거룩한 방파제 국민통합대회> 현장에서 옥광석 목사(동도교회), 박성규 목사(총신대학교 총장), 구인본 목사(합동해럴드 대표/발행인), 좌측부터

한 신참 수도사가 침묵 수도원에 입소하였다. 이 수도원은 모든 수도사가 침묵 서약을 해야만 하는 곳이다. 단, 수도원장은 수도사들에게 일 년에 한 번 말을 할 수 있게 허락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일 년이 지난 어느 날, 수도원장이 그 젊은 수도사에게 두 단어 정도는 말해도 된다고 했다. 신중하게 할 말을 생각한 젊은 수도사가 말한다. "침대가 딱딱합니다." 수도원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침대를 바꿔 줄 수 있는지 알아볼 테니 계속 정진하라고 하였다.
 

▲ <거룩한 방파제 국민통합대회> 퍼레이드(사진= 옥광석 목사)

다시 일 년이 지났다. 또 수도원장은 젊은 수도사에게 두 단어 정도만 말해보라고 하였다. 수도사는 신중하게 생각한 후 말한다. "방이 춥습니다." 수도원장은 담요를 더 가져다줄 테니 정진하라고 하였다. 또 일 년이 지나자 수도원장은 젊은 수도사에게 또 두 마디 정도만 말해보라고 하였다. 수도사는 신중하게 생각한 후 말한다. "음식이 맛없습니다." 수도원장은 음식을 개선할 방법을 알아보겠다고 하였다.

▲ 옥광석 목사

또다시 일 년이 지났을 때 이번에는 젊은 수도사가 먼저 수도원장을 찾아와 말한다. "이곳을 떠나겠습니다." 수도원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어쩌면 이것이 최선인 것 같군요. 그대는 이곳에 들어온 이후 불평만 했지요." 그렇게 젊은 수도사는 떠났다. 젊은 수도사의 입은 침묵하고 있었지만, 내면은 항상 불평과 판단으로 시끄러웠다. 인간이 통제하기 힘든 것이 불평, 원망이다. 감사는 말처럼 쉽지 않다.

힌두교 탁발승과 유대교 랍비와 비평가가 우연히 같은 시간 한 여인숙에 도착했다. 폭풍이 심하게 치는 밤이었다. 그런데 이 여인숙에는 빈방이 하나밖에 없고 침대는 단 두 개뿐이다. 그래서 한 사람은 헛간에 자야만 했다. 먼저, 힌두교 탁발승이 자신은 고행 승이기 때문에 헛간에 자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하면서 헛간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잠시 후 그는 돌아와 방문을 두드리면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따르는 종교는 소를 숭배하기 때문에 소를 방해해서는 안 됩니다. 헛간에 소가 있어서 나는 그곳에서 잘 수가 없습니다.” 그러자 유대교 랍비가 말한다. “걱정하지 말고 당신은 이 방에서 편안히 주무시오. 내가 헛간에서 자겠소.”라며 헛간으로 갔다. 그런데 잠시 후 그 랍비도 돌아와 문을 두드리며 이렇게 말한다. “헛간에 돼지가 있어서 나는 안 되겠소. 내 종교에는 돼지는 불결한 동물이기 때문에 돼지와 함께 자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 서울 동작구 현충원(사진=옥광석 목사)

그러자 이번에는 비평가가 말한다. “그럼 좋습니다. 내가 헛간으로 가서 자겠습니다.” 그런데 몇 분 뒤에 이번에도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문을 열고 보니 그곳에 소와 돼지가 서 있었다. 소와 돼지가 말한다. “헛간에서 비평가가 쏟아 내는 원망 불평 비난 듣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도저히 듣고 있을 수 없어서, 함께 있을 수 없어서 헛간에서 못 자겠다고.” 그렇게 소와 돼지가 뛰쳐나온 것이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소와 돼지가 헛간에서 못 자겠다고 뛰쳐나왔을까. 원망 불평 비난이 있는 곳이 지옥. 아름다운 세상살이. 하지만 너무 짧은 세상살이. 원망 불평 비난하며 살 시간이 없다. 감사만 해도 시간이 빠듯하다.
 

▲ 저녁 산책 중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주택가 석양 풍광(사진=옥광석 목사)

팔십이 다 된 어느 분과 담소를 나누었다. 자신은 구속의 은혜에 너무 감사하다고. 지금까지 그 은혜에 감격하며 산다고 고백한다. 이 말을 하면서 계속 눈물을 흘린다. 감사로 사는 삶의 모습이다. 팔십이 넘어서도 여전히 구속의 은혜에 감격하며 사는 그리스도인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구속의 은혜뿐일까. 찾아보면 감사할 일이 늘려 있다. 감사만 해도 시간이 빠듯하다. 신참 수도사와 비평가의 모습이 우리 안에는 없는지 모르겠다. 

옥광석 목사  pearlksoa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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