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설위원/김진하 목사

고대 그리스에서는 횃불경주를 신성하게 생각했다. 아테네 사람들은 밤에 횃불경주를 실시했는데 개인전과 단체전으로 나눠 행할 정도였다.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트라키아의 여신 벤디스 축제를 구경하러 아테네를 찾아갔을 때 한밤에 펼쳐지는 횃불승마 경주를 봐 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횃불경주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 배경을 이해하려면 불의 역사를 더듬어볼 필요가 있다.

화산이 폭발하면서 뜨거운 용암을 분출하고 번개나 나뭇가지를 태우는 등, 불은 일찍부터 존재했다. 그러나 초기의 인간은 불을, 수시로 변하는 무서운 괴물 같은 존재로 여겼다. 주위의 모든 것을 빨아들여 없애버리는 무서운 존재인 저 뜨거운 정체는 무엇일까? 태양의 자식일까? 두려움은 사람들의 머리를 조아리게 만들었고 사람들은 불을 숭배하기 시작했다. 불에다 나뭇가지를 주고, 불을 보호하면서 불을 받드는 종교가 생겨났다. 배화교로 번역되는 조로아스타교가 그중 하나다. 이집트에서도 태양을 숭배한 결과 그로인해 태양력 달력을 최초로 만들었고 사람과 짐승을 형상화 하여 만든 스핑크스는 머리를 태양의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불을 두려워하기는 그리스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프로메테우스라는 거인이 신의 영역인 올림포스 산에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주었다. 덕분에 인간은 불을 이용하게 되었으나 프로메테우스는 반역죄로 날마다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벌을 받게 됐다. 이런 관념은 횃불경주를 통해 불의 신에게 감사하게 했고 올림픽 때는 올림포스 산에서 불을 채화하여 올림픽이 열리는 지방까지 그 불을 옮기는 행사를 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불을 발명하지 않았다. 다만 인간은 불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불이 있으면 한 밤에 추위를 물리칠 수 있었고 맹수의 접근도 막을 수 있었다 또한 밤에 사냥을 할 수 있었고, 어두운 동굴에서도 쉬면서 한가한 시간에 불빛아래에서 모피를 만들거나 무기를 만들 수 있었다. 인류 최초의 예술가들은 라스코 동굴과 알타미라 동굴에 벽화를 남기기도 했으니 불빛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불은 문명의 씨앗이 되었다. 불은 인간과 동물을 구분 짓는 결정적 요소이기도 했다. 불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동물의 대결은 항상 인간 승리로 끝났다. 인간들은 처음에는 자연에서 불을 구했으나 그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본격적으로 불을 다루기 시작했다. 자연이 새로운 불을 내려줄 때까지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 없었다. 횃불이나 화롯불에 불씨를 보존하고, 불을 이용하여 생산을 시도했다. 불은 신기하게도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가정을 이루게 했고, 마을을 이루고, 부족과 국가가 이루어졌다. 불은 인류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으며 훗날 모든 에너지의 어머니가 되었다.

불의 발달은 특히 식생활에 혁신을 불러왔다. 인간들이 실수로 날고기를 불에 떨어뜨렸거나 우연히 불에 탄 동물의 고기를 먹음으로 익은 고기가 날것보다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후 인간은 음식을 익히거나 요리를 해서 먹게 되었다. 익힌 음식은 맛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존하는데도 장점이 있었다. 불로 인해 요리라는 분야가 생겼고, 사람들의 식성은 식물성에서 동물성으로 급격히 바뀌게 되었다. 불에 익힌 고기를 먹음으로 육류소비가 급증했고 그로 인해 각종 단백질을 풍부히 섭취한 인간은 동물들보다 두뇌가 발달하게 되었고, 지능이 높아지게 되었다.

불은 인간의 삶과 문화에만 변화를 준 것이 아니었다. 성경의 역사도 불의 역사였다. 대제사장 아론의 두 아들 나답과 아비후가 성소에서 분향하다가 불에 타 죽은 일이 있었다.

(레위기 10:1) “여호와의 명령하지 아니하신 다른 불을 담아 여호와 앞에 분향 하였더니...

다른 불로 하나님께 분향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같은 불이지만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두 종류의 불이 있었으니 <거룩한 불>과 <다른 불>이었다. 거룩한 불은 하나님께서 주신 불로 번제단의 제물들을 태울 때 사용하는 불이었고 다른 불은 보통 불로서 사람들이 음식 만들 때 사용하는 불이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께 번제를 드릴 때 사용하는 불은 반드시 하나님이 주신 불이어야 했다. 놀랍게도 그들은 그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600년간을 보존하기도 했었다. 급하다고 아무 불이나 사용한다면 잘 하는 일이 아니다. 하나님이 주신 불을 꺼뜨리고, 사람들의 불을 사용하는 것은 하나님께 책망 받을 일이다. 제사장 아론의 두 아들들이 다른 불로 제사 드리다가 둘 다 즉사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거룩한 불, 성령의 불 받기를 원한다. 2천 년 전 유대 땅 예루살렘의 한 다락방에 임했던 성령의 불길은 예루살렘, 유대, 사마리아와 유럽 전역과 신대륙이라고 불렸던 아메리카 대륙 미국을 거쳐 태평양을 건너 140여 년 전 이 땅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이 불길을 저 북방 얼음산과 남방 산호섬 모든 백성들에게 전하기 위하여 모든 교회와 성도들은 한 마음으로 전심전력하며 애쓰고 있다. 코로나라고 하는 복병을 만난 지금 비록 우리가 전전긍긍하고 있지만 하나님의 불기둥을 따라가야만 살 수 있다는 교훈을 주셨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광야생활 훈련을 되돌아본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