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하 목사

하나님은 6일 동안 창조사역을 힘써 행하신 후에 이레째 되는 날은 모든 일을 제쳐놓고 쉬셨다. 이 날을 안식일이라고 부른다. 뿐만 아니라 6년을 일을 했으면 7년째 되는 해에는 쉬라고 하셨는데 이것을 안식년이라고 불렀다. 사람만 쉬는 것이 아니었다. 6년간 농사를 지었으면 7년 째 되는 해에는 땅도 한 해 동안 놀려 두라고 하셨다. 종을 부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6년을 일을 시켰으면 7년째에는 자유를 주라고 하셨다. 또한 안식년이 일곱 번 지나게 되는 50년째에는 희년으로 땅만 쉬는 것이 아니고 모든 포로들도 해방시켜 주라고 하셨고 빚도 완전히 탕감해 주어야만 했다.

성경에서 말씀하는 안식의 개념은 명령이었다. 안식일은 지켜도 되고, 안 지켜도 되는 날이 아니고 반드시 지켜야 할 날이었다. 한국 선교사와 서양 선교사를 비교할 때 이런 말을 한다. “서양의 선교사들은 일하려면 고민을 해야 하지만 한국 선교사는 쉬려면 고민해야 한다.” 이 말이 무슨 말인가? 한국 선교사들은 제대로 쉴 줄을 모른다는 말이다. 한국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휴가를 사용하는 방법이나 쉬는 일에는 어설프기 그지없다.

필리핀이나 베트남에서 여행 가이드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왜 한국 사람들은 바닷가에 오면서 등산복을 입고 오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너도 나도 얼룩덜룩한 아웃도어 라는 등산복을 입고 여행을 떠난다. 심지어는 산을 찾는 등산객들에게서 등산복을 입지 않고 산을 오르는 사람이 있는지를 살펴보라 높은 산이나, 암벽등산이라면 이해를 하겠지만 뒷산을 산책수준으로 다녀오는데도 완전 등산복차림에 배낭까지 메고 떠난다. 이것을 보고 서양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한국 사람들의 국민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잠간을 외출할 때에도 옷매무새를 단정히 해야 하는 예의습관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그동안 우리 민족은 열심히 일하는 데는 익숙했지만 쉬는 일, 노는 일, 여가를 즐기는 일에는 너무 무지했음을 인정하게 된다. 일단 한국 사람들은 쉬는 것을 노는 것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었다. 휴가를 간다거나, 놀거나 쉬는 일은 게으름이고 일종의 죄악처럼 취급해 왔던 것이다.

여름이면 다가오는 휴가를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쉼이나 휴가는 여름이나 겨울이 되면 당연히 얻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일한 자에게 주어지는 보상임을 기억해야 한다. “하나님이 지으시던 일이 일곱째 날이 이를 때에 마치니 그 지으시던 일이 다하므로 일곱째 날에 안식하시니라”(창2:2) 하나님은 7일이 되기 전까지 지치도록 열심히 일하셨다. 완벽한 창조를 6일 동안 이루신 후에는 모든 것을 잊고 쉬셨다. 바로 여기에 안식과 휴식, 쉼의 참된 의미가 있다. 안식과 휴식은 언제나 일한 자의 것이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항상 노는 사람에게 휴식은 그 의미가 없다. 휴가는 언제나 열심히 땀 흘린 사람에게 주어지는 보상이 되어야 한다.

휴가는 단순히 노는 시간이 아니라 재충전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학교에서 50분 수업하고 10분 쉬는 것이 공부하는데 효율적인 것처럼 열심히 일하고 노동하던 일을 잠시 내려놓고 긴장을 풀고 재충전을 하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휴가는 단순히 놀고 즐기는 시간이라기 보다는 몸과 마음을 쉬게 하면서 내일을 대비하는 기간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기에 직장이나 교회에서는 휴가를 주면서도 유급휴가를 준다. 쉬는 기간에도 임금을 지급해 줄 뿐 아니라 잘 쉬고 와서 일 잘하라고 휴가비까지 챙겨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휴가 기간은 엄밀하게 말하자면 내 시간이 아니라 내가 속하여 일하는 교회나 직장의 시간이다.

구약의 엘리야 선지자는 쉼의 효과를 가장 크게 경험했던 사람이었다. 엘리야 선지자는 갈멜 산에서 바알선지자를 포함해 850명의 이방 선지자들과의 영적싸움에서 통쾌하게 승리를 거둔 사람이었다. 그러나 왕비 이세벨의 엄포 한마디에 기가 팍 죽어 광야로 도망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한 로뎀나무 밑에 누워 이런 어이없는 기도를 했다.

“여호와여 넉넉하오니 지금 내 생명을 거두시옵소서”(왕상19:4)

참 얼빠진 선지자였다. 이해할 수 없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렇게 강했던 선지자가 어떻게 이렇게 속절없이 무너질 수 있을까? 그런데 한 잠 깊이 자고 깨어난 엘리야를 위해 하나님은 빵과 물 등 먹을 것을 준비해 주셨고, 이것 먹고 힘을 내라고 격려까지 해 주셨다. 실제로 엘리야는 다시 충전되어 40주 40야를 걸어 호렙산 동굴까지 지치지 않고 걸어갔던 것이다. 쉼의 은혜를 보여준 장면이었다.

위대한 사상가인 파스칼은 말하기를 “인간이 잘못되는 것은 조용한 시간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라고 말했다. 열심히 일하는 것만 중요한 일이 아니다. 쉬지 않고 달려가는 일만 최고의 목표는 아니다.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잘 쉬는 것이 건강과 은혜의 비결이다.

6, 25 전쟁이 끝나고 온 국토가 잿더미일 때는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었다. 국민소득 100달러도 안 되는 세계 최빈국에 거지들만 들끓었다. 이때 국회의원의 선거구호는 “배고파 못 살겠다 죽기 전에 살길 찾자”였다.

그 후 박정희 대통령 때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차례로 발표하면서 “잘 살아 보세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를 외쳤다. 이때는 일자리만 있다면 힘든 줄도 몰랐다.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으면서도 죽자하고 일했다. 야근을 하면 일당을 더 받는다고 너도나도 야근을 찾아서 밤새워 일하곤 했다.

그러더니 좀 살만해 지니까 노동조합이 결성되고 파업을 밥 먹듯 했고, 월급 더 달라고 투쟁을 했다. 사람들의 관심은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을 찾았는데 삶의 질이었다. 노동자들은 주 5일제를 기어코 관철시켰고 하루 8시간 이외에는 절대로 일을 할 수 없다고 버티고 투쟁했다.

요즘은 어떤가? 일보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건강을 꼽는다. 요즘 유행하는 단어가 힐링(healing) 이다. 모두가 힐링이다. 방송에서도 힐링, 세미나도 힐링, 집도, 건축도, 아파트도, 문화도, 노래도, 미술도, 여행도 모두 힐링에 초점을 맞춘다. 옛날에는 자기 몸 돌보지 않고 일하는 사람을 최고로 쳤으나 지금은 다르다. 현대인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여가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킬까에 모아지고 있다. 6일 동안 열심히 일하시고 이레째에 온전한 쉼을 보여주셨던 하나님의 안식의 개념을 다시 생각하면서 올 여름에 우리에게 주어진 휴가와 쉼의 기회를 은혜롭게 활용하여 재충전의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