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설위원/김진하 목사

21세기의 역사를 움직여가는 가장 강력한 힘이 무엇일까? 한결 같이 하는 말은 경제의 힘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공격한 서방세계의 무기는 미사일이나 핵무기가 아니었다. 경제를 제재하고 은행 간의 거래에 사용하는 SWIFT망에서 러시아를 제외시킨 것만으로도 러시아는 디폴트(국가 부도)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미국이 14억의 중국을 제압하는 힘도 원자탄이나 수소탄이 아니고 경제다. 지금 이 시대는 돈이 있으면 옳은 것이고 돈이 없다면 틀린 것이라는 혼돈의 세대가 오고 있다.

그렇다면 성경적인 삶은 경제를 무시하는가? 그렇지 않다. 빈손으로 시작한 아브라함, 야곱, 요셉은 모두가 거부가 된 사람들이었다. 창26장은 이삭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이삭이 전무후무한 가뭄의 때에 농사를 지어 거부가 되었다고 했다. “이삭이 그 땅에서 농사하여 그 해에 백배나 얻었고 여호와께서 복을 주시므로 그 사람이 창대하고 왕성하여 마침내 거부가 되어”(창 26:12)

게다가 그는 양과 소가 떼를 이루었고 노복이 심히 많았다고 했다. 이삭이 백배의 복을 받아 거부가 되었더니 불레셋 사람들이 이삭을 시기하여 싸움을 걸어왔다. 그러나 이삭은 그들과 다투려 하지 않았고 양보한 채 자리를 옮겼지만 자리를 옮길 때마다 복을 받게 하셨다. 다른 사람이 실패한 자리라도 이삭이 들어가면 성공하는 자리로 바뀌었고 다른 사람들이 버리고 떠난 자리라도 이삭이 들어가면 생수의 복이 터졌다. 이런 사람을 형통한 사람이라고 부른다. 흔히 사람이 돈을 따라 다니면 사람도 망가지고 돈도 떠난다고 한다. 그러나 되는 사람은 돈이 사람을 그림자처럼 따라오는 법이다. 이삭이 흉년 중에 농사하여 백배의 복을 받고 왕성하고 창대한 복을 받은 것은 전적인 하나님의 도우심과 축복이었다.

이삭이 이렇게 놀라운 축복의 사람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는 순종의 사람이었다. 이삭은 죽기까지 순종한 사람이었다. 아브라함은 아들 이삭을 데리고 사흘 길을 걸어 모리아 산에 도착했다. 산 정상에 오른 아브라함의 가슴은 갈기갈기 찢어졌을 것이다. 자식을 죽여 번제로 하나님께 드려야 했기 때문이다. 천신만고 끝에 100세에 얻은 기적 같은 아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죽여 불에 태우려고 제단을 준비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어땠을까?

청년인 아들을 결박지어 제단위에 눕혔다. 영문도 모른 채 아버지를 따라 나섰지만 제단 위에서 번제로 드려지는 순간에도 반항하지 않고 아버지의 뜻에 순종한 사람이 이삭이었다. 믿음으로 결단하는 아브라함도 그 아버지를 신뢰하며 믿고 순종하는 아들도 참으로 위대했다. 이 날 제사는 하나님의 만류로 중단되었다. 그러나 이 날의 제사는 온전히 하나님께 드려졌다. 뿐만 아니라 이삭도 제물로써 온전히 하나님께 바쳐진 산 제물이었으니 하나님이 보실 때에도 이 보다 더 귀한 제물은 본 적이 없었다. 그 제물은 가치를 측량할 수 없었고 어떤 제물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이삭은 이런 순종의 사람이었다.

또 한 가지, 이삭은 예수님을 닮은 사람이었다. 이삭은 예수님의 모형이었다. 예수님처럼 기적 같은 태어남이 그랬고 그의 순종이 또한 예수님을 닮았다. 예수께서 졸지에 체포되어 밤새도록 심문을 받고 새벽녘에 사형 언도를 받았다. 그리고 날이 밝자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다로 향하셨다. 그 길을 ‘비아 돌로로사’라고 하는데 죽음의 길이었다. 그러나 주님은 그 길을 마다하지 않으셨고 죽음의 자리까지 묵묵히 십자가를 지고 걸으셨다.

이삭도 그랬다. 사흘 길을 걸어 모리아 산에 도달했는데 그 모리아 산은 자기가 제물 되어 죽어야 할 자리였다. 산 정상에 도착해서야 이삭은 사태파악을 하게 되었는데 어이없게도 자신이 제물 되어 불에 태워진다니 기가 막히고 말문이 막혔다. 뭐라고 하소연할 수도 없었고 변명하며 피할 수도 없었다. 이삭은 그런 변명거리나 하소연할 말을 찾지 않았다. 그냥 예수님처럼 죽음 앞에서 자신을 맡겼다.

솔로몬은 훗날 이삭을 제물로 드렸던 모리아 산 정상에 7년 동안 성전을 건축했다. 이곳이 바로 예루살렘 성전이다. 우연 같지만 하나님은 성전을 건축할 장소도 아무 곳이나 택하시지 않는다. 믿음의 사연이 있고 순종의 피와 땀이 젖어있는 곳에 온 세계 사람들이 사모하고 흠모하는 예루살렘 성전을 건축한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산도 바로 모리아 산 정상에 있는 골고다 언덕이었다. 예수님이 죽으신 곳도 이삭이 번제로 드려진 곳도 모리아 산이었다.

유대인뿐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하나님의 사람들이 꿈에도 그려보고 평생에 한번은 꼭 가 보아야 할 예루살렘 성전, 그곳이 바로 모리아 산이었다. 오늘 우리가 앉아있는 이 자리가 모리아 산이었으면 좋겠다. 이곳이 예루살렘 성전이었으면 좋겠다. 그 옛날 모리아 산에서 경험했던 놀라운 성령의 역사와 순종이 오늘 우리가 앉아있는 자리에서 다시 재현되기를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