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설위원/김진하 목사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국의 국방장관이었던 ‘뉴턴 베이커’씨가 전쟁 중에 유럽의 어느 야전병원에서 한 병사를 보았는데 그는 두 다리를 잃었고 한 팔과 두 눈마저 잃은 불행한 청년이었다. 베이커 장관이 훗날 같은 병원을 두 번째 방문했을 때 그 불행한 청년이 죽지 않았느냐고 물어 보았다. 원장은 웃으면서 “그 병사는 이 병원에서 자기를 간호해 주던 간호사와 결혼했으니 산 것이 틀림없겠죠?” 라고 대답하였다.

그 후 몇 해가 지나 베이커 씨가 국방장관을 사임하고 유명한 죤스 홉킨스 대학의 재단 이사장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해 졸업식에 갔다가 박사 학위를 받는 졸업생을 보고 몹시 놀랐다. 왜냐하면 학위를 받는 청년이 바로 야전 병원에서 보았던 거의 희망이 없어 보였던 그 병사였기 때문이었다. 베이커 씨는 일부러 앞으로 나가 졸업장을 받는 장애청년의 손을 잡고 격려의 말을 하였다. 그랬더니 그 청년이 오히려 베이커 씨를 이렇게 위로하는 것이었다. “베이커 장관님 은퇴하셨다는 것을 신문에서 읽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보람 있는 일들이 많이 있을 것이니 조금도 낙심하지 말고 더 힘차게 사십시오” 은퇴 후 찾아오는 고독의 문제로 고민하던 베이커 씨는 이때만큼 자기의 생에 대하여 용기를 가진 적이 없었다고 간증하고 있다.

우리 주변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외감과 고독이 깊어질 때 어떤 증세가 나타날까?

1) 불안해 한다.

2) 우울증이 동반된다.

3) 패배 의식에 젖는다.

4) 생에 대한 의욕이 상실된다.

5) 절망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6) 영육이 허약해진다.

찾아오는 고독의 문제를 제때에 해결하지 못하면 그 인생은 파멸로 치달을 수 있으며 질병으로 까지 발전할 수도 있다고 한다.

바울 사도도 심히 고독한 중에 있었던 때가 있었다. 자신의 임종 때가 가까운 것을 예감했을 때였는데 자기를 곁에서 돕던 제자들은 속속 바울의 곁을 떠나가고 있었다. (딤후 4:9~12) “데마는 이 세상을 사랑하여 바울을 버리고 데살로니가로 갔고 그레스게는 갈라디아로 디도는 달마디아로 두기고는 에베소로 보냈다”고 했다. 재판을 앞두고 있는 바울을 도와야 할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이 제각기 자기의 길을 찾아 떠나가고 바울만 덜렁하니 혼자남아 옥중에서 고독과 외로움과 싸우고 있었다. 이때의 상황을 성경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딤후 4:16)“내가 처음 변명할 때에 나와 함께 한 자가 하나도 없고, 다 나를 버렸으나 그들에게 허물을 돌리지 않기를 원하노라”

참 기가 막힌 환경이었다. 그러나 바울은 그들을 원망하거나 탓하지 않았고 오히려 감정 조절을 잘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참으로 여유 있고, 의연한 태도였다고 진단할 수 있다. 예고 없이 찾아와 우리의 마음을 공허하게 만들어 놓는 고독의 감정을 우린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고독을 이기기 위해서는 관계회복에 힘써야 한다. 십계명은 두 가지를 강조하고 있다.

1) 위로는 하나님과의 관계 문제를 다루고 있고,(1~4계명) 2) 아래로는 이웃과의 관계회복을 강조하고 있다.(5~10계명) 우린 어차피 관계 속에서 살고 있다.

모세는 참으로 고독했던 지도자였다. 그는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나일 강에 버려졌던 사람이었었다. 후에 자신이 히브리인임을 알게 되자 의협심으로 인해 애굽인을 죽이고 살인자가 되어 광야로 쫓겨 나가 40년간 양치는 목동으로 살았던 사람이었다. 하나님이 부르셔서 백성의 지도자 되었지만 참으로 고독한 지도자였다. 툭하면 백성들은 비난하며 돌을 들어 치려했고, 형 아론이 있었지만 고독을 나누어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모세는 고독한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고독할 때면 그는 늘 습관처럼 하나님을 바라보았다. 백성이 불평할 때도 하나님을 보았고, 적군이 앞을 가로 막을 때도, 마실 물이 없을 때도, 파도가 넘실대는 홍해 앞에 놓였을 때도, 먹을 양식 때문에 속이 탈 때도 하나님만을 바라보았다. 그는 사람에게는 위로 받지 못했어도 늘 하나님의 위로와 격려로 힘을 얻었다.

삶의 무게에 지쳐 주저앉고 싶고, 고독으로 몸부림 쳐본 적이 있는가? 그 때는 사람을 먼저 찾으려 하지 말고 하나님을 찾으며 하나님을 만나야 한다. 새벽에 만나주시는 하나님을 대면하여 뵙고 소원을 아뢰기를 기대한다. 일본의 신학자 ‘우찌무라 간조’는 말하기를 “세상에는 고독보다 더 슬픈 처지가 있는데 그것은 사람과는 사귈 줄을 알면서도 하나님과 함께할 줄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 혼자서 하나님과 함께 있는 것이 온 세상 사람을 친구로 가지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고 했다. 우리를 진정으로 위로하고 고독을 감싸주실 하나님과 동행하며 살아야겠다.

사람들에게 시도 때도 없이 다가오는 고독은 우리를 우울하게 하고 절망케 하기도 하지만 잘 이겨내면 더 성숙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도 된다. 고독을 느끼는가? 우리가 마시는 고독이란 약은 비록 입에 쓰고 매울지라도 그 효과는 매우 탁월한 것이다. 고독을 받아들이고 즐길 줄 아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주님도 고독을 즐길 줄 아는 분이셨으니 홀로 남아 기도하기를 좋아 하셨던 것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막 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