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하 목사

백악기에 살았던 공룡 중에 ‘오비랍토르’라는 공룡이 있다. 이 공룡은 1924년 몽골의 고비사막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발견될 당시 공룡 뼈 주변에는 알이 있었고 당시 공룡학자들은 이 공룡이 다른 공룡의 알을 훔치다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공룡의 이름을 ‘알 도둑’이라는 의미의 ‘오비랍토르’ 라고 지었다.

그런데 1993년 또 다시 알 더미 위에서 오비랍토르의 화석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이때 발견된 알에는 놀랍게도 오비랍토르의 태아가 들어 있었다. 이 화석을 연구해 본 결과 오비랍토르는 ‘알 도둑’이 아니라 자신의 알을 지키려다가 죽었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이후에 공룡학자들은 오비랍토르를 알 도둑이 아닌 모성이 강한 공룡으로 분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공룡은 여전히 알 도둑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름으로 불리우고 있는 것이다. 100년 가까이 불렸던 이름을 하루아침에 쉽게 바꿀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만으로 상대방을 평가하다 보면 오해가 생길 때가 있다. 그러나 한번 각인된 이미지는 쉽게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오해는 빨리 털어버리는 것이 좋다. 누구든 겉모습만으로 쉽게 평가하려고 하거나 자기 생각으로 단정을 짓는 것은 피해야할 덕목중 하나다.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은 소아마비 장애인이었는데도 미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4선 대통령이었다. 1930년대 경제 대공황을 이겨내고 2차 세계 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분이 미국 32대 대통령 루즈벨트였다. 어느 날 그가 한 주간지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자신이 형편없는 술주정뱅이라는 기사가 실린 것이었다. 기분이 언짢아진 그는 비서관을 불러 이 상황을 어떻게 처리할 지를 물었다.

비서관은 당장 잡지사 사장과 기자를 불러 따끔하게 혼을 내 주자고 건의했다. 루즈벨트는 그건 권력의 남용이라며 잠시 생각하더니 정식으로 법원에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해야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비서관은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지만 대통령의 지시를 따라야만 했다. 그로부터 얼마 뒤 재판이 열리게 되었고 판사는 신중하게 심문한 후에 판결이 내려졌다.

“귀 잡지사의 기사는 허위로 판명이 내려졌으므로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 인정되는 바

귀사는 대통령에게 손해를 배상하시오”

사람들은 당연한 결과에 고개를 끄덕였고 이제 그 잡지사는 문을 닫게 생겼다고 수군대기 시작했다. 판사의 말이 이어졌다.

“대통령이 요구한 손해 배상금은 1달러입니다.”

“대통령 각하의 명예훼손 대가가 고작 1달러란 말입니까?”

사람들은 궁금하여 자리에 앉아있는 대통령을 바라보며 물었다. 대통령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겐 손해배상금은 의미가 없네. 중요한 것은 진실이고 명예지 그리고 그 진실을 판단할 수 있는 것은 권력이 아니라 사법부의 판단이 아닌가? 이제 명예를 지켰고 진실이 밝혀졌으니 나는 그것으로 만족하네”

루즈벨트 대통령이야말로 진정 멋을 아는 대통령이 아니었을까?

지도자 모세가 구스 여자를 후처로 삼음으로 인해 미리암과 아론이 모세를 비방한 적이 있었다. 모세가 경솔했음이 분명했다. 구스 여인은 에디오피아 지역의 흑인으로 추정된다. 그녀는 종의 신분이었고, 잡족이요 이방인이었다. 이 일로 인해 형과 누나가 동생을 비난한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하나님은 모세를 비난했던 그들을 향해 진노 하셨고 누나 미리암은 나병에 걸려 눈처럼 피부가 희어졌다. 속상했던 생각을 하면 그냥 두고 싶을 것이었다. 그러나 모세는 여호와께 부르짖어 구했다.

“하나님이여 원하건대 그를 고쳐 주옵소서”

역시 모세는 온유함이 지면의 모든 사람보다 승한 사람이었고 모두를 품을 만한 우주적 성품을 지닌 사람이었다. 하나님이 그의 손을 들어주셨다면 그의 명예는 이미 회복된 것이었다. 용서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작금에 지방의 한 기도원과 선교기관에서 운영하는 무인가 대안학교들에서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대량으로 발생했다고 한다. 그들은 거리두기 제한 방역활동에도 생각 없이 역행을 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사람들이 교회라는 말만 나와도 고개를 흔들고 기독교를 ‘개독교’라고 하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만하다. 우리에게 주어진 고귀한 이름인 크리스천이란 이름이 사람들에게 하찮게 불리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하나님의 자녀들이 조롱거리가 되거나 손가락질의 대상이 된다면 그건 가슴 아픈 일이다. 우리가 정말 거룩한 믿음의 사람이라면 명예를 소중히 알고 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