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발행인 구인본 목사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이 갖는 처녀지의 인간 실존이 예견되는 야곱은 얍복나루에서 여호와에 의해 강제적·일방적으로 개명되었다.

히브리 이름은 호칭 차원의 의미만이 아니라 정체성을 담지하고 있다. 얍복강을 도하한 후 이스라엘은 삶의 사고방식과 태도가 대반전을 이룬다.

협잡꾼·사기꾼의 모습에서 철저히 낮아진 겸손한 자의 모습으로 대전환한다. 그는 형 에서와의 화해를 통한 생존이라는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가족들을 두 진영으로 나누어 전진 배치하는 전술을 구사했다.

그러나 허벅지 관절 탈골로 인한 둔부 힘줄 부상으로 야곱은 성 불구자와 보행 장애인이 된 듯하다.

이제는 더 이상 도망자 신세가 될 수 없는 신체 조건이 찾아 온 것 이다. 그는 형 에서에게 일곱 번 땅에 절하고 절름거리며 나아갔다.

이 초라한 광경을 목격한 형 에서의 응어리진 분노와 원한과 울분은 일순간에 눈 녹듯 녹아 증발한다.

고대의 한 족장 가정에서 발생한 원수·앙숙지간의 두 히브리 형제의 눈물의 해후는 이렇게 마감되었다.

여호와는 눈물 샘 자극이라는 코드를 양념으로 활용했다.

만약 야곱이 천사와 레슬링 경기 중 부상을 당해 장애인이 되지 않았다면 형 에서의 공포에 압도되어 다시 도주하는 도망자의 삶이 재현될 수도 있지 않았나 하는 개연성(蓋然性)을 열어둔다.

협잡꾼·사기꾼인 야곱을 선택의 여지가 없는 곤란지경으로 몰아넣은 것은 여호와의 계획된 시나리오였다.

인간은 여호와의 시나리오라는 물위에 배를 띄우고 열심히 노를 저어 푯대를 향해 나아가 하나님 나라에 닻을 내려야 하는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