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하목사 / 본지 논설위원 (예수사랑교회)

사람의 뇌는 크게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전두엽과 감성적인 판단을 하는 편도로 나뉘어진다. 그리고 이 두 가지의 판단을 합쳐서 실행으로 옮기는 전전두엽이 있다. 여기에서 특이한 것은 전두엽이 가지고 있는 기억의 특징이다. 흔히 기억이라고 하면 과거에 대한 것을 말하지만 전두엽은 또 하나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미래 기억이라고 한다. 기억은 과거의 것이지만 그 말 앞에 미래란 말이 붙어 모순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미래 기억이란 것은 세상의 모든 동물들 중에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위대한 기억이다. 바로 상상이고, 꿈이고, 비젼이고, 희망을 말한다. 행복한 미래기억을 심으면 그때로부터 행복이 시작되고 불행한 미래기억을 심으면 그때로부터 불행이 머리를 들기 시작한다.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해서 절망을 심어 매일 매일을 죽을 맛으로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미래를 희망으로 심어 하루하루를 살맛나게 사는 사람도 있다. 앞으로 다가올 일들에 대하여 희망과 절망 중 무엇을 심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미래 인생도 바뀌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씨앗을 뿌리는 밭과 같다. 밭에 호박을 심으면 호박이 자라고, 오이를 심으면 오이가 자란다. 호박을 심었는데 오이를 따는 법은 없다. 우리의 뇌도 마찬가지다. 뇌의 미래기억에 희망을 심으면 희망이 자라고 절망을 심으면 절망이 무성하게 자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래기억에 절망을 심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 뇌의 특징은 희망과 절망의 합이 항상 100이 된다는 사실이다. 희망과 절망은 저울의 한 축과 같아서 한쪽이 올라가면 한쪽이 내려가고 한쪽이 내려가면 다른 한쪽은 올라가게 되어있다. 절망이 30이면 희망은 70이고 절망이 80이면 희망은 20만 남는 것이다. 이런 것을 제로섬 게임이라고 한다. 우리는 보통 사업에 실패하거나, 돈이 없으면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만 이상하게도 돈을 많이 벌었거나, 흔히 성공했다는 사람도 삶을 포기하는 것을 본다. 재벌그룹의 회장이 돈이 없어 목숨을 끊는가? 돈은 많지만 희망이 0이 되었기 때문에 포기하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다는 방글라데시나, 티벳 사람들은 하루에 불과 2$~3$을 벌어 가난하지만 쓰레기 더미에서 살면서도 그 마음만은 언제나 희망과 감사가 넘쳐서 산다고 한다.

우리의 미래기억은 무엇을 상상하고 있는가? 행동을 바꾸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랫동안 습관이 되고, 몸에 배어온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생각을 바꿀 수 있다. 미래에 일어나지도 않은 일 때문에 절망하고 낙담할 것이 아니고 생각을 바꾸어 희망을 꿈꾸어야겠다. 하나님이 사용하지 않는 유일한 단어가 절망이란 단어다. 우리의 미래기억에는 무엇을 담기 원하는가? 우리의 힘을 빼는 기억들이 무엇인가? 그 모든 것들을 다 내려놓고 이제 희망을 상상하며 바라보자.

대한예수교 장로회 제100회 총회를 앞두고 우리 앞에 펼쳐질 원대한 미래를 상상하며 미래를 꿈꾸었으면 좋겠다. 1912년 9월 평양의 장로회 신학교에서는 전국 7개 노회가 모여서 첫 번 총회가 열렸었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 때와 한국전쟁으로 인해 열리지 못했던 총회를 제외한다면 올해 총회는 100회 총회가 된다. 특히 올해는 광복 70주년이 되는 의미 있는 해이기도 한데 50년 마다 한번 돌아오는 희년이 두 번 겹친다 하여 누군가 쌍 희년이라고도 이름을 붙여 그 의미를 극대화 하고 있다.

100이라는 숫자는 상징성이 있는 수이다. 유대인이 관습적으로 사용하는 언어 습관 중에 30배, 60배, 백배 라는 말이 있다. 가장 큰 것을 말할 때 100이라는 숫자를 사용했다. 이렇게 볼 때 올해 100회 총회는 그 의미가 각별하다 하겠다. 그러나 1세기를 맞이하는 대한예수교 장로회 총회는 감격과 기쁨에만 취해 있을 겨를이 없다. 100 이라는 숫자는 지난 100년을 결산한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출발의 시작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과거를 돌아보며 과오와 아쉬움을 달램과 동시에, 신발 끈을 동여매고 다시 도약할 준비를 해야 하는 압박감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 100년을 돌아보면 참으로 다사다난으로 점철된 질곡의 세월들이 있었다. 기독교의 폭발적인 부흥을 경험했는가 하면 신사참배를 결의한 씻을 수 없는 참담한 결정도 있었고, 일제와 공산당에 의한 처절한 순교의 피가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을 적시기도 했다. 평양에서 시작된 폭발적인 복음의 열기는 한국전쟁의 1.4후퇴를 통해 남한 곳곳에 복음의 모종을 심는 기회가 되어 세계기독교 역사를 새로써야 하는 경이적인 부흥을 가능케 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총회는 다양한 이유로 인해 분열에 분열을 거듭하게 되었고 제각기 다른 이름으로 분가하여 새살림들을 차리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를 장자교단이라 칭하며 자위하는 본 교단 총회 역시 100주년이라는 상징성으로 인해 적지 않은 부담감을 안고 있다. 성 총회라 말하면서도 인본주의와 불법이 뱀처럼 또아리를 틀고 있고, 금권선거와 패거리 정치는 여의도 정치에 못지않을 뿐 아니라, 사사로운 소수의 사욕으로 인해 교단 부흥과 발전의 기회를 잃어버린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총신대학교 제 3캠퍼스를 꿈꾸며 야심차게 도전했던 제주도 서귀포에 위치한 한라대학교의 매입이 무산된 것은 참으로 애석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뿐만 아니라 대치동의 총회회관을 상암동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도 몇몇 인사들의 목숨을 건 반대로 인해 백지화시켜 버린 결정은 앞으로도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총신대학교의 재단이사들과 총회장의 헤게모니 다툼은 학교를 벼랑 끝으로 내몰아 어이없게도 총회장과 임원들이 학교의 상급기관인 교육부에 재단이사 승인을 거부해 달라는 요청을 함으로 학교를 분규대학으로 몰고 갔고 그로인해 교육부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부실대학을 겨우 면하게 되었다는 어처구니없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으니 추후 그 책임 소재를 밝혀야 할 것이다. 아직 해결되지 못한 납골당 문제라든지, GMS 미주 센타 매각문제까지를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100주년 총회를 맞이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슬기와 지혜가 있다. 숱한 역경과 풀무불같은 고난 속에서도 희망과 감동의 미래기억을 작동시킴으로 꽉 막힌 현실과 환경을 극복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위기 때일수록 더욱 번득이는 지혜를 모아 창조적인 미래를 개척한 저력으로 다음 세기의 첫발을 힘 있게 내 딛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