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광석 목사

<아버지의 길> 영화 한 편을 보았다. 세르비아의 슬라빈 고르고비치 감독의 작품이다. 빼앗긴 자녀를 되찾기 위한 아버지의 무전 여행기다.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분 관객상을 수상했다. 주인공 니콜라는 실직 후 일용직을 전전하였다.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해고되었다. 이로 인해 가난이 찾아왔고 아내는 우울증에 걸렸다. 두 자녀를 양육하는 것도 힘들었다. 어느 날, 아내는 남편의 예전 회사를 찾아가 밀린 임금을 지불하라고 분신자살을 시도한다. 이 일로 두 자녀의 양육권을 박탈당한다. 이후 두 자녀는 위탁가정에 맡겨진다. 그런데 알고 보니 사회복지센터장이 부패하고 타락한 공무원이다. 이런 아이들을 위탁가정에 맡기고 돈을 챙기고 있었다. 니콜라는 이에 저항하면서 무전으로 세르비아 중앙정부가 있는 베오그라드까지 걸어 직접 장관을 만나 사회복지센터장의 부당성을 항의한다.

300킬로 이상을 걸으면서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전개된다. 카메라는 니콜라에게 차를 태워주는 트럭 운전자, 쉴 곳을 내주는 마트 점원, 음식을 건네는 시민들, 관심을 가지고 취재하는 기자들 등 익명의 선한 손길을 비춘다. 니콜라가 폐가에서 만난 개와 나누는 한밤의 우정은 슬프고도 아름답다. 인상적인 장면이다. 다음날 개는 사고로 죽고 주인공은 장례를 치른 후에 무전여행을 계속한다. 어쩌면 그 개의 죽음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는지도 모른다. 가난하고 처량하고 불쌍한 자신의 처지 말이다. 더 기막힌 장면은 니콜라가 두 주 후 집으로 돌아왔는데 가재도구가 다 사라졌다. 알고 보니 마을 사람들이 다 가져가 버렸다. 니콜라는 자신의 가구를 하나씩 찾아온다. 참 어처구니없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이웃의 아픔에 무관심한 마을 사람들. 이기심으로 가득 찬 사람들.

▲ 동도교회 옥광석 목사, 3월 특별새벽기도회 인도

영화를 보고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해본다. 가난하지 말자. 자녀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최고의 축복이다. 악덕 기업과 부패한 공무원들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사회악이다. 이들의 목적은 오직 돈이다. 선한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한다. 희망이다. 어려움을 당해 보면 참 이웃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아버지의 길은 힘들다. 아내와 자녀를 책임지고 보호하는 것은 어렵다. 세르비아처럼 부패한 사회 속에서도 더욱 그렇다. 모든 아버지와 가장을 존경한다.

아버지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을 떠올린다. 독생자가 십자가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계셔야 했던 하나님 아버지. 독생자 예수가 너무 보고 싶어 다시 살렸는지도 모른다. 죽기를 각오하고 고행의 길을 마다하지 않고 자녀를 찾아 나선 니콜라의 모습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분의 목숨 건 땅으로의 무전여행. 그 고난의 여정과 십자가에서 대신 죽어주신 그분의 사랑과 희생 때문에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

교회력으로 부활절을 향해 가고 있다. 그리스도의 고난을 더욱 묵상하는 시기다. 십자가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몸부림치자. 타락한 사회복지센터장의 모습과 흔적이 우리 속에는 없는지 자성하자. 세속화된 모습이 없는지 돌아보자. 십자가는 관심 없고 영광만 추구하지 않는지? 십자가에서 멀어지면 우리도 어쩔 수 없다. 나를 구원하기 위하여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 와 독생자를 십자가에 내어주기까지 나를 사랑하신 하나님 아버지의 큰 사랑을 추적하자. 사랑으로 복귀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아버지 니콜라의 품에 안긴 두 자녀는 너무 행복하다. 아버지의 사랑이 가족 모두의 아픔을 치유한다. 하나님 아버지는 사랑이시다. (요일 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