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하목사 / 본지 주필

시편 126편은 바벨론이라는 나라에게 유다 나라가 망하고 나라의 운명이 바람 앞의 등불처럼 막 꺼져가려 할 때에 갑작스럽게 들려온 해방의 소식을 접하고 그 감격적인 기쁨을 노래한 글로 알려져 있다. 2500여 년 전의 역사적인 흔적이지만 꿈과 같았던 감격을 누렸던 그들을 보면서 70년 전 우리 대한의 민족들이 경험했던 해방의 기쁨을 조명해 보려한다. “여호와께서 시온의 포로를 돌리실 때에 우리가 꿈꾸는 것 같았도다”(시126:1) 돌이켜 보면 70년 전 우리 조국의 해방도 참으로 꿈꾸는 것 같은 일이었다.

1910년 8월 22일 대한제국의 내각총리였던 이완용과 일본의 조선통감 데라우치 마사타케가 형식적인 회의를 거쳐 한일강제병탄조약을 불법적으로 체결하였다. 이 일을 숨긴 채 원로대신들을 연금한 뒤인 8월 29일에 순종황제를 겁박하여 조약을 선포하게 하였다. 이 조약은 8개조로 되어있었는데 제1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대한제국 황제는 일체의 통치권을 완전히 또 영구히 일본 황제에게 넘겨준다.” 이로 인해 519년을 이어온 조선과 14년 대한제국의 국권은 완전히 상실하였고 일본의 식민통치가 시작되었다. 경술년에 일어난 비극적인 수치스런 사건이라 하여 경술국치라고 불렀는데 1910년 8월 29일을 말한다. 그리고 36년 동안 우리 민족은 주권을 잃었고, 재산과 생명, 이름과 우리의 말까지도 잃었다.

1939년부터 세계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는데 그때 일본은 시골에서 농사짓던 10대의 소녀들을 마구 공출해 갔고 이 소녀들이 위안부가 되어 굶주린 일본 군인들을 위한 성적 노리개 감이 되었다. 조선뿐 아니라,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버마, 필리핀 등지까지 끌려가 유린당한 소녀들 중에 지금까지 생존해 계신 분들이 있는데 현재 마흔 일곱 분밖에 안 남았다. 일본의 신사에 참배하는 것을 거부했던 주기철 목사님을 포함한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목사와 성도들이 목숨을 잃었고 젊은 청년들이 이유도 모른 채 강제징용 당하여 일본의 침략전쟁에 끌려가 총알받이가 되거나 강제노동을 해야만 했다.

1945년 8월 6일 새벽1시 30분 일본의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었고, 3일 뒤에는 나가사키에 또 하나의 원자폭탄이 투하되었다. 이로 인해 최소 20만 명이 사망했는데 미국의 트루만 대통령은 이것이 신형 원자폭탄임을 세계에 알렸다. 그리고 8월 15일 낮 12시 갑작스럽게 일본천황의 떨리는 목소리가 방송을 타고 나왔는데 무조건 항복한다는 내용이었다. 참으로 꿈같은 일이었다. 바벨론에 포로되었던 이스라엘포로들이 70년 만에 바사국 고레스왕이 갑작스레 선포한 해방으로 인해 고국으로 돌아왔듯이 해방의 소식을 들었던 우리 민족은 마치 꿈꾸는 것 같았다고 했다. 1945년 8월 15일, 70년 전의 해방은 전적으로 하나님이 하신 일이었다.

그러나 비록 해방은 되었지만 그때로부터 말할 수 없는 고난과 역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해방은 되었지만 얼마 후 미군과 소련이 38선을 중심으로 남과 북을 나누어 신탁통치를 하게 되었다. 남한에서는 1948년 제헌국회가 열리기는 했지만 해방된 지 불과 5년 뒤인 1950년 6, 25일 북의 남침으로 인해 한국전쟁이 발발하여 불과 3일 만에 서울을 빼앗기고 한강다리를 폭파 시킨 채 후퇴를 계속하여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부산만 겨우 남게 되었다. 파죽지세로 밀고 내려오던 북한군을 막을 힘이 없었다.

UN의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역사상 처음 한국전쟁에 UN군을 파병하기로 결의했는데 거의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상임이사국이었던 소련 대사가 표결에 불참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네덜란드, 프랑스, 뉴질랜드, 필리핀, 남아공화국, 터키, 태국, 그리스, 벨기에, 룩셈부르크, 이디오피아, 콜롬비아, 등 16개국이 전투병력을 파병하였고, 덴마크, 인도, 이탈리아, 노르웨이, 스웨덴이 의료지원을 하게 되었다.

UN군 총사령관 멕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과 9.28 서울 수복은 정말 하나님이 하신 일이었다. 노르망디상륙작전 이후 상륙작전의 성공확률은 1/500 이었다고 한다. 대부분 참모들이 원산을 요구했지만 멕아더는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하여 9월 28일 중앙청에 태극기를 꽂음으로 수도 서울을 탈환하게 되었고 북진을 계속한 UN군과 한국군은 압록강까지 치고 올라갔다. 미국의 트루만 대통령은 한국전쟁의 확전을 원하지 않았다. 소련과의 충돌을 염두에 두고 더 이상 북진을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자 이승만대통령은 그렇다면 한국군만으로도 북진을 하겠다고 고집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생각지도 않았던 중국의 전쟁개입으로 인해전술로 밀려오는 중공군을 막을 길이 없어 1951년 1월4일 후퇴를 하게 된 것이다. 후퇴하는 국군을 따라 피난민이 줄을 이었고, 그들이 정착하여 부산의 국제시장과 같은 명소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휴전을 앞두고는 한 치의 땅이라도 더 찾기 위해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계속되었고 마침내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조인되었다. 그리고 155마일 휴전선을 중심으로 남과 북이 대치한지 어언 60년이 넘었다. 휴전 후 전쟁으로 인해 잿더미가 된 국토에는 고아와 거지들만 들끓었고 서방세계에서 보내주는 구호물자와 선교물품으로 연명해야만 했다. 1960년 4월 19일에는 부패한 자유당 정권에 대항하는 학생들의 4.19 의거가 일어났고 이듬해인 1961년 5월 16일에는 박정희 소장에 의한 군사 혁명이 일어나 공화당 정권이 들어서게 되었다.

이후로 18년 동안 통치했던 박정희 대통령은 1979년 10월 26일 부하였던 정보부장의 총에 서거했지만 재임시절 경제개발 5개년계획, 새마을운동, 경부 고속도로등 이 나라 경제발전의 초석을 닦은 대통령이 되었다. 이후로도 수많은 데모와 혁명과 투쟁으로 우리민족의 현대사는 실로 고통스런 노정이었다. 정말 눈물로 씨를 뿌리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새 힘과 능력을 주셔서 기쁨으로 단을 거두게 된 것을 기억해야 한다. 전후(戰後) 먹고 살기 힘든 중에도 사람들은 하나님을 찾았고 곳곳에 교회를 세우고, 여의도 광장에 수백 만 명이 모여 기념비적인 집회를 열었고 작은 나라지만 기독교 역사에 길이 남을 성장 동력을 확인했다. 지금까지 받기만 했던 나라에서 이제는 22,000여명의 선교사를 파송하고 세계 곳곳에 복음을 수출하는 영적인 부자 나라가 된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위치가 어느 정도일까? 미국과는 동맹국이요, 경제적으로는 무역 세계 10위권, 자동차 생산 세계 6위, 반도체 생산 수출 2위, 스마트폰 세계 점유율 1위, 백색가전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생산 판매 북미지역 1위, 초고속 인터넷 보급율 세계1위, 외환보유고 약 3800억불,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버즈두바이를 삼성물산에서 건축, 여자 골프 세계 1위~3위까지를 휩쓸고 있는 나라... 일제의 압박으로부터 해방된 지 불과 70년 만에 대한민국이 이루어놓은 일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서울의 스카이라인이나 거미줄처럼 펼쳐져 있는 고속도로를 보면 참으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남북이 하나로 통일될 숙제가 남아 있고, 여의도의 정치만 성숙될 수 있다면 우리 앞에는 무한하고 찬란한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해방 70주년을 맞이하면서 갑작스런 해방의 기쁨을 노래했던 시편126편을 다시 한 번 펼쳐 보게 되었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시편1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