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설위원/김진하 목사

이스라엘의 초대왕은 사울이라는 사람이었다. 사울은 막내지파인 베냐민 지파 기스의 아들로 부친이 잃어버린 나귀를 찾다가 선지자 사무엘을 찾아가 도움을 구하였다. 사울은 나귀 한 마리를 찾는 것도 자기의 힘으로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겸손한 사람이었다. 하나님의 보호하심과 선지자의 도움이 있어야 된다고 믿었던 사람이었다. 이스라엘 민족이 모여 사울을 왕으로 추대하였을 때도 자신은 왕이 될 자격이 없다며 숨을 정도로 자신을 낮추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사울의 겸손한 모습은 왕이 된 후에는 온데간데없어지고, 왕권을 지키기에만 급급한 치사하고 비열한 인간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는 오직 제사장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사울은 하나님이 사람 사무엘 선지자를 무시하고 자신이 직접 양 잡아 제사를 드렸다. 왕권의 횡포요 교만이었다. 뿐만 아니라 아말렉과의 전쟁에서 포획한 것을 모두 전멸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무시하고 살진 가축들을 몰래 뒤뜰에 숨겨놓는 죄를 범하고 말았다. 물질에 대한 탐욕이 머리를 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사울왕은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심각한 위기를 당하게 되었다. 적장 골리앗이라는 장군의 등장에 온 이스라엘은 간담이 녹고 팔다리가 힘을 잃었다. 이때 혜성같이 등장한 다윗이란 소년이

골리앗을 단숨에 물리치고 이스라엘을 위기에서 구한 것이었다. 이때부터 백성들의 마음은 다윗에게로 쏠리기 시작했다. 사울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백성들의 지지도가 다윗에게로 기울어지기 시작하자 사울은 영웅 다윗을 죽여 없애야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그때로부터 15년간은 미치광이의 칼부림 세월이었다.

질투와 시기심으로 그의 인격과 성품은 천박하고 치사하기가 이를 데 없이 추락하고 말았다. 결국 사울은 블레셋과의 길보아 전투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었고 이후로 그의 왕가는 처참하게 몰락하고 말았다. 사울은 무너지는 지도자였다. 역사적으로 보면 몰락하는 지도자에게는 특징적인 증세들이 나타난다.

1. 자만심의 증세가 나타난다.

지도자가 겸손을 잃어버리고 교만하기 시작하면 이미 초심을 잃은 것이고 무너져가는 중이다. 이 나라는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오만함과 자만심은 무너져 가는 지도자의 특징적인 증상이다.

2.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기 시작한다.

무너져가는 지도자는 옳은 소리를 듣지 않으려 한다. 자존심을 내세워 절대로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는다. 지도자는 고집으로 사는 사람이 아니라 원칙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3. 긴장감이 풀어지고 경계심이 생긴다.

무너지는 지도자는 주변 사람과 경쟁하기 시작한다. 자리와 지위에 대한 불안한 생각을 갖기 시작하면 이미 리더십에 금이 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조직의 누군가에게 열등의식과 질투심을 갖는 순간부터 지도자의 인격은 무너짐을 알아야 한다.

4. 맹신하는 추종자가 많아진다.

거짓과 부정은 그 조직과 집단을 썩게 만든다. 무너지는 지도자 주위에는 옳은 소리를 하는 사람이 사라진다. 당연히 옳고 그름을 말해 주는 사람도 없다. 뿐만 아니라 옳은 소리를 면전에 한다 해도 그 쓴 소리를 소화해 내지 못하고 보복을 한다. 그런 지도자라면 심각하게 몰락해 가고 있는 중이다.

5. 강직한 조언자가 보이지 않는다.

지도자에게는 정직하고 충직한 조언자가 있어야 한다. 아첨이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손바닥 비비는 사람이 아니라 충심으로 충언을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칼빈은 “인간은 하나님을 알기 전에는 자신을 알 수 없다” 고 했다. 몰락해 가는 지도자는 자신의 모습을 확실히 보여주고 말해 주는 거울이 없는 사람이다. 지도자는 끊임없이 자신에 대하여 가감 없이 진실하고 정직하게 말해 줄 수 있는 조언자를 만나야 한다.

사울 왕이 왜 몰락했을까? 그렇게도 겸손했고, 수줍어했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바라보았던 사람이 왜 그렇게 형편없이 몰락했을까? 그것은 아마도 훈련 없이 하루아침에 세워졌기 때문은 아닐까? 그는 연단의 과정 없는 급조된 지도자였다. 밑바닥부터 섬기고, 다져가는 과정이 생략되었고 자신과의 피눈물 나는 투쟁의 과정이 무시되었다. 넘어지고 일어서는 실패의 경험이 너무 없었다. 애석하게도 사울의 인생에는 훈련과 연단을 하는 광야가 없었다. 그는 비운의 지도자요 안쓰러운 이스라엘의 초대 왕이요 몰락하는 지도자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온 나라가 지난 1년 동안 공백상태였고 국민들의 마음은 허탈함과 공허함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앞으로도 얼마나 더 시간이 흘러야 이 패닉 상태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사람들은 말하기를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고 했는데 그 영웅은 언제나 우리 앞에 짠하고 등장을 할지 눈앞이 감감하다.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너도나도 출사표를 던지고, 아직 1년 반이나 남은 후년 대선에도 후보군에 이름들을 올리려고 안간 힘들을 쓰고 있지만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 나라의 최고지도자였던 사람들의 말로가 편안한 분들이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도 존경받고 물러나는 최고 지도자를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