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회장·법인이사장:소강석 목사

(사)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법인이사장:소강석 목사, 이하 한교총)은 1월 21일,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한 아젠더를 제시했다.

대표회장 소강석 목사(예장합동 총회장·새에덴교회)는 "현재 한국교회의 안고 있는 가장 문제점은 ‘공교회성의 결핍’과 ‘리더십의 부재’라며 이를 위한 해결책으로 '공존과 협력'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하여 “앞으로 한국교회가 남극의 펭귄들이 혹독한 환경에서도 공동체의 생존을 가능케 한 허들링(huddling)을 우리 사회에 보여주고, 바보스럽지만 용감한 ‘퍼스트 펭귄’, 곧 찬란한 바보로서의 역할을 감당할 때 공교회 본연의 모습을 회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교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수준이 낮아진 현실에 대해 통감하며 이를 회복하기 위해 한국교회가 '윤리와 도덕의 회복',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섬김' 그리고 '생명존중과 건강한 가정 회복'을 위해 힘써야 한다"며 "이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교조주의에 얽매인 옛 모습을 버리고 앞서 언급한 허들링 처지(huddling church)로서의 모습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표회장·법인이사장:소강석 목사, 공동대표회장:이 철 감독(좌측부터)

이어 이 철 감독(공동대표회장)은 "우리나라 건국과 근대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한국교회의 공헌과 역량이 코로나19로 인하여 상실되고, 우리 사회에 쌓았던 신뢰와 정신적 자산이 크게 무너진 것에 대해 깊이 고통을 겪었다"며, "지금 한국교회는 로마시대 초대교회와 우리나라의 선교초기 당시 감염병 상황에서 협력하며 희생하고 헌신했던 모습을 기억하며, 앞으로는 말로만의 연합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연합하며 동행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그에 마땅한 기반과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 대표회장·법인이사장:소강석 목사, 공동대표회장:이 철 감독(좌측부터)

격이 없이 진행된 간담회를 통해 이들은 한교총 대표회장으로서, 정부의 방역 성과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방역 성과의 그늘에 있는 소상공 계층의 아픔을 방치하지 말 것과 표적화 된 다중집합시설이 상대적으로 타격을 받진 않도록 당국에서는 형평성 논란을 줄일 수 있는 세심한 거리두기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고, 정치권에 대해서는 코로나19라는 위기의 국면을 맞아 협력하여 상생의 길을 찾기보다 당리, 당략을 위한 새로운 재료로 삼아 서로를 비판하며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며 대화와 존중이 정치를 요청했다.

▲ (사)한국교회총연합, 신년 기자간담회

한교총 회견문 전문은 다음과 같다.

「◆ 한국교회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하여

지난 1년은 코로나19로 모든 일상이 변경되는 혼란과 위협의 한 해를 보내야 했습니다. 정부나 기업, 학교와 종교시설 등 기관들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감염병 팬데믹 앞에 속수무책으로 끌려 다녀야 했습니다.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코로나19와 싸우고 있습니다. 이제 2021년을 시작하면서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한국교회의 입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 한국교회는 대한민국 건국에 크게 이바지한 정신적 기반이라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한국교회의 리더십에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발병 초기 교회적 대응에 있어 자율적 방안을 만들지 못해 오랜 기간 지켜온 교회의 예배마저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마치 정부가 교회의 예배까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처럼 비춰지고, 전례를 만들어 교회 안에서 불만과 거부반응을 자초했습니다.

2. 한국교회는 정부에 요청하여 정부와 종교단체 간 방역협의체를 조직하였고, 이 협의체를 통해 종교계의 입장을 전달하면서 실질적 대화를 통해 종교시설에 대한 방역지침을 마련하였습니다.

물론 교회 안에는 방역지침에 대하여 거부하고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한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대화가 방역 당국과 다른 종교 단체의 필요까지 감안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최선을 다해 협력하며, 방역의 목표를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3. 한국교회는 감염병 확산 속에서 이웃의 두려움을 감싸 안아야 합니다. 한국교회는 세상속의 교회로서 이웃의 아픔과 함께해온 전통대로 세상 속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로마 시대에 기독교인은 박해를 받아 카타콤에 숨어서 살았습니다. 로마에 전염병이 돌아 길거리에 병자와 시체가 나뒹굴자 당시 기독교인들은 길거리의 시체를 치우고, 병자들을 돌보았습니다. 감염병자를 돌보다가 함께 죽기도 했습니다. 그때 생겨난 기독교인의 별명이 ‘파라볼라노이(parabolanoi)’로 ‘곁에 있는 자’라는 뜻입니다.

구한말 때도 그랬습니다. 1893년에 콜레라가 창궐하자 조선 최초의 장로교 선교사였던 언더우드(1859~1916)가 중심이 되어 콜레라 퇴치에 나섰습니다. 언더우드는 서대문 밖에 두번째로 지은 예배당을 전염병 환자 보호소로 운영하면서 콜레라 퇴치에 힘썼습니다. 조선인들로 구성된 자원 봉사단도 간호훈련을 받고 크게 활약을 했습니다. 콜레라가 물러간 뒤 조선 정부는 감사의 뜻을 전하며 치료에 들어간 약값을 지불했습니다. 조선인 신자들로서는 거금을 받았는데, 귀한 선물이기에 귀한 일에 쓰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교회건축에 헌금을 해서, 그 자금이 광화문의 새문안교회 건축의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팬데믹 상황에서 교회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여기에 있습니다.

4. 한국교회는 교회 안에 다른 지체들과 평화를 이루는 것도 중요합니다. 코로나19가 터지자 교회 안에는 예배에 대하여와 방역지침 준수에 대하여 의견을 달리하며, 서로 비판하고 비난하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이는 지체의식의 결여를 드러낸 것이며, 공동체를 허무는 위험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는 감염병이 우리에게 준 상처를 이겨내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먼저 공동체 의식, 지체의식을 회복해야 합니다. 코로나19의 위기가 상존한 지금, 타인에 대한 책임 전가와 분노를 그치고, 이 위태로운 시기를 통해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그리하여 사람을 변화시키는 복음의 생명을 회복하는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에 대하여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는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1.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성과를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를 보호하며 방역을 완수하려는 목표 때문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소상공인들에게 피해가 집중되었으며, 학교와 종교시설 등 다중 집합시설의 집합제한으로 유무형의 피해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성과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정부는 더욱 세밀하게 살펴서 감염병 상황을 정치적 이해로 삼으려는 유혹에서 벗어나기 바랍니다. 국민과의 폭넓은 소통을 통해 자발적 협조를 구하고, 형평성 논란을 피할 수 있는 거리두기 지침을 마련해야 합니다.

2. 지금 국민의 눈에 비치는 여야 정당은 이 국난의 시기에도 대안을 찾지 못하고 끝없는 당파싸움으로 세월을 허송하는 것으로만 보입니다.

심지어 이 감염병 재난 앞에서도 당파의 유익만을 내세울 뿐 국민의 마음을 시원케 하는 대안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감염병 재난 속에서 소상공인들을 비롯한 수많은 국민이 생존의 위기를 호소해도, 팬데믹 이후 이어질 선거나 자기 당의 이익만을 계산하며, 감염병이라는 재료를 이용해 비판과 비난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자신만이 옳다는 그릇된 확신을 내려놓고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므로 대화하고 타협하는 국회를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3. 우리나라 기업은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속에서 기업 우선 정책의 수혜를 입고 성장하였습니다. 물론 그 안에서 헌신한 기업인들의 노고가 있었다 하더라도 성장의 열매를 나누지 못한 수많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뒷받침 속에서 성장하였습니다. 코로나19로 기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소상공인들이 붕괴 되면 대기업의 생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 팬데믹의 재난을 통해 기업윤리가 바뀌어 상생과 공존에 중점을 두는 기업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4. 시민사회는 민주화와 함께 성장하여 민주주의를 발전시켜나가는 대안 세력으로서 제도권 정치가 길을 잃을 때 초심을 일깨워 한 걸음 더 나아갈 길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시민사회는 이념과 이익에 함몰되며 자기 목소리를 잃고 편당 정치에 빠져 있습니다.

시민사회 지도자들은 자기 의의 함정에서 벗어나 그 눈길을 국민에게로 돌려야 합니다. 생존의 위기 앞에 위태롭게 살아가는 이들의 애환을 보아야 하며, 침묵하는 다수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시민사회 리더가 균형을 잃으면 힘없는 사람들이 이용만 당하는 악순환에 봉착합니다. 이 감염병 속에서도 여전히 대안을 찾아내는 시민사회 리더들이 되어주시기를 바랍니다.

◆ 2021년 한교총의 미래 아젠더는?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과 한국교회가 처한 상황을 진단하기 위하여 수차에 걸쳐 내부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많은 전문가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에 우리의 모습은 어찌해야 할 것인가 답을 찾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의 미래 아젠더를 중심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1. 앞에서 언급하신 말씀에 공감하면서 한국교회는 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는가 답을 찾아본 결과, 가장 큰 요인으로 ‘한국교회의 공교회성 결핍’과 ‘리더십 부재’의 문제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개교회 성장에 집중하는 동안 공교회와 대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소홀히 하였습니다. 리더십의 부재는 위기상황을 대응함에 있어 많은 혼란이 있었을 뿐 아니라 감염병 예방을 위한 실천과 대응에도 부끄럽지만 허점이 나타났습니다.

이에 한교총은 교계의 분열된 리더십을 원 리더십으로 통합하고, 교단과 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이 함께 연합하여 공교회 세움과 사회적 리더십을 강화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 현재 전문가들의 견해나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한국교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상당히 낮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대사회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는 첫째, 윤리와 도덕성 회복, 둘째,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것, 셋째, 생명존중과 건강한 가정을 기초로 한 국가 비전 제시라고 합니다.

우리는 사회적 신뢰회복을 위해 교회주의의 담 안에만 게토화 되지 않고, 사회적 감수성과 공감능력을 가지고 복음의 사회적 지평을 넓혀가야 합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이 감염병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그들을 치료하기 위해 뛰어든 것처럼, 종교개혁시대 성도들이 두려움 없이 환자를 돌보는 일에 앞장선 것처럼, 한국교회 초기 선교사들이 차료약을 들여오고, 환자들을 돕기 위해 피와 땀을 쏟은 것처럼, 사회적 고통에 동참하며 치유하는 허들링 처치(huddling church)의 모형을 세워가겠습니다.

3. 대한민국과 한국교회를 위해 미래의 주인공들인 젊은 세대와 소통에 힘쓰며, 민족의 평화적 통일을 목표로 남북의 교류와 평화공존을 위해 힘쓰겠습니다. 여론조사를 보면,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서 기독교인 74.1%, 비기독교인 63.8%가 필요하다고 응답하고 있으며, 통일을 위해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기독교인 61.2%, 비기독교인 49.1%가 부담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통일에 앞서 유엔 제재를 지키는 선에서 인도적 차원의 북한 지원에 대해서는 응답자 중 기독교인 78.2% 비기독교인 66.6%, 탈북 후 제3국에 머무는 탈북민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기독교인 73.9% 비기독교인 56.2%가 필요하다고 답하였습니다. 우리는 대다수 국민의 바람대로 남북화해와 평화통일의 길을 여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하겠습니다.

4. 2021년 한교총은 첫째, 한국교회의 공교회 세움과 원 리더십, 원 메시지를 회복하는데 집중할 것입니다. 둘째, 코로나 팬데믹 극복을 위하여 국민의 고통에 동참하며 치유하는 허들링 처치의 모형을 세워갈 것입니다. 셋째, 노마드 크리스천과 소통하고 공감하며, 국민의 염원인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선도적 역할과 섬김의 사역을 감당하겠습니다.

코로나19는 인류에게는 겸손을, 한국교회에는 신앙의 본질과 원형교회 회복이라는 시그널을 주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세계사적 축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언제까지일지는 모르지만, 비대면 온라인 사회로의 전환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거부할 수 없는 현상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제 한국교회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초월한 뉴 스페이스 처치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교회와 예배의 본질은 더욱 강화하되, 사역의 방식은 언택트를 넘어 영혼과 영혼을 잇게 하는 영(靈)택트를 취하는 영적 역설적 슈퍼 처치를 세워가야 할 것입니다.

남극의 펭귄들은 영하 50도의 혹한의 추위를 허들링의 사랑으로 이겨냅니다. 그런데 펭귄들이 바닷가에 도착하여 먹이를 구해야 할 때 퍼스트 펭귄이 위험을 무릅쓰고 가장 먼저 뛰어든다고 합니다. 이어령 교수의 표현대로, 한국교회는 이제부터 우리 사회의 퍼스트 펭귄이 되고, ‘찬란한 바보’의 교회가 되겠습니다.

이 땅에 복음을 전했던 선교사들이 찬란한 바보가 되고 허들링의 사랑으로 우리 민족과 시대를 섬겼던 것처럼, 이제부터 한교총은 그들의 신앙과 정신을 이어받아 2021년을 퍼스트 펭귄, 찬란한 바보, 허들링 처치를 시작하는 원년으로 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구인본 편집국장  akib@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