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설위원/김진하 목사

마태복음 14장에는 베드로의 실패한 경험 한 장면이 묘사되고 있다. 예수께서 갈릴리 이쪽 편에서 기도하시기 위하여 제자들을 먼저 배 태워 갈릴리 호수 저편으로 건너가게 했다. 밤이 깊어 칠흑같이 어두운 밤, 배가 호수 중간쯤 이르렀을 때에 바람이 불고 파도가 높아져 배안에는 전문적인 뱃사공이 네 명이나 있었음에도 도무지 배를 가눌 수가 없었다. 새벽이 되었을 때 어둠 속에 한 그림자가 물위에 나타났는데 그 사람은 풍랑 이는 물위를 걸어오고 있었다. 제자들은 순간 유령이라며 두려움에 온 몸을 떨었다. 그 때 들려온 음성은

“안심하라 내니 두려워 말라”

예수님의 음성이었다. 베드로는 다혈질에 흥분을 잘 하는 성격의 사람이라 엉뚱하게도 대뜸 하는 말이

“주님 주님이시라면 저더러 물 위로 걸어오라고 명령해 보십시오”

“오라”

정말 베드로는 배에서 내려 물위를 걷기 시작했다. 놀라운 순간이었다. 몇 발자국을 걷다 문득 제정신이 들었다. 두려운 생각이 드는 순간 그의 몸은 물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믿음이 적은 자여 왜 의심하느냐?”

말씀하시며 베드로의 손을 잡아 주셨다. 베드로는 물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예수님의 손을 잡고서야 배에 오를 수 있었다. 구원의 경험이었다. 참 특이하게도 남들 하지 않는 엉뚱한 일을 하다가 물에 빠져 낭패를 당할 뻔 한 경험이었다. 서양 격언에 “실수하지 않으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실수다“ 라는 말이 있다. 베드로의 가장 큰 소득은 불가능한 일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비록 물에 빠지기는 했지만 물 위를 걷는 신비한 경험을 실제 해 봤다는데 의미가 있다. 현상유지나 자기보존은 안전하고 편해 보인다. 그러나 현상유지는 사실상 퇴보를 의미하는 것이다. 자전거의 바퀴가 아주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굴러가지 않으면 넘어지는 것이 순리다. 걷지 않으면 앉은뱅이가 되고 움직이지 않으면 기능이 마비된다.

화가 중에는 김환기 화백처럼 물감을 얇게 입하는 사람도 있지만 박서보 화백처럼 아예 화폭에다 튜브 째 짜내면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있다. 물감이 아깝다고 물감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결국 훌륭한 작품은 나올 수 없다. 광고비가 아까워서 경쟁에 뒤지는 사업가가 있는가 하면 재료를 아끼다가 망해 버리는 공장들도 있다. 과감한 투자 없이 사업에 성공할 수 없듯이 과감하게 자기를 바다에 던지는 경험 없이 영적인 성장은 기대할 수 없다. 신앙은 뛰어 내림이고 신앙은 달려감이며 신앙은 부단한 도전이다. 음식물이든 신앙이든 부패는 언제나 자기만족과 정지 상태에서 비롯된다.

베드로가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는 초대교회의 위대한 지도자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고 많은 실패의 경험이 그 밑거름이 되었다고 본다. 미국의 제 39대 대통령을 역임했던 지미 카터는 자기의 자서전에 이런 이야기를 남겼다. 자기는 아버지에게 다섯 번 매를 맞은 경험이 있다고 했다. 다섯 살 때 주일학교 헌금으로 1센트씩을 받았는데 어느 주일 교회에서 돌아와 옷을 갈아입는데 호주머니에서 2센트가 바닥에 떨어졌다고 했다. 1센트는 아버지가 주신 헌금이었고 남은 1센트는 헌금 접시가 앞에 왔을 때 슬쩍 훔친 돈이었다.

이날 지미카터는 아버지에게 몹시 매를 맞았는데 그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남의 돈이나 재물에 어떤 방법으로든지 손을 댄 기억은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런 실패를 다시 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그리스도의 손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은 재임 시 뿐 아니라 퇴임 후에도 나라와 나라 사이의 분쟁을 중재하고 작업복에 작업모를 쓰고 해비타트 운동을 통해 수십만의 집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면서 쉼 없이 달려가고 있다. 놀랍게도 대통령으로 재임 시에 했던 일보다 퇴임 후에 더 많은 일을 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있다.

베드로의 실패의 경험은 그를 넘어지게 하는 것이 아니었고 오히려 그를 단련하여 위대한 지도자를 만드는 기회가 되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 도전하여 실패했다면 그 만큼 경험을 쌓은 것이다. 배에서 한 발자국도 떼어보지 못한 사람보다는 과감히 도전하여 물위를 걸어보고 빠지는 편이 훨씬 효과적인 결단이다. 실패의 경험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지혜와 경륜을 남겨줄 것이다. 엉뚱해도 좋다. 무모해도 좋다.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해도 좋다. 불가능해 보여도 좋다. 시도해 보고 부딪혀 보는 것이다. 그리고 또 실패해 보는 것이다. 실패는 나를 위대한 제자의 길로 인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