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필 김진하 목사/예수사랑교회, 평양노회 증경노회장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이야기가 있다.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한다면 당연히 발 빠른 토끼가 이겨야 한다. 그런데 거북이가 토끼를 이겼다. 이 경주에서 거북이가 달리기 선수인 토끼를 이긴 진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처음부터 바라보는 것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거북이는 출발한 순간부터 비록 걸음은 느렸지만 산 꼭데기에 세워진 깃발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토끼는 깃발보다는 경쟁상대 거북이를 바라보았다. 느림보 거북이를 바라보며 달렸던 토끼는 느린 걸음의 거북이를 보고 긴장을 풀며 태평하게 잠을 자고 말았다.

그러나 목표를 바라보았던 거북이는 묵묵히 자기의 길을 걸어갔다. 목표를 보는 것과 상대를 보는 것이 성공과 실패를 갈라놓고 말았다. 거북이는 목표를 보았고, 토끼는 상대를 보았던 것이다. 목표를 보고 달려가는 사람은 승리하지만 상대를 보고 달리는 경주자는 종내에는 패망하고 만다.

상대를 바라보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경쟁심이 불일 듯 일어나 상대를 비방하거나 모략하는 치사한 사람이 된다. 총회장이 되겠다고 출사표를 던지는 분이라면 자신이 바라보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 누가 뭐래도, 어떤 반대와 난관이 있어도 자신만의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며 달려갈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총회장이 되려는 사람이 상대 후보만을 바라보고 견제하고, 공격하고, 흑색선전에 몰두하며 치사하게 바지가랭이를 잡는 일만 한다면 이런 사람에게는 도무지 소망이 없다.

창세기 4장에는 아담의 두 아들 가인과 아벨이 등장한다. 형 가인이 동생 아벨을 들판에서 쳐 죽이는 일이 발생했다. 이유는 하나님께 올린 자신의 제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벨은 하나님을 보았고 가인은 경쟁상대 아벨만을 보았다. 한 사람은 죽었으나 순결한 믿음의 사람이 되었고 다른 한 사람은 동생을 쳐 죽인 살인자가 되었다. 상대를 보았던 가인은 아벨만 쳐 없애면 하나님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을 줄 생각했던 것 같다.

혜성처럼 떠오르는 소년 다윗을 보면서 사울은 다윗만 없애버리면 왕권이 든든하게 유지될 것으로 생각했다. 사울의 불안한 경쟁심은 부질없는 질투와 질시를 불러왔고 결국은 처참하게 몰락하는 비운의 왕이 되었다.

그러나 유일한 목표인 하나님만을 바라보았던 다윗은 수많은 고난의 터널을 통과한 후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이 되었다. 다윗에게는 사울이 목표가 아니었다. 다윗의 목표는 하나님의 마음을 얻는 일이었다.

다니엘의 목표 역시 오직 위에 계신 하나님 뿐이었다. 그러나 다리오 왕 곁에 서 있었던 신하들은 경쟁상대 다니엘만 바라보았다. 다니엘만 수단방법 안 가리고 없애버리면 될 줄로 생각했다. 사자굴 속에 던져 넣으면 끝날 줄 알았다.

야곱에게는 두 아내가 있었다. 레아와 라헬이라는 친 자매였다. 원래는 라헬을 사랑해서 7년을 일해주고 결혼했지만 아침에 눈을 떠 보니 사기 결혼이었다. 허망했지만 다시 라헬을 얻기 위해 또 7년을 일해야 했다. 이렇게 얻은 두 아내인 친 자매들이 자식 낳기 경쟁을 시작했다.

레아가 첫아들 르우벤을 낳고“여호와께서 나의 괴로움을 돌아보셨으니 이제는 내 남편이 나를 사랑하리로다” 소리쳤다.

둘째 시므온을 낳고는 “여호와께서 내가 사랑받지 못함을 들으시고 내게 이 아들도 주셨다.”

셋째 레위를 낳고는 “세 아들을 낳았으니 이제부터는 내 남편이 나와 연합하리로다”

넷째 유다를 낳고는 “내가 이제는 여호와를 찬송하리로다”

그러자 (창30:1) 라헬이 자기가 야곱에게서 아들을 낳지 못함을 보고 그 언니를 시기하여 야곱에게 이르되 “내게 자식을 낳게 하라 아니면 내가 죽겠노라.” 하며 남편의 속을 긁어놓았다.

그리고 라헬은 여종 빌하를 통해 단을 낳고 “하나님이 내 억울함을 푸시려고 내 호소를 들으사 아들을 주셨다.” 라고 소리쳤고 이어서 납달리를 낳고는 “내가 언니와 크게 경쟁하여 이겼다”고 승리의 함성 소리를 냈다.

레아와 라헬은 목표가 없었다. 오직 경쟁구도만 있을 뿐이었다. 아들 낳기 경쟁은 친 자매간에 의리도, 사랑도 통하지 않았다. 모든 목적이 그저 상대를 이기고 상대를 짓밟고 일어서려는데 있었다. 이 경쟁은 라헬이 12번째 막내인 베냐민을 낳으면서 끝이 났다. 난산을 하며 아이를 낳고 숨을 거두었다. 마지막 남긴 말은 베노니 (베냐민 슬픔의 아들)이란 뜻이었다. (창35:18)

우리는 목표를 보는가? 경쟁상대를 보는가? 하나님의 교회를 세워가면서 주변의 교회와 세력 경쟁을 하고, 크기 경쟁을 한다면 그건 사실 부질없는 일이다. 하나님을 바라보면서 부끄럼 없이 서도록 애써야 할텐데 숫자 경쟁을 하고, 인기 경쟁을 한다면 거북이를 바라보고 코가 삐 뚫어지도록 잠들었던 토끼와 뭐가 다른가?

주님의 제자들은 십자가를 앞에 두고 고뇌하는 주님 앞에서 “네가 크냐? 내가 크냐?” 하며 도토리 키 재기처럼 경쟁했던 것을 보게 된다. 103회 총회를 섬기기 위해 출사표를 던진 여러분의 목표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달려가고 있는가? 쓸데없는 경쟁을 그치고 본질에 충실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