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설위원/김진하 목사

이스라엘 백성들이 신 광야 가데스바네아에 머물 때에 그곳엔 먹을 물이 없었다. 그들은 먹을 물이 없는 현실을 크게 생각하여 시험에 빠져버렸다. 겁도 없이 하나님을 원망하고, 모세와 아론을 향해 공격했다. 그들은 과거 애굽의 생활을 추억해 내며 현재 없는 것에 대하여 불평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하나님이 주신 그 풍성하고 놀라운 신령한 축복은 그들의 기억 속에서 모두 망각된 듯 했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너는 이 백성들 앞에서 반석을 명하여 물을 내라”고 하셨다. 그러나 모세는 너무도 속이 상했다. 그도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화내는 사람과 가까이 있으면 자신도 화를 내기 쉽고 싸움 잘하는 사람 옆에 있으면 자신도 순간 흥분하기 쉽다. 불평을 밥 먹듯 하는 사람과 교제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함께 불평하는 법이고 시비가 많은 사람을 가까이 하며 살다보면 시비 많은 사람을 닮아간다. 시험 든 사람 곁에 있으면 똑같이 시험에 들고 낙심 하는 사람과 교제하면 함께 고개 숙여 낙심하게 된다.

모세는 온유하고 위대한 하나님의 종이었지만 원망을 옥수수 알갱이처럼 쏟아내며 불평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의 마음에도 불평과 원망이 쌓이게 된 것이었다. 모세는 순간 반석을 두 번 내리쳤다. 자신의 혈기와 분노를 표출한 모습으로 하나님을 향한 불신앙의 행동이었다. 모세의 속은 부글부글 끓었을 것이다. 굳이 입을 열어 말을 하지 않는다 해도 그의 행동이 그가 하고 싶은 언어를 보여주는 법이다. 부부가 말다툼을 하거나 냉전중일 때는 화장실 바가지를 내 던지는 소리나 설거지를 하면서 그릇 내려놓는 소리, 복도를 쿵쿵거리며 걷는 걸음에서도 때론 공연히 잘 노는 아들놈을 개 패듯 패며 분풀이 하는 것만 봐도 그 행동에서 그가 하고 싶은 말들을 쉽게 읽어볼 수 있다.

세상에는 무서운 사람 3명이 있다고 한다. 말 못하는 벙어리가 있는데 말이 필요 없기 때문이고, 소방수는 물불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고 맹인은 눈에 뵈는 게 없기 때문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그런데 그들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 있으니 해지기까지 분을 품고 있는 사람으로 시한폭탄 같은 사람이다.

하나님은 분노를 담아 두 번 반석을 내리친 모세의 지팡이를 보며 섭섭해 하시며 진로 하셨다. 왜 내 거룩함을 나타내지 않느냐? 반석을 향해 명하라 했는데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 쳤느냐? 이 일로 네가 왜 속상해 하느냐? 이것이 바로 순종으로 잘 달려오던 모세가 그렇게도 그리워했던 가나안 땅을 바라만 볼뿐 들어가지 못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던 것이다. 이곳의 샘물을 므리바 샘물이라고 부른다.

이스라엘 성지답사를 하면서 가장 마음을 아프게 했던 장소 두 곳이 있다. 첫 번째는 므리바 샘물이었다. 모세가 반석을 두 번 쳤던 곳이라 추정하는 샘물인데 지금도 여전히 맑은 샘물이 솟아나고 있었다. 두 번 째로는 요르단의 느보 산 정상이었다. 사해바다와 여리고 성읍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느보 산의 꼭대기로 그곳엔 지금 모세 기념교회가 세워져 있는데 과거 모세가 이곳에서 허탈한 마음으로 가나안 땅을 내려다 보았을 것이다.

120세가 되도록 오직 약속의 땅 가나안 땅만을 소망했었는데 그 땅을 바라보기만 했을 뿐 “미안하지만 너는 이제 그만 여기서 죽어줘야겠다”는 하나님의 야멸찬 음성을 들었을 때 모세의 참담함을 생각해 보았다. 사실 그는 120세의 노인이었지만 기력도 쇠하지 않았고, 눈도 흐리지 않았었다. (신34:7) “모세가 죽을 때 나이 백이십 세였으나 그의 눈이 흐리지 아니하였고 기력이 쇠하지 아니하였더라.” 그럼에도 하나님은 그의 손에서 지휘봉을 빼앗은 것이었다. 이 일의 배후에는 놀랍게도 아주 단순해 보였던 므리바 샘물 사건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성경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았지만 난 느보 산 정상에서 모세의 눈물을 볼 수 있었다. 시냇물처럼 흘러가는 모세의 처연한 눈물을... 우리도 모세처럼 반석을 두 번 내리치고 싶은 때가 왜 없겠는가? 모세까지도 포기하신 하나님이신데 누가 주님 앞에서 큰소리치며 자신하겠는가? 우리들 속에서 반석을 두 번 치게 하는 원망과 불평이 머리를 들려고 할 때마다 모세의 눈물을 기억하며 모세의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내 힘만으로 되겠는가? 주님의 강한 손이 늘 나의 손을 붙잡아 실수하지 않도록 세워주셔야 할 것이다. 우린 오늘도 기도해야 한다. 주님 연약한 종을 인도해 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