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설위원/김진하 목사

병자호란은 1636년(병자년) 12월 28일부터 그 이듬해 2월 24일까지 조선과 청나라 사이에 발발한 전쟁이었다. 당시 왕이었던 인조는 강화도로 몽진하려 했지만 청나라군의 진격 속도가 생각보다 빨랐기 때문에 강화도 까지 갈 시간이 없어 남한산성으로 피신하게 되는데 당시 남한산성에는 1만 2천명의 병사와 수만의 백성들이 퇴각해 있었지만 먹여 살릴 물자는 턱없이 부족했다. 식량은 50여일 분밖에 없었고 그 겨울 추위는 너무도 지독해서 얼어 죽는 이들이 속출했다. 결국 남한산성으로 피신한지 59일 만인 1637년 2월 24일 인조는 남한산성을 나오게 되었다.

당시 청나라는 반합을 요구하였는데 이것은 항복을 요구하는 것으로 두 손을 뒤로 묶고 입에 구슬을 물린 채 관을 짊어지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후에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로 합의를 보게 되었는데 이 것은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린다는 청나라의 예법으로 인조는 삼전도(지금의 잠실 삼전동)에서 청나라에 항복을 하고 승덕제에게 절을 올리는 굴욕을 겪게 되었다. 이 일은 1910년 8월 29일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식민통치를 받기 시작한 경술국치 이전까지는 조선왕조 최대의 굴욕사건으로 취급되었다.

이 일로 인조의 두 아들인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이 청나라로 끌려가 감옥살이를 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고 또한 많은 부녀자들이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가 온갖 수모를 겪게 되었다. 그러다가 난이 끝났고 꿈에도 그리던 고국으로 돌아오게 되었으니 그 기쁨과 감격이 얼마나 컸겠는가?

그러나 기쁨도 잠시 뿐이었다. 여인들은 큰 근심에 쌓이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청나라에 잡혀가서 머무는 동안 정조를 잃고 몸이 더럽혀졌을 것이라는 의심 때문이었다. 그로인해 여인들은 고국 땅으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보고 싶은 가족들을 만날 수는 없었다. 부끄럽다는 이유로, 또는 죄책감으로 인해 그들은 고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그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그러자 조정에서는 여인들을 구할 방법을 찾게 되었다. 청나라에서 돌아오는 부녀자들이 홍제원 냇물에 들러서 몸을 씻는다면 과거를 청산케 하자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청나라에 잡혀갔다가 돌아오는 여인들이 홍제원 냇물에서 몸을 씻기만 한다면 이전처럼 깨끗한 몸이 되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었다. 이 여인들이나 가족들이 얼마나 좋았겠는가? 이제는 살길이 열렸고 슬픔이 변하여 기쁨이 되었으며 눈물이 변하여 노래가 되었던 것이다.

시편 107편 말씀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우상 숭배 등의 죄를 범하므로 나라가 멸망하고 그로인해 바벨론의 포로로 끌려갔다가 70년 동안 그리움으로 눈물짓던 고국에 돌아오면서 불렀던 노래였다. 적군에게 끌려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며 눈물로 세월을 보냈던 가련한 백성들은 구원을 감사하는 노래를 불렀다. “여호와께 감사하라 그는 선하시며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시107:1) 진정한 감사의 노래가 고난 받던 백성들의 입술에서 터져 나왔다. 환희의 찬송과 영광의 송가들이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던 삭막한 광야의 나그네들에게서 울려 퍼졌다.

오늘 날도 하나님께 진정으로 드리는 감사의 노래는 배부르고 등 따신 사람들의 입에서 불려지는 것이 아니라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해 답답해하던 사람들의 입에서 불리워지는 법이다. 죽을병에 걸려 사선의 언덕에 올랐던 사람만이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고 주어진 생명을 고마워한다. 주리고 목말라 혀가 입천장에 눌러 붙어 보았던 사람만이 한 모금의 생수에 감사할 수 있는 것이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오갈 데 없이 남의 집 처마 밑을 서성거리던 사람에게 비바람 막아줄 한 칸 방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는 것이다.

청나라에 끌려가 몸을 더럽히고 죄인처럼 돌아오던 여인들이 홍제원 냇가에서 몸을 씻어 깨끗해졌던 것처럼 죄와 허물로 더럽혀진 우리도 십자가에서 흘러내리는 예수의 흘리신 보혈로 깨끗이 씻어 정결해 져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진정한 감사는 예수를 믿고 예수의 보혈로 죄 씻음 받고 구원받았다는 사실에 있는 것이다. 나의 죄를 속량해 주신 주님의 한량없으신 사랑과 은혜를 무한 감사해야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