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발행인 구인본 목사

혼돈과 공허의 시대는 고전과 추억으로 자리매김하여 막을 내리고 창조질서의 시스템이 가동되고 지배하는 정형화·체계화·제도화된 시대가 도래 했다.

창조 작업은 세밀하고 치밀하고 주도면밀했다. 건설 시공사의 설계도면처럼 합리적이고 완성도의 극치이다. 미관성과 실용성의 조화를 고양시킴으로 세련미와 자연미가 정점을 이룬 창조다.

고대 근동의 다양한 창조설화와의 확연한 차별성은 ‘무에서 유의 창조’라는 개념에 있다. 창조과정에서 건축자재와 재료용의 여타 물질이 수반되거나 기반이 되지 않았다. 그것은 ‘전지전능’·‘무소부재’한 ‘로고스(λόγος)’되는 신적 인격체의 ‘말씀’에 의한 창조였다.

고대 근동의 세계관에 의하면 ‘무에서 유의 창조’라는 개념은 ‘유일신사상’과 더불어 추문 자체이다. 타 종교의 교리와 대비·비교해서 기독교의 창조론은 명실상부한 위상과 품위를 지니며, 수준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품질 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유한다. 창조주는 시간과 공간에 종속되지 않는 독보적인 존재로서 창세 전 부터 존재했다.

모든 존재의 근원·원인·이유가 되며 우리 존재의 근거와 기반이 된다. 창조과정에는 신적 존재의 향기와 땀방울과 손길이 구석구석 배어있다.

첫 3일은 기반시설과 사회간접자본급의 사물에 해당되는 배경을 창조하시고 나머지 3일은 그 배경의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는 내용물을 창조했다.

첫째 날은 빛의 창조이다. 부대현상으로 ‘빛과 어둠’·‘낮과 밤’이라는 대립개념이 도입되었다. 빛의 근원은 광명체가 아니라는 입증이다.

둘째 날은 궁창의 창조이다. 부대현상으로 궁창을 경계로 수권층이 상·하로 분리되었고 궁창을 ‘하늘’이라 명명했다.

셋째 날은 땅과 바다와 식물의 창조이다. 천하의 물을 한 곳으로 모으자 부대현상으로 뭍과 물이 구분되었다. 그것을 ‘땅’과 ‘바다’라고 명명하였다.

넷째 날은 광명체(발광체)의 창조이다. 부대현상으로 주야·징조·계절·날·해를 구분하게 되었다.

다섯째 날은 조류와 어류의 창조이다. 여섯째 날은 육상생물과 인간의 창조이다.

창조주는 인격체이자 만물의 영장인 인간에 대한 극진한 배려로서 비 인격체인 사물을 먼저 창조하고 인간을 맨 나중에 창조하여 입주시켰다. 그리고 인간의 음식으로 씨 가진 채소와 유실수를 지정했고 육상생물과 조류의 먹을거리로 푸른 풀을 지정했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과 모양대로 남자·여자로 구분되어 창조된 존엄하고 존귀하며 신(神)적 합목적성(合目的性)이 최고로 투영된 존재이다.

수학적 개념으로 ‘합동’이 아니라 ‘닮은 꼴’이다. 인간의 창조는 창조 작업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인 셈이다.

만물을 종류대로 창조함으로서 ‘진화론’의 여지를 불식시켰다. 시간개념의 도입으로 인간은 유한성을 지닌 한계성의 존재라는 세계관을 인정하고 수납하여 의미 있는 일상과 인생여정을 영위해야 한다.

그것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삶(Leben)’이라는 개념이다. 만물을 ‘말씀’ 한마디로 디자인하고 설계·시공·준공한 창조주와 피조물 중 창조 작업의 극치이자 정점인 인간 존재 사이에는 인과·함수관계가 초래되었다.

창조세계의 주권자는 인간에게 여타 만물의 작명권·경영권·통치권을 위임·위탁했다. 신학적 용어로 ‘청지기적 사명’이라 한다. 인간은 우주에서 유일하게 생명체가 존재하는 초록색 영롱하며 휘황찬란한 지구라는 행성에 ‘청지기’라는 보직으로 발령 받았다.

소비적이고 감각적이고 향락적인 삶이 아닌 생산적이고 이성적이고 역동성이 담보된 의미 있는 삶에로의 소명이다. 이것을 신학적 용어로 ‘문화명령(Cultural Mandate)’이라 한다.

이 개념은 제국주의적 침략주의 경향을 합리화하는 이념적 토대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계의 조화와 평화와 충만을 위한 삶의 ‘실천(Praxis)’을 염두에 둔 것 이다.

하나님의 영광이 창조세계라는 도화지에 가시적으로 피력될 수 있도록 증진해야 하는 영예로운 사명과 임무이다. 창조주는 모든 창조의 과정을 종료한 후 피조물의 수준과 상태와 완성도에 대해서 흡족하고 만족해하며 ‘품질인증마크’인 ‘Q’를 낙인 했다. 하나님의 ‘감탄사’는 연속되었고 진지했다.