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설위원/김진하 목사

히브리 사람들이 상종하지 않는 부류가 있으니 세리, 과부, 기생이다. 그런데 기생이었던 여인이 예수그리스도의 족보에 올랐다. 여리고성의 기생 라합이라는 여인이야기이다. 라합에게는 한계가 많았다. 그녀는 이방인인데다가, 기생이었고, 게다가 여성이라는 태생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모세가 죽고 여호수아에 의해 요단강을 건넌 이스라엘 백성들이 처음으로 마주친 성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는 관문인 여리고 성이었다. 이 성을 점령하지 않고는 한 발자국도 전진할 수 없었다.

여호수아는 두 명의 정탐꾼을 뽑아 여리고를 정탐케 했고 그들이 잠입해서 머문 곳이 라합의 집이었다. 우연한 일 같지만 라합의 집에서 만남의 축복이 이루어졌다. 정말 복 있는 사람은 내가 지금 서 있는 자리나 앉아있는 자리까지도 세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있어야 할 곳과 피해야 할 곳을 구별해야 하고 내 인생에 득이 될 사람을 만나는 복을 받아야 한다.

한 소년이 있었다. 그는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거리에서 구두닦이를 했던 소년이었다. 미군부대 앞에서 똘망똘망 검은 눈을 깜짝이며 정말 열심히 구두를 닦아주곤 했다. 한 미군 장교가 그 소년을 오랫동안 지켜보았고 그가 귀국할 때 이 소년을 데리고 들어가 공부를 시켰고 그는 신학을 공부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 소년은 특별히 제 3세계에 복음 전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방송이었다. 그는 조그만 방송을 만들어 쉬지 않고 복음의 초단파를 쏘아댔다. 그가 바로 극동방송의 사장 김 장환 목사님이시다.

우연한 일 같지만 만남의 축복이 그를 인도했던 것이다. 정탐꾼들이 라합을 만난 것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고 라합이 정탐꾼들을 만난 것도 절묘한 하나님의 손길이었다. 정탐꾼들은 라합 때문에 목숨을 건졌을 뿐 아니라 여리고를 침공할 방법을 여호수아에게 알릴 수 있었고 라합은 정탐꾼들을 만남 때문에 여리고성이 무너지던 날 가족과 친족 모두를 구원시키는 놀라운 주인공이 되었던 것이다. 우연 같지만 하나님의 손길은 실수하는 법이 없다.

오늘도 우리는 좋은 사람을 만나기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 내 인생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영적 비타민을 선물할 윤택한 만남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 라합의 이름 뜻은 거만함, 격렬함, 광대함 이라고 한다. 라합은 이름처럼 신속하고, 민첩하게 움직인 여인이었다. 정탐꾼을 발 빠르게 숨겨주고, 눈치 빠르게 뒤처리를 했으며, 뱀같이 지혜롭고, 사자처럼 담대하게 행동했다. 주의 일을 하는데 소극적인 것은 비극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의 보좌 앞에 나갈 때는 담대히 나가야 한다. 라합의 이름처럼 때로는 격렬하게, 급격하게 결단을 내려야 한다. 주저하고, 미적거리고 미루었다면 일을 그르쳤을 것이다. 생각은 깊이 해야겠지만 옳다고 생각되었다면 주저 없이 달려가야 할 것이다.

라합은 여인이었지만 웬만한 남성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했다. 강철 같은 담력이 없이는 결코 하지 못했을 것이다. 라합은 이방여인이었지만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믿었기에 하나님을 상천하지의 하나님이라고 고백했다. 신앙은 많이 배운다고 생겨지는 것이 아니고 오래 믿었다고 돈독해 지는 것도 아니다. 어느 순간 천둥 벼락처럼 믿음이 내 가슴을 내리칠 때 주저함 없이 고백하고 믿는 것이 믿음이다. 라합은 계산하지 않았다. 기회주의자처럼 행동하지도 않았다. 하나님의 촛대가 어디로 움직이는지 판단이 선 순간 그는 목숨을 걸고 도박을 했다. 라합의 전술은 전쟁터에서 터득한 장군의 전술보다도 뛰어났을 뿐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읽었고, 위기 탈출 능력을 보여주었다.

하나님은 위대하시지만 하나님의 구원 역사는 작은 것을 통해 이루어진다. 다윗은 골리앗과 싸움에서 작은 물맷돌 하나를 사용했고 모세를 쓰실 때는 들에서 양 치던 마른 지팡이를 사용하셨다. 삼손은 묘지에 있는 나귀 턱뼈 하나로 일천 명을 해치웠다. 하나님은 때로 천 조각, 떡덩이, 돌멩이, 뼈다귀 등 시시콜콜한 물건으로도 구원역사를 이루셨다. 라합의 창문에 매달아 놓은 붉은 줄도 마찬가지였다. 흔하디흔한 붉은 줄 하나가 온 집안 식구를 살리는 구원의 표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여리고성의 이름 없던 기생 라합은 훗날 예수의 조상이 되었다.

(마 1:5~6) 살몬은 라합에게서 보아스를 낳고, 보아스는 룻에게서 오벳을 낳고 오벳은 이새를 낳고 이새는 다윗 왕을 낳으니라 ...

미천한 여인, 역사의 비주류이자, 기생이었던 이방여인이 결정적인 순간에 하나님의 역사를 믿음으로 내다보았고 이윽고는 온 집안과 친척을 구원시켰을 뿐 아니라 예수님의 족보에 오르는 신비한 발자취를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기도하고 싶다. 라합을 쓰셨던 하나님 나를 써 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