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설위원/김진하 목사

의사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 BC 460~BC 377경)의 이론에 의하면 사람의 기질은 인간 체액의 분류에 따라 다혈질, 담즙질, 우울질, 점액질로 분류한다. 다혈질은 외향적이며 행동은 단순하고 타인에 대한 반응도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어린아이와 같이 호기심이 많고 친절하고 동정심이 많다. 그런 반면에 좀 거칠고 잘 훈련되지 않으면서도 의협심이 많고 영웅적인 행동을 하려고 할 때가 많다. 성경 속에서는 베드로가 가장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담즙질은 뜨겁고 활동적이며 의지가 강하고 매우 독립적이며 실용적인 성향이 두드러져 계속하여 생산적인 가치를 추구한다. 반면에 매우 거칠어서 남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일을 전혀 망설이지 않는다. 대체적으로 대기업의 총수들이나 독재자들이 담즙질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어떤 학자의 표현대로라면 저들은 코뿔소의 가죽을 가지고 있다고도 한다.

우울질은 정서가 풍부하고 분석적이며, 희생정신이 강하고 재능이 많으며 모든 면에서 완벽주의자이기도 하며 늘 양심을 따라 행동하려고 한다. 반면에 가끔 부정적인 사고를 갖기도 하며 삶의 모든 면을 제 자신과 연관시켜서 해석하고, 남과 비교하여 늘 자신의 부족을 느끼곤 하기 때문에 폐쇄적인 사고의 위험을 안고 살기 쉽다.

점액질은 언제나 조용하고 태평하며 어떤 변화에도 크게 요동하지 않고 흥분하지 않으며 때로는 명랑한 것 같으나 매우 과묵하기도 하다. 반면에 매우 느리고 나태하여 의욕과 비전이 결핍하고 남에게 상처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이기적인 경향이 크다.

기질(Temperament)과 성격(Character)과 인격(Personality), 이 세 가지는 모두가 다 성격을 나타내는 용어로서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상호작용을 통해서 나타난다.

기질(Temperament)은 선천적인 성격으로 우리가 세상에 처음 나올 때 부모나 조상으로부터 물려받고 나오는 타고난 모습 그대로의 성격이다. 이 기질은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는 성격으로 우리의 제일 깊숙한 부분 속에 숨어있어 평상시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극한 상황이 온다든지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순간 튀어나오는 이런 성격의 부분을 기질이라고 한다.

성격(Character)은 태어난 이후 환경이나 교육 또는 문화 습관이나 관습을 통해서 형성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흔히 성격은 개조될 수 있다고 하는데 같은 행동을 계속해서 거듭 반복하였을 때 습관을 통해서 바뀌어 지기도 한다.

인격(Personality)은 학자마다 주장하는 바가 다르지만 우리의 제일 겉 부분을 싸고 있는 성격이라고 본다. 인격은 스스로의 부단한 노력과 수양과 배움을 통해 다듬어지고 만들어지는 것으로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2007년 4월 미국 버지니아 공과대학의 대학살 범인이 한국계 미국 영주권자인 조승희라고 밝혀져 우릴 놀라게 했었다. 조승희는 버지니아 공대에서 속을 알 수 없는 물음표 학생이었다고 한다. 2005년도 가을학기 첫 수업을 함께 들었던 동료에 의하면 그는 첫 수업 때 각자 자기소개를 하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출석부에 이름 대신 물음표를 적어 놓는 바람에 물음표 학생(question mark kid)으로 통했다고 한다. 그의 기질은 어떤 유형이었을까?

미국의 심리 분석가들에 의하면 대량살인을 저지르는 사람들 중에는 좌절한 외톨이가 많다고 한다. 대량살인자들의 공통점은 자신을 희생자로 보고 주변이 온통 부정으로 가득 차 있으며 자신은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이런 불행이 다시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내가 어떤 기질의 소유자이든 주님을 우리의 삶 안으로 모셔 들일 때 거듭나고 변화되어 이웃과 민족을 위해 귀한 존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