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설위원/김진하 목사

<Too much and Never enough>(이미 넉넉하지만 결코 만족을 모르는)

평생을 깊은 산속을 헤 메고 다니면서 약초를 캐고 진귀한 버섯들을 채취하는가 하면 벌꿀을 채집하며 사는 산 사람들이 있다. 언젠가 산 사람들이 절벽 위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가 절벽 중턱에 있는 벌집을 발견하고 석청 꿀을 따는 것을 TV에서 본 적이 있다. 벌들이 온 여름동안 쉬지 않고 일을 해서 모아놓은 꿀인데 산 사람들이 순식간에 모두 다 따 버리고 말았다.

사람들은 횡재 했겠지만 벌들의 입장에서 보면 참 허무한 일이다. 꿀벌이 죽자하고 날아다니며 애써 꿀을 모아 놓았지만 자신은 먹어보지도 못한 채 사람들이 남김없이 다 빼앗아 간 것이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평생을 동분서주 하며 재산을 모으는 데 급급하지만 그 쌓아놓은 재산을 제대로 써 보지도 못한 채 죽고 나면 사실 쓰는 사람은 따로 있는 법이다.

새가 살아 있을 때에는 땅을 기어 다니는 개미를 잡아먹는다. 그러나 새가 죽으면 개미들이 새까맣게 몰려들어 그 새를 먹는다. 한 그루의 나무로 백만 개도 넘는 성냥개비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백만 그루의 나무를 태우는 데는 성냥개비 하나로도 충분함을 아는가? 열심히 살아 남부럽지 않은 갑부요 부자 대열에 들어갔다 할지라도 그 대열에 들어가는 것은 힘들고 어렵지만 그 대열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순식간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 최고의 갑부이자 삼성그룹의 총수인 이건희 회장이 7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빈소에는 우리나라 최고위급 정계인사들이 다녀갔고 경제계 문화계의 거물들과 수많은 사람들이 조문을 다녀갔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이 회장이 세상을 떠나고 나니 모든 언론과 사람들은 그의 남긴 재산에 눈길을 던진다. 그가 남긴 유산은 약 26조원 정도라고 한다. 그중에서 상속세로 12조원 정도를 납부할 것이고 그동안 모아놓았던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들을 여러 박물관에 기증한다고 하는데 대략 1조원의 가치가 있다고 했다. 그가 남긴 유산의 60%인 대략 16조원 정도를 사회로 돌려보내고 가족들에게 유산으로 물려주는 것은 10조원 정도 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감히 상상도 못할 수치다.

선친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지만 두 분의 형님들을 제치고 후계자로 낙점되어 젊은 시절 세계 일등을 목표로 전 세계를 날아다니며 모은 재산이었지만 그 천문학적인 재산이 그의 생명을 연장시키지 못했고 그가 우리나라 최고의 병원을 강남에 세우고 수많은 사람들의 질병을 고쳐주고 생명을 연장시켜 주었지만 막상 자신의 목숨은 지킬 수 없었다.

그 분이 종교는 가지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예전에 선친 이병철 회장이 돌아가셨을 때 신문에서 언뜻 보았던 기억은 장례예식을 원불교식으로 했다고 기억하고 있다. 안타깝지만 기대하는 것은 영원한 생명, 영원한 나라, 영원한 삶이 있다는 것을 그 분이 일찍이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 보면 하나님을 모르는 인생은 얼마나 허무하고 안타까운지 모르겠다.

주님이 복음을 전하시다가 한 낮선 사람의 요청을 듣게 된다. 그의 요청내용은 주님이 자기의 형을 좀 만나 동생과 유산을 나누도록 압력을 가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이에 주님께서는 한 비유를 들어 그에게 말씀하셨다. 동네에 한 부자가 있어 한 해 동안 농사하여 소출을 풍성하게 거두었는데 그 곡식들을 쌓아둘 창고가 부족하여 고민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부자가 내린 결론은 창고를 더 크게 지어서 이 풍성한 곡식들을 남김없이 그 창고에 보관해야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스스로 생각하기를

“내 영혼아 여러 해 쓸 물건을 많이 쌓아 두었으니 평안히 쉬고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자”

그것을 보신 하나님이 하신 말씀이다.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준비한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

트럼프 대통령의 여자 조카이자 임상 심리학자인 메리 트럼프 박사의 책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출간 되자마자 100만부가 팔렸다고 한다. 제목은 <Too much and Never enough>(이미 넉넉하지만 결코 만족을 모르는) 부제는 “우리 집안은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을 만들어냈는가?”였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기 위해 쓴 책이라고 했다. 집안 조카가 쓴 책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책의 출간을 막기 위해 출판금지 가처분소송까지 제기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되어 출간된 책이다.

조카는 그 책에서 “돌아보면 삼촌인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고부터 오직 돈으로만 세상을 보는 사람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했으며 삼촌은 속임수가 삶의 방식이라고도 했다. 조카는 대통령 선거 때도 바이든, 해리스 글자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바이든을 응원했고 트럼프는 사임해야 한다고 했다. 비록 미국의 대통령을 역임했다 할지라도 가족들에게 조차 인정받지 못했고 게걸스럽게 모든 것을 돈으로 평가했던 트럼프의 통치방식이 새삼 졸렬하게 느껴진다.

주님 말씀대로 오늘 밤에 우리의 영혼을 도로 찾는다면 우리의 쌓아놓은 것은 누구의 것이 되겠는가? 그리스도인이라면 남보다 열심히 살고 돈도 많이 벌어야 한다. 진실하고 정직하게 일해서 잘 살아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 주신 그 물질로 부끄럽지 않게 써야 하겠다. 하나님을 위해, 주의 나라를 위해, 복음 전파를 위해, 그리고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우리의 이웃을 위해... 이런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물질의 주인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