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발행인 구인본 목사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알베르 카뮈는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은 위선”이라고 했다. 육신을 지닌 인간의 생존에 있어서 물질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는 지적이다.

돈으로 타락을 할 수도 있지만 돈으로 자선을 할 수도 있다. 이처럼 돈으로 형상화되는 물질은 양면성을 지닌다.

예수 당시의 팔레스티나는 헤롯대왕과 그 일가가 국부의 90% 이상을 독점한 왜곡된 경제구조였고, 예루살렘 성전 리모델링 공사의 준공으로 인해 고용률이 감소하여 고 실업률 상황이었다.

헤롯행정부의 지속적인 기득권층 위주의 경제정책으로 인해, 민초들은 생득적 인권과 상식적이고도 평균적인 삶을 보장받지 못하고, 위협받고 유린당하는 질곡의 삶을 감당하며 생존 수준의 삶에 연연했다.

민초들은 부채상환 지연으로 인해 동산·부동산을 압류당하고 강제집행 당했다. 부채상환을 위해 자유민을 포기하고 채권자의 노예로 전락하는 경우도 일상이 됐다.

예루살렘 대제사장은 지방 제사장의 십일조 수납 강제집행을 위해 집행관 까지 보낼 정도였다.

이처럼 당시 팔레스티나 민초들은 자신이 인간임을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초 생활비와 재화 확보가 요원했다.

그들은 인간 생존을 충족시켜 주는 물질과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 확인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본적 경제재 확보로부터 소외됐다.

‘하나님나라 선포 대 성회’를 마친 민초들에게 찾아온 것은 심한 공복감이었다.

집회 후 귀가하거나 식사 처를 모색하거나 각자의 도시락을 개봉할 기미가 보이자 않자, 제자단은 곤혹스러운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다.

해결책 모색을 전가 받은 제자단은 곤혹스러움이 가중되고 민생고 해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나 예수에게 이 장면은 신성하고 거룩한 부담감으로 다가 왔을 것이다.

예수는 제자단이 가슴에 무좀 앓는 것과도 같은 답답하고 열악한 상황 속으로 질풍노도처럼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그것은 ‘노천 무료 대량 집단 급식 사건’이었다.

이 고뇌와 번뇌와 번민의 상황을 예수가 대 반전시켰다. 오병이어에 기초했으나 사실상 밑천도 없이 무에서 유를 창조한 셈이었다.

오병이어는 ‘작은 밑천’의 의미가 아니라 ‘무’라는 의미가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노천 집회 후 저녁 무렵의 이 사건에서 오병이어로 어떻게 대량집단급식이 가능했는가? 언급된 물고기가 고래 일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도시락용이었기 때문이다.

“12 바스켓이라는 재고량 확보가 어떻게 가능했는가?” 하는 호기심 차원의 질문은 물리적으로 수학적으로 규명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에 관한 지나친 심리학적 호기심과 의구심은 신앙적으로 소비적 관점이 될 수밖에 없다.

하나님나라의 영적 혜택을 접하지 못하고 일상의 정기적·정상적 식단으로부터도 소외된 변두리·허드레 인생들은 사회의 가장자리에서 하나님나라의 한 중심이 되는 예수를 만나 영적 보장과 더불어 육적 행복도 포식했다.

‘노천 무료 대량 집단 급식 사건’은 ‘하나님나라’라는 프리즘을 통해 규명해야 한다.

이 사건은 단순한 공복감 해소 차원이 아니라, 크로노스(Κρόνος)가 아닌 장차 도래할 카이로스(Καιρός) 차원에서 체득하게 될 ‘천국 잔치의 기쁨과 행복’이라는 스펙트럼을 시식한 대 사건이다.

그러나 ‘노천 무료 대량 집단 급식 사건’의 수혜자들은 이 사건을 재화와 경제재 차원의 해석에 답보한 채 사건의 이면에 담지 되어 있는 영적 의미를 체득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